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4) 바이칼 호수를 끼고 달리는 환바이칼 열차 여행

모산재 2014. 5. 27. 22:32

 

 

제 3일(7월 31일) 바이칼 호수를 끼고 달리는 환바이칼 열차 여

 

 

 

일정이 계획과 달라졌다.

 

이르쿠츠크-슬루잔카-바이칼 항구로 이어지는 환바이칼 열차를 타고 앙가라강이 시작되는 바이칼의 리스트비앙카로 가기로 되었다.

 

아침 7시15분에 만나기로 하고 엊저녁 프론트에 모닝콜을 신신당부해 놓았는데 모닝콜이 없다. 원기 형이 깨우는데 이미 7시다. 황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짐을 챙겨 내려가니 모두들 같은 모습으로 모여든다.

 

아침 도시락을 가져가기로 했는데,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레스토랑으로 가서 급히 빵으로 식사를 때우고 7시 45분에 버스에 올라 출발하다. 

 

 

 

숙소 창 밖, 아침  풍경은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앙가라 강변으로 달리는데 안개가 자욱하다. 몇 걸음 앞서 가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다. 일교차가 큰 탓이리라.

 

     둘째 줄 왼쪽 자리에 앉은 나 : 안개가 잦은가요?

맨 앞줄 오른쪽 자리에 앉은 스베따 : 여름 끝 무렵부터 가을 내내 그래요.

중간 자리에 앉은 병철 형 : 왜 앞에서만 이야기 해!

나 : 안개가 잦은가 물었더니, 여름 끝 무렵부터 가을 내내 그렇다네요. 일교차가 커서 그런 것 같네요.

병철 형 : (뒤를 돌아보며 전달) 여름 끝부터 가을 내내 안개가 낀대.



병철 형의 싱거운 유머에 웃음이 터진다….

 

어쨌든 이번 여행 내내 우리는 가이드의 설명을 제대로 듣는 걸 포기해야 했다. 버스에는 마이크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이들의 육성은 찻소리에 묻히기 일쑤고, 그나마 이들의 우리말 실력은 바로 곁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도 알아듣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8시쯤에 이르쿠츠크역에 도착했는데, 시간이 늦어 간단한 휴대 물품만 들고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1호실, 기관실에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한쪽엔 조리실이 있고, 좌석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있는 특등간이다. 러시아 열차 참 인간적이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꽤 지나서야 이 기차가 환바이칼 유람열차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환바이칼 열차 내부

 

 

 

 

드디어 기차는 출발하고 자작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산과 들, 목조 건물의 전원 마을들을 지나며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푸르고, 숲 또한 상쾌하게 푸른데 야생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어느 새 안개가 사라졌는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10시 쯤 슬루잔카역에 도착한다. 

 

이곳은 이르쿠츠크-울란바타르로 이어지는 대륙횡단 철도와 환바이칼 철도의 분기점이 되는 역이다. 여기서 기차를 바꾸어 탄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식탁이 있는 좌석을 보고도 우리가 탄 기차가 바로 환바이칼 유람열차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니...

 

 

 

약 20분 간의 휴식 시간. 승객들이 모두 쏟아져 나온다. 플랫폼에는 바구니에 담은 물건을 파는 노점 상인들이 열을 지어 섰다.

 

예전 우리 시골 대합실처럼 '선데이서울'쯤에 해당하는 선정적인 잡지를 파는 상인도 있고, 바이칼 특산의 '오물'이라는 반건조 생선을 파는 상인도 있고, 과일도 파는 상인이 있다.

 

 

 

 

바이칼에서만 잡히는 오물(omul).

 

연어와 비슷한 물고기로 플랑크톤과 같은 다른 작은 생물들을 잡아 먹는다. 바이칼 호 주변 브리아트족의 주요 수입원이다. 훈제 오물을 파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화장실을 찾았더니 뜻밖에 2칸짜리 중국식 화장실이다. 문이 없어 몸을 모두 노출시켜야 하는 민망한 화장실...

 

 


다시 기차는 출발한다. 바이칼 호수 언덕으로 접어들며 속도가 느려졌다.

 

허리통이 눈부시게 하얀 자작나무들이 늘어선 사이로 망망대해를 이룬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의 물결이 보인다. 아니다. 보인 것은 물결 아래 투명하게 앉아 있는 몽돌들이다. 강렬한 역광을 반사하는 탓으로 바이칼 푸른 물빛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일행들은 호수가 있는 오른쪽 자리로 옮겨 앉기 시작한다. 차창으로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수영복 차림의 이국인들 모습이 스쳐 지나친다.

 

 

 

시간이 지나며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 모습. 슬루잔카 역에서 사온 맥주를 돌리며 마시는가 했더니, 맥주는 그냥 제공해 준단다.

 

 

기찻길은 호수의 언덕을 깎고 뚫고 만들어진 듯 위태한 언덕을 지나고 터널을 지나기를 되풀이한다.

 

암석이 드러난 산비탈은 투명한 햇살 속에 노랑 파랑 빨강 지천으로 피어난 들꽃들로 잔치를 벌이고 있는 듯하다. 호수에 넋을 잃고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들꽃들에 탄성을 질러댄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들꽃파와 호수파로 나뉘어진다.

 

이쯤에서 내려서 저 아름다운 풍경을 맘껏 즐겼으면... 하고 생각할 때 정말로 기차는 섰다.

 



긴 터널과 다리가 이어진 곳. 20여 분 하차...

 

 

 

 

이 터널은 이탈리아인 건축가가 150여 년 전 하루 5cm씩 뚫어 2년만에 완공했단다. 호수를 향해 돌출한 암벽에 40개의 터널을 뚫느라 공사는 어려웠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같은 길이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평균 공사 비용의 14배나 들어 이 철길이 ‘황금 연결쇠’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공사는 2년 3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환바이칼 철도의 터널은 대부분 아주 짧은데 가장 긴 터널은 807m나 된다.

 


가이드들은 터널과 철교로 사람들을 끌고 가서 공사에 얽힌 이야기를 하느라 난린데, 우리는 뿔뿔히 흩어져서 혹은 들꽃들을, 혹은 바이칼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다. 스베따는 가이드인지 알 수 없을 지경으로 혼자가 됐다. 감기가 걸려 연신 손수건으로 코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처음 보는 아름다운 꽃들, 눈길이 닿는 곳은 모두가 꽃들이라 할 정도로 야생화의 천국이다. 바이칼 호수보다도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들에 더 많은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꽃들의 이름은 나중에 알게 된 것들인데 우리 나라에도 자생하는 것들도 많다. 

 

 

자주꽃방망이

 

 

 

개자리?

 

 

 

딱지꽃?

 

 

 

쑥국화(탠지)

 

 

 

패랭이

 

 

 

분홍바늘꽃

 

  

 

 

 

'황금 연결쇠(Golden Buckle)'로 불리는 환바이칼 철도는 바이칼 항구까지 80km 정도 되는 길을 시속 20km 정도로 느릿느릿 달린다. 경치 좋는 곳에서는 10분에서 1시간 30분까지 관광객들을 풀어 놓는다.

 

승객이 많은 여름에는 여섯 량 정도의 객차를 달고 승객이 적은 겨울에는 달랑 한 량의 객차를 달고 달린다고 한다,

 

 

 

 

산비장이

 

 

 

산형과의 풀... 뭘까?

 

 

 

해란초 종류

 

 

 

자주꽃방망이

 

 

 

제비고깔(델피니움)

 

 

 

점심 시간이 되니 기차에서 점심도 제공해 준다. 맥주도 마실 수 있고 점심도 먹고 참 편안한 유람열차...

 

 


두 번째 정차한 곳은 작은 백사장이 있는 호숫가.

 

마침 점심때라 많은 여행객들이 밖으로 나와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도 하고, 혹은 호수를 한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혹은 수영도 하며 저마다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선이질풀?

 

 

 

철길 안쪽 호수 반대 방향의 풍경

 

 

 

회향

 

 

 

바이칼 너른 물에서 사람들이 물수제비를 뜬다. 나도 조약돌을 골라 던져 보는데 물결이 제법 높이 일어서 물수제비가 멋지게 잘 떠지지 않는다.

 

이러는 날 보고 한 선생은 "바이칼 새우는 호수를 정화하는데, 나는 뭐하나…!" 뭐 이러면서 물수제비를 뜨고 있다면서 날 놀려 먹는다.

 

 


가다가 섰다가….

 

기차는 바쁠 것 없다는 듯 쉬엄쉬엄 간다. 달린다고 하기보다 걷는다고 하는 게 더 낫다. 터널 나왔다고 또 서고, 가이드는 또 설명하고(낙석 방지용 벽이 뭐 어쩌고 회랑이 저쩌고….) 나와 병철 형은 들꽃 찍기에 바쁘다. 터널을 지나 기차가 따라와서 다시 타고...

 

 

 

바위솔

 

 

 

자주황기

 

 

 

 

 

그런데 오후 늦은 시간 갑자기 노 선생이 몸살 기운이 있다며 드러눕더니, 의사 왕진 소동이 벌어졌다. 의사가 영어도 못 알아들어 상호 독백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통역을 해 줄 스베따는 어디로 갔는지..

 

어쨌건 좀 아프다고 의사가 즉시 출동하여 청진기를 갖다 대는 진지한 모습에, 사회주의 의료 체제의 미덕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었다.

 

 

 

8시 30분 종착역 바이칼 항구역(뽀르또 바이칼)에 도착했다. 무려 12시간의 기차여행...!

 

 

 

저 건너편이 바로 우리가 묵을 리스트비앙카! 바이칼의 물이 이곳에서 앙가라 강이 되어 예니세이로 흘러간다. 왼쪽으로는 앙가라 강, 오른쪽은 가없이 푸르게 펼쳐진 바이칼 호수!

 


10여 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도착하니 빅터 씨가 버스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이게 웬일이냐 했더니, 이르쿠츠크에서앙가라 강변 도로를 따라 달려오면 한 시간밖에 안 걸린단다. 이 말에 관광 열차가 얼마나 쉬엄쉬엄 놀면서 온 것인지를 실감한다.

 

 


도시라고 생각했던 리스트비앙카는 작은 마을이다.

 

처음에는 낚시꾼들이 찾던 작은 작은 동네가 관광 붐이 일면서 제법 흥청거리는 모습으로 성장한 것이란다. 리스트비안카란 러시아어로 '낙엽송'을 뜻하는데, 이곳에 낙엽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9시 20분쯤 숙소인 목조 건물에 도착하다. 방의 모든 공간이 나무로 되어 있는데 특유의 나무 향기가 너무나 상쾌하다.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 세면실이 좀 실망스럽긴 하지만...

 

 

 

숙소에서 바라본 리스트비앙카와 바이칼 호수

 

 

 

식사 후 우리 방에서 맥주와 보드카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한다. 상태가 별로 안 좋았던 노 선생은 사혈침으로 피를 뽑고 수지침 맞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10시쯤 저녁 식사. 밥알이 펄펄 날리는 안남미 밥에 오물 구이가 나온 간소한 저녁 식사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느끼한 식사에 모두들 고추장을 꺼내 해결한다. 우택 형이 보드카를 챙겨 잔을 돌리고….

 

 

술이 떨어지면서 모두 흩어지고, 우택 형 오 선생과 함께 깜깜한 어둠에 잠긴 바이칼 호수로 나간다.

 

작은 나이트 클럽 하나가 있는데, 러시아 청춘 남녀들이 어두운 불빛 속에 춤을 추고 있다. 자리가 없어 우리는 바깥에서 맥주를 한 캔씩 마신다. 러시아 소녀 둘이 나타나 관심을 보이고 말을 거는데 영어도 안 되는 그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오 선생이 언어를 뛰어 넘어 이들에게 친근하게 대하자 아마도 함께 온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청소년이 시비하듯 무슨 말을 건넨다. 아랑곳하지 않고 오 선생이 여자 아이를 대하니 뭔가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되고 결국 오 선생을 만류하여 그곳을 벗어난다.

 

 

어둠에 잠긴 바이칼 호수 위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더보기

※ 환바이칼 철도(Circum-Baikal Railway)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포트 바이칼부터 쿨툭까지의 구간을 말한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3세의 명으로 1891년에 착공한 시베리아 횡단철도 공사가 바이칼 구간만 빼고 1900년에 동서구간이 모두 완공되었다. 험준한 산악지역이라서 당시로서는 기술도 부족하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난공사 구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바이칼 구간이 개통되던 1905년 까지는 포트 바이칼 역에서 쇄빙선인 바이칼과 앙가라를 타고 바이칼 호수를 건넌 후 탄호이 역에서 다시 기차를 탔다. 얼음이 두껍게 어는 한 겨울에는 호수 위로 철로를 가설했다.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명으로 유럽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1899년 여름 환바이칼 철도 구간을 착공한 후 1905년에 완공하였다. 가장 난공사 구간이었던 바이칼 역으로부터 쿨툭 역까지 86km 구간에 터널 39개, 회랑(Gallery) 16개 그리고 다리와 같은 인공시설물이 470여개나 된다. 대체로 산을 깎아 철로를 놓았으며 반대로 호안공사(Revetment)를 한 경우도 많았다.


2차로 1911년부터 복선공사를 시작한 후 몇 개의 터널은 안전문제로 새로 만들었다. 1915년 복선공사가 마무리 된 후에야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비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하지만 1956년 앙가라 강에 수력발전을 위한 댐을 만든 후 앙가라 강변에 있던 철로가 모두 물에 잠겨 새로운 철로를 놓아야 했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우회 철로가 바로 그것이다. 물에 잠기지 않은 포트 바이칼부터 쿨툭까지의 구간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제외되어 방치되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 바이칼 호수가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단선만 보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환바이칼 철도는 현재 지역열차와 관광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환바이칼 관광열차는 1주일에 환바이칼 철도를 두 번 왕복하는데 이르쿠츠크 역에서 출발하여 이르쿠츠크 역으로 돌아온다. 수요일과 토요일은 이르쿠츠크 역에서 출발하여 슬류단카를 거쳐 포트 바이칼로 갔다가 페리를 타고 리스트비얀카로 건넌 후 버스로 돌아온다. 목요일과 일요일은 이르쿠츠크 역에서 버스로 출발하여 리스트비얀카로 간 후 페리로 포트 바이칼 역으로 간 후 슬류단카로 떠난다. 마타냐라고 부르는 951번 지역열차는 1주일에 2~4번 오후 1시에 슬류단카를 출발하여 포트 바이칼까지 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