풀꽃나무 일기

풀꽃들의 천국, 천마산의 봄꽃들

모산재 2015. 4. 13. 11:30

 

다시 천마산을 찾았습니다.

 

좀 멀리로 떠날까 이곳 저곳 찾아보다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아 편하게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심정으로 3주 전에 갔던 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직행버스가 30분만에 실어다 주니 여러 모로 편한 곳입니다.

 

 

3주만에 찾은 산은 입구부터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진달래 등성이 숲속을 붉게 물들이고 골짜기의 버들은 가지마다 가득 노란 꽃송이들을 달았습니다.

 

 

버들

 

 

 

 

 

물이 졸졸거리며 흘러내리는 계곡 언덕에는 점현호색 푸른 꽃들이 가득 피었습니다.

 

 

점현호색

 

 

 

 

 

길가에는 서울제비꽃들이 점점이 피었고, 임도 절개지에서는 알록제비꽃도 피었습니다.

 

 

알록제비꽃

 

 

 

 

잣나무쉼터로 오르는 급한 등산로 주변 곳곳에는 태백제비꽃, 민둥뫼제비꽃, 잔털제비꽃, 털제비꽃 등 온갖 제비꽃들과 큰개별꽃들이 싱그럽게 피어나고, 3주 전에 만나보기도 어려웠던 둥근털제비꽃은 벌써 꽃이 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태백제비꽃

 

 

 

털제비꽃

 

 

 

민둥뫼제비꽃

 

 

 

큰개별꽃

 

 

 

 

고개를 넘어서자 숲속의 어여쁜 발레리나, 얼레지들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얼레지

 

 

 

 

레지

 

 

 

 

그리고 계곡 가운데에서 피어난 이 얼레지 꽃들의 군락에 몸을 엎드리고 있는데, 지나가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멀리서 이 모습을 발견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모여듭니다. 

 

 

 

 

얼레지 군락과 함께 큰괭이밥도 계곡 주변을 점점이 흰 꽃으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피어 있는 이 부끄럼 많은 아가씨의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겸손한 자세를 취해도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큰괭이밥

 

 

 

 

까치무릇이라 불리는 산자고도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고, 꿩의바람꽃은 한창 제철이며 노루귀는 제철이지만 아주 가끔씩 눈에 띌 뿐입니다.  

 

그늘사초와 털대사초 등 사초류들의 꽃들도 눈길을 끕니다.

 

 

산자고(까치무릇)

 

 

 

꿩의바람꽃

 

 

 

흰노루귀

 

 

 

그늘사초 (?)

 

 

 

털대사초

 

 

 

꿩의바람꽃

 

 

 

 

산자고

 

 

 

 

큰괭이밥

 

 

 

청노루귀

 

 

 

큰괭이밥

 

 

 

 

골짜기 아래로 내려서자 골짜기 전체가 푸른 보랏빛 현호색 꽃밭입니다.

 

비슷하게 보이는 현호색꽃이지만 꽃이 좀더 큰 현호색은, 아주 작은 꽃을 피우고 진을 친 각시현호색 밭 속에서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호색

 

 

 

각시현호색

 

 

 

 

골짜기 아래쪽에 이르니 피나물도 봄의 태양을 닮은 환한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피나물

 

 

 

 

무더기로 꽃을 피운 큰괭이밥이 등을 돌리고 뒤태를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가서 그 표정을 다시 담아 봅니다. 10 cm도 안 되는 키에 고개까지 숙인 이 친구들 얼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더 낮게 엎드려야 합니다.

 

 

 

 

 

'베들레헴의 별꽃'이라는 영명을 가진 중의무릇도 가녀리고 긴 꽃대 끝에 샛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중의무릇

 

 

 

 

산괭이눈과 흰괭이눈이 각시현호색 꽃밭 속에서 비교해 달라는 듯 나란히 꽃을 피웠습니다. 이곳에서는 금괭이눈으로 불리는 천마괭이눈이 메인스트림이고, 이 둘은 마이너 그룹에 불과한 존재들입니다. 

 

 

산괭이눈

 

 

 

흰괭이눈

 

 

 

 

그리고 주 계곡으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이 시기면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등이 커다란 군락을 이루며 지천으로 피던 예전의 그 화려하던 골짜기의 풍경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뭔지 모를 휑한 느낌이 드는 골짜기로 다가옵니다. 계곡 주변은 온통 꽃 탐사객들이 헤집고 다닌 발자국이 다져놓은 크고작은 길들의  풍경만이 눈길을 붙듭니다. 

 

그 발자국을 피한 자리에만 드문드문 피어 있는 꽃들의 모습이 피난민처럼 애처롭습니다.

 

 

 

현호색(애기현호색)

 

 

 

 

포엽까지 금빛 찬란한 금괭이눈(천마괭이눈)도 계곡을 타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으로 분포지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금괭이눈(천마괭이눈)

 

 

 

 

 

무더기로 피던 대극과의 풀, 개감수도 이제는 귀하신 몸이 된 듯 거의 발견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개감수

 

 

 

 

3주 전에 꽃망울도 보이지 않았던 처녀치마는 벌써 꽃이 시들고 있습니다.

 

 

처녀치마

 

 

 

 

낚시고사리

 

 

 

 

너도바람꽃은 꽃이 진 지 오래고, 만주바람꽃은 잎이 푸르러지고도 여전히 꽃을 달고 있는 모습입니다.

 

 

만주바람꽃

 

 

 

서울족도리풀

 

 

 

산괭이눈

 

 

 

 

바람꽃들의 계절을 지나 골짜기는 가지과의 풀, 미치광이풀의 세상이 된 듯합니다.

 

 

미치광이풀

 

 

 

개감수

 

 

 

 

골짜기 상류로 올라서자 한층 서늘해진 공기 속에서 꿩의바람꽃과 만주바람꽃이 제철인 듯 피어 있습니다.

 

 

의바람꽃

 

 

 

 

갑자기 계곡을 쩡쩡 울리는 나무를 쪼는 소리와 함께 '"크루룽 크루룽" 묘한 울음을 우는 새소리에 눈을 돌려 바라보니, 검은 빛에 뒤곡지가 붉은 딱따구리 한 마리가 바로 가까운 나무에 앉아 줄기를 쪼고 있습니다. 

 

혹시 이게 크낙새가 아닐까 싶어 흥분했는데, 이미지 확인을 해보니 크낙새와 크기(46cm)와 색깔(검정)이 아주 흡사한 까막딱따구립니다. 크낙새는 배가 흰색인데 까막딱따구리는 온 몸이 검은 점이 다른데, 둘 다 멸종위기동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까막딱따구리 암컷

 

 

 

의바람꽃

 

 

 

 

복수초는 잎이 자란 상태에서 아직 꽃을 달고 있는 모습입니다.

 

 

복수초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이 골짜기의 최상류지역에는 각시현호색과 왜현호색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생각케하는 현호색 꽃들이 지천입니다. 각시현호색에 비해 꽃색이 선명하고 꿀주머니가 조금더 통통하며 구부러져 있는 모습... 

 

 

 

 

 

너도바람꽃과 복수초와 얼레지와 꿩의바람꽃과 만주바람꽃, 천마산을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제일 먼저 찾는 골짜기의 상부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거의 운동장처럼 짓밟혀져 있는 모습입니다.

 

저 발길 속에서 해마다 꽃들이 피어난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엉망으로 거미줄 같은 길이 나 있고 그 사이사이로 위태롭게 풀꽃들이 생명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계곡을 벗어나 능선부로 올라서는 지점에서부터 아고산성 제비꽃인 노랑제비꽃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노랑제비꽃

 

 

 

 

그리고 얼레지와 노루귀, 복수초, 미치광이풀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얼레지

 

 

 

청노루귀

 

 

 

복수초

 

 

 

흰노루귀

 

 

 

복수초

 

 

 

 

그리고 다시 만나는 까막딱따구리.

 

분명 가까이에 꽃을 찍고 있는 사람이 있음에도 10여 m 떨어진 곳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이 녀석, 이번에는 빨간  무늬의 정수리를 한 수컷입니다. 그런데 보니 좀 떨어진 곳에서 암컷도 부스럭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까막딱따구리 수

 

 

 

 

골짜기를 벗어나기 위해 능선을 타는 중에 뜻밖에 처녀치마를 만납니다. 북서부 8부 능선 햇빛이 살짝만 드는 그늘 숲속이 처녀치마가 좋아하는 서식지입니다.

 

 

처녀치마

 

 

 

 

 

700m를 넘는 능선은 아직도 싸늘한 겨울 기운이 느껴집니다.

 

골짜기에 만발했던 진달래, 이곳에선 아직 꽃봉오리 상태입니다.

 

진달

 

 

 

 

되내려오는 골짜기에서 금붓꽃을 만납니다.

 

 

금붓꽃

 

 

 

 

지금까지 수없이 천마산을 오르내리면서도 오래된 야생의 개살구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개살구

 

 

 

 

풀꽃들의 천국이었던 천마산,

 

등산로 입구는 개발바람으로 계곡까지 복개해 스카이라인을 지우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가득 들어서 버렸고, 꽃을 찾는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며 좁은 골짜기를 샅샅이 누비는 바람에 천마산의 풀꽃들의 보금자리는 커다란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귀한 생명들을 찾는 사람들이여, 제발 떼를 지어 방문하지 마시기를...

 

생명들의 보금자리를 동시에 몰려들어 짓밟지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