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8) 이르쿠츠크, 아름다운 교회 건물 셋과 '꺼지지 않는 불'

모산재 2014. 6. 3. 16:55

 

제6일(8월 3일) / 아르쿠츠크, 아름다운 교회 건물 셋과 '꺼지지 않는 불'

 

 

6시. 아직도 어두운 시간에 일어났다. 제대로 준비해 놓은 상태가 아닌 듯한 식당에서 먹은 것은 치즈와 빵에다 시큼한 죽 같은 하얀 유 발효 식품. 몇 숟가락 떠 먹다 입에 맞지 않아 숟가락을 내려놓다.

 



7시 유르트에서 출발해 알혼 섬을 떠난다. 선착장으로 건너가니 빅토르 씨와 아들 커플이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낚시를 즐겼던 모양이다. 선착장에서 모두들 생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8시 50분 정든 바이칼을 작별하다.

 


왔던 길을 되짚어 이르쿠츠크로 차는 달린다. 빅토르 씨 뒷자리, 따가운 햇살이 사정없이 들어오는 자리에 아들은 졸고 있고, 동양적으로 아담하고 예쁘장한 그의 연인은 창가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스베따는 조수석에 앉았는데, 부녀가 따스한 눈길과 미소를 자주 보내며 대화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아름답다.

 

 

이르쿠츠크 쪽으로 더 많이 온 도로 중간, 엉겅퀴꽃이 흐드러지게 핀 휴게소(까페) 그늘막에서 '도시락'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다. 한글로 ‘도시락'’이라 적힌 라면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지금까지 먹은 식사 중에서 제일 맛있게 먹는군.”

 

과장된 내 말이지만 러시아에서 우리의 혀를 만족시키는 음식이 그만큼 없었다는 얘기다.

 



바이칼 호텔에 도착하여 환전, 전화 등으로 잠시 시간보내다 역사박물관에 들러 기념품(자작나무 공예품) 등을 구입하는 시간을 가졌다.

 

키로프 광장의 교회 건축물과 데카브리스트 박물관 관람을 위해 나서는 길, 잠시 레닌 거리에서 차를 세우고 레닌 동상과 부근의 거리를 구경하기로 한다.

 

 


 

레닌 거리는 키로프 광장까지 남북으로 관통하는 이르쿠츠크의 중심거리다. 동서로 벋은 칼 마르크스 거리와 교차하는 지점에 레닌 동상이 있다.

 

 


접근한 쪽이 뒤쪽이었는지 레닌 동상은 뒷모습을 보이고 섰다.

 

러시아혁명으로 한 세기 가깝게 세계를 뒤흔든 현실사회주의는 무너졌어도 그 혁명을 이끈 레닌의 동상은 이르쿠츠크의 한 복판에 건재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거리는 아마도 레닌 거리와 마르크스 거리가 서로 만나는 부근의 거리이지 싶다.

 

 

 

 

 

과연 '시베리아의 파리'라 할 정도로 이르쿠츠크의 거리와 건물은 아름답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활기차다. 연신 입을 쪽쪽 맞추며 걷는 연인들의 모습도 보기 좋다.

 

서유럽풍의 아름다운 건물과 거리, 그리고 문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제정 러시아 시대 프랑스 문화의 세례를 흠뻑 받고 이곳으로 유배온 데카브리스트이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하루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르쿠츠크 거리를 자유롭게 산책해 봤으면 좋으련만... 레닌 거리나 마르크스 거리에는 유럽풍의 건물이 가득하고 유명한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다는데...

 



그리고 레닌 거리의 북쪽 끝 키로프 광장(끼로바 광장)으로 이동한다. 키로프 광장 주변에는 이르쿠츠크가 자랑하는 아름다운 교회 건물들과 전사자를 추모하는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

 

키로프 광장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광장 이름은 1935년에 암살 당한 러시아 혁명가 키로프의 이름에서 따 온 것. 광장 주변에는 이르쿠츠크 주정부 청사, 러시아 중앙은행 이르쿠츠크지점, 시청, 이르쿠츠크 국립언어대학교, 꺼지지 않는 불, 그리고 셋이나 되는 크고 아름다운 교회 등 주요 시설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칠일장이 섰다는 이 광장에는 19세기 말에 세워진 카잔스키 대성당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르쿠츠크 건축물 중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이 성당은 스탈린 시대인 1932년 철거되었고 건물 잔해는 키로바 광장을 메우는데 이용되었고 한다. 카잔스키 대성당이 있던 그 자리에는 지금의 주청사가 세워졌고 그 앞에는 카잔스키 대성당의 첨탑 하나만 흔적처럼 따로 세워져 있다.

 

 

 

● 폴란드 성당(림스키 성당)

 

폴란드 성당은 이르쿠츠크에 단 하나뿐인 카톨릭 성당으로 림스키 성당으로 불린다. 원래 목조 성당이었는데 불탄 뒤 이르쿠츠크로 유배된 가톨릭 신자들의 헌금으로 고딕 양식의 단아한 석조 성당으로 지었다.

 

1987년에 성당의 건물을 수리한 후에 성당 안에 독일에서 특별히 주문한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하여 오르간 홀이 되었다. 현재는 이르쿠츠크 필하모니 제 2 연주(오르간)홀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 보고야브렌스키 성당(주현절 성당) 

 

이르쿠츠크에 있는 교회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전형적인 정교회 성당으로 주현절(主顯節)성당으로도 불린다. 1693년 목조 건물로 신축했으나 1716년 화재로 소실되고 1746년에 석조로 재건축되었다.

 

10월 혁명 이후 소비에트 공산당에 의해 빵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국가 유적으로 인정받아 성당 본래 모습을 찾았다.

 

이 성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집회를 갖거나 중요한 성명을 발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건물 외부에는 처음으로 기하학적인 문양과 동식물의 모양을 조각하는 장식 기법을 사용했다. 약 300 가지 색상의 타일을 이용하여 꽃과 전설 속의 이야기들을 묘사하였다. 당시 타일 제작의 비밀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 스파스카야 교회(구원자 교회)

 

이르쿠츠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주 정부 청사 건물 후문을 등지고 오른쪽에 있다. 현재 이 건물은 향토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1672년에 만들어진 목조 건물이었으나 1710년에 석조 건물로 비뀌었다. 이르쿠츠크에서 두번째로 지어진 석조 건물인데, 이르쿠츠크 뿐만 아니라 동시베리아 전체에서 보존 가치가 가장 높고 오래된 건물이다.

 

 

 

 


1850~1860년대 말에 걸쳐 교회의 종탑을 세웠고(이르쿠츠크 대화재 때 종이 소실되어 지금은 종탑에 종이 없다), 20세기 초에는 교회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까지도 벽화로 장식했다. 3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그림은 맨 왼쪽에는 원주민인 부랴트인들의 세례식, 오른쪽 끝에는 이르쿠츠크 지역 정교회의 첫 주교였던 이노켄트 대주교의 서품식, 그리고 중앙에는 그리스도의 세례 장면이 그려져 있다.

 

 



키로프 광장에서 앙가라 강변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전쟁기념관이 있고 거기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때 이르쿠츠크 시민 21만여 명이 전쟁에 나갔지만 그 중 5만여 명이나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1975년 5월 8일에 세웠는데, 모스크바의 레닌그라드 거리의 무명용사 공동묘지에서 불을 릴레이로 가져왔으며 그곳 공동묘지의 흙도 가져왔다고 한다.

 

'베츠느이 아곤'이라고 불리는 이 불꽃을 5명의 학생들이 군인 복장을 하고 지킨다고 하는데, 이 불꽃을 지키는 영예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고 이들에게는 큰 자랑이 된다 한다. 이곳은 신혼부부들이 찾아와 영원한 사랑의 맹서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나라 사랑이 일상과 밀착한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꺼지지 않는 불꽃' 앞에는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다음은 이르쿠츠크의 마지막 여정인, 중앙시장 부근에 있는 데카브리스트 기념 박물관의 하나인 발콘스키의 집으로 이동한다.

 



※ 이르쿠츠크 관광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