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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3) 이르쿠츠크, 청춘들로 넘실대는 석양의 앙가라 강변

by 모산재 2014. 5. 26.

 

제2일(7월 30일) 오후 / 이르쿠츠크 공항-바이칼호수(항공)- 앙가라 강변

 

 

4시 20분경, 48인승 쌍발 프로펠러기는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울란바타르 공항을 이륙하였다. 바이칼 호수 서쪽에 자리잡은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를 향하여...

 

기내를 둘러보니 전세기나 다름없다. 씨름선수 같은 비대한 몸집의 몽골 남자 셋이 보일 뿐 나머지는 모두 우리 일행이다. 20여 명에 불과한 승객, 우리가 아니었으면 비행기가 뜨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앞 의자 등받이를 밀고 다리를 뻗고서 최고의 편안한 자세로 여행을 즐긴다.

 

 

 

울란바타르 시의 서쪽을 벗어나자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과 띄엄띄엄 널려 있는 민가 풍경이 이어질 뿐이다. 산들은 한결같이 북쪽 사면에만 침엽수림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구름 위로 떠오르며 까무룩 잠에 빠져든다.

 

시간이 제법 지났다 싶어 설핏 깨어보니 환상적인 구름 뭉치 사이로 초원과 강과 침엽수림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구름이 걷히고 넓은 바다가 해안선과 함께 나타난다.

 

 

아, 망망대해... 바이칼이다!

 

아마도 몽골 북쪽 울란우데 부근의 바이칼 호수를 건너고 있는 모양이다.

 

 

 

 

 

다시 옅은 구름이 시야를 가리는가 싶더니, 우리가 탄 비행기 그림자가 무지개 원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하얀 구름 위에 비치고 있다.

 

 

 

6~7분쯤 지나며 비행기는 바이칼호수의 맞은편 언덕 위로 날고 있다.

 

 

 

바이칼 호수를 지나자 침엽수 삼림 지대가 한동안 펼쳐진다. 그리고 다시 초원이 나타나는가 하는데, 랜딩기어가 내려지고 도시의 모습이 눈 아래 펼쳐진다. 이르쿠츠크...!

 

바이칼을 건널 때는 밝았는데 바깥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6시 좀 못 미쳐 착륙하고 보니 과연 빗방울이 듣는 공항은 축축이 젖어 있고 공기는 싸늘하다. 반바지 반소매의 옷차림에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데 오히려 상쾌한 전율을 느낀다.

 

입국 절차가 왜 이리 번거로운지. 간호사처럼 흰 가운을 입은 나이든 여성이 비행기에까지 들어와 기내에서 쓴 입국신고서는 안 된다며 그들이 내민 입국 신고서 양식으로 다시 써줄 것을 요구한다. 처음 온 비행기도 아닐텐데 이런 식으로 해온 것인가...

 

불합리한 요구에 항의하면서 직원들이 입국 신고서 내용을 다시 수기한다. 엄연히 금연구역인 청사 내에서 담배 피는 공항 직원들...

 

 

작은 공항에서 오랜 시간 지체하며 불쾌한 인상을 안고 빠져 나간다. 공항 출입구는 철판 쪽문인데 총을 메고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이 살풍경 그 자체다.

 

 

 

7시가 되어서 공항을 빠져나와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스베따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러시안 가이드.

 

한국명이 ‘혜린’이라고 하는 이 여성은 이곳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에도 영천 등지에서 3개월 정도 체류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사 빅터 씨는 자신의 아버지이며, 가족이 함께 여행사를 한단다. 서로 다른 회사의 기사와 가이드로 활동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하게 되었단다.

 

한국에서 수입한 버스, 앞 유리에는 ‘아시아 버스와 함께 즐거운 여행’이라고 씌어 있다.

 

 

스베따가 간단히 소개하는 이르쿠츠크는 인구 70만으로 대학생이 8만 명을 차지할 정도의 교육 도시. 사립 6개를 포함해 11개나 되는 대학이 있단다. 맥주 1캔 값은 15루블 정도...

 

도착한 숙소는 바이칼 호텔, 풍채는 괜찮아 보였는데, 객실은 너무도 좁다. 우리 나라의 하급 여관 수준이다. 737호실 룸메이트는 원기 형. 긴팔과 긴바지로 옷을 갈아 입는다. 

 

 

8시에 호텔 내 서울 식당에서 한식으로 저녁 식사를 한다.

 

 

 

9시가 넘어 호텔 앞 앙가라 강변 공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아직도 해가 지지 않고 있다.

 

몽골이나 이르쿠츠크는 우리 나라와 경도상으로 30도 정도 차이가 있어 우리 나라보다 2시간 정도 늦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삼고 있어 시간은 같다. 이를 두고 우리끼리 논란을 벌이기도 했는데, 아마도 러시아의 최동방 지역인 하바로프스크나 블라디보스톡을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이지 싶다. 이 도시들은 동경 130-135도 사이에 존재한다.

 

 

앙가라 강변 거리를 '가가린 거리'라고 부르는데, 가가린은 1961년 세계 최초로 우주선을 타고 올라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소련의 영웅 칭호를 받은 사람이다.

 

길가에는 서양톱풀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당시엔 이 꽃 이름을 몰라 스베따에게 물어보니 ‘2천 잎의 꽃’이라는 뜻을 가진 ‘트샤첼리스트니크’라고 대답한다.

 

 

 

석양 무렵인데 강변에는 젊은 남녀들로 넘실거린다.

 

 

 

가가린 거리와 칼 막스 거리가 만나는 곳에 쌈지공원이 나타난다. 청춘 남녀들이 모여드는 데이트 장소란다.

그곳에 횡단철도 건설을 후원하여 시베리아 개발시대를 연 알렉산드르 3세의 동상이 서 있다.


 

 

러시아 제국시대에 세운 입상인데, 소련 시대에는 철거되고 오벨리스크를 세워 두었다가, 러시아가 등장하면서 다시 알렉산드르 3세의 입상을 세웠다고 한다.

 

받침대의 정면에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머리 둘 달린 독수리가 있고, 남쪽 면에는 시베리아 총독을 지낸 스페란스키의 부조를, 서쪽 면에는 역시 시베리아 총독을 지낸 아무르스키의 부조를, 북쪽 면에는 시베리아 원정대를 이끈 예르마크의 부조를 새겨 놓았다.

 

 

앙가라 강변에는 청춘의 정열과 설렘으로 충만하다. ‘자작나무처럼 늘씬한’ 미모와 몸매를 가진 처녀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곳엔 아직 디카가 생소했던 시기라, 사진을 찍고 촬영 액정 화면을 보여주니 몹시 신기해 하고 즐거워한다.

 

 

이 처녀들 뒤로 보이는 곳은 '유노스지'라 불리는 하중도(河中島). '유노스지'는 '젊은이'를 뜻한다는데, 섬 곳곳에 낭만적인 노천극장을 비롯하여 카페가 즐비하여 젊은이들로 붐빈다.

 

정열적인 러시아인들, 술도 진하게 마시고 사랑에 목숨을 걸고... 연애가 자유로운 이곳의 남녀들은 20대 초중반이면 결혼을 한다고 한다.

 

석양을 배경으로 곳곳에서 청춘 남녀들이 서로 끌어안고 있거나 키스를 하고 있다. 눈길이 닿는 곳에는 언제나 포옹남녀, 키스남녀가 있다. 

 

 

 

 

청춘 남녀들은 담배를 입에 물지 않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우택 형은 “대단히 진보적인 것 같다.”고 하지만, 담배에 대해 예절을 따지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니 러시아에서 흡연이 진보 보수를 가리는 잣대는 될 수 없을 듯하다.

 

 

비 갠 후 쌀쌀한 늦가을 대기 속 앙가라 강변 젖은 계단에 서서 맥주를 마신다. 반팔 윗옷을 입은 우택, 성수 형이 내공에 한계를 느낄 정도로 날씨는 춥다. 해는 숨어 버리고 어두워가는 황혼의 앙가라강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리고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는다.

 

 

 

저녁에는 우리 방에서 뒷풀이 시간을 가진다.

 

맥주를 마시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지고 한 선생은 날 놀리는 재미에 푹 빠졌고, 그리고 낮 시간에 거의 죽은 모습이던 오 선생과 노 선생은 한껏 기분이 올라 술자리는 뜨거워진다. 내일 환바이칼 열차 투어를 앞두고  설레는 맘을 한껏 풀어 놓는다.

 

  ※ 이르쿠츠크 구경 =>  http://blog.daum.net/kheenn/15856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