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바이칼 여행

몽골 바이칼 여행 (5) 광활한 시베리아 초원 지나 알혼섬 가는 길

모산재 2014. 5. 29. 18:32

 

제 4일(8월 1일) / 광활한 시베리아 초원 지나 알혼섬 가는 길

 

 

 

 

7시에 일어나 아침으로 감자전과 버터, 소시지 조각을 간단히 먹는다.

 

오늘은 알혼섬으로 가는 날, 배낭을 챙겨 나오는 일행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차 있고 행복한 모습이다. 이곳도 바이칼이건만 모두들 알혼섬에 가야만 진짜 바이칼 호수를 본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숙소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 좁은 공간에서 화각을 맞추려고 뒤로 드러누우며 사진을 찍는 내 모습에  모두들 웃음보가 터진다.

 

 

 

 

 

버스에 오르니, 빅토르 씨와 함께 스베따의 남동생과 그의 여자 친구도 동승해 있다. 스베따의 어머니와 남편 빼고 총출동이다.

 

 

앙가라 강 입구를 끼고 달린다. 알혼섬 가는 길이 바이칼 호숫가로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호수쪽은 지형이 급해 앙가라 강을 따라 가다가 뒤로 돌아 가는 모양이다.

 

바이칼과 앙가라강이 만나는 물 한가운데 샤먼바위가 있다는데, 언뜻 자그마한 바위가 보이긴 했는데, 긴가민가한다. 물살이 빨라 이곳 또한 겨울에도 얼지 않는데 부랴트(Buryat) 무당은 이곳에서 바이칼 신에게 제사를 드린단다. 바이칼 호수를 신성시한 원주민들은 범죄자를 해질녘에 이 바위 위에 올려 놓는데, 다음날 아침에 살아 있으면 바이칼 신이 무죄를 인정한 것으로 보고 살려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샤먼바위에는 앙가라강의 형성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바이칼 할아버지에게는 336명의 아들들과 아리따운 외동딸 앙가라가 있었답니다. 바이칼은 외동딸을 이르쿠트라는 용감한 청년에게 시집보내고자 했습니다. (이르쿠트는 앙가라로 유입되는 물결이 좀 사나운 강입니다. 이르크츠크라는 도시이름이 바로 이 강 이름에서 온 것입니다.) 그런데 바이칼에 사는 갈메기들이 멀리 북쪾에 있는 예니세이라는 청년이 멋있다고 앙가라에게 알려줍니다. (예니세이강은 앙가라 강이 흘러 유입되는 강이름입니다.)

이 때부터 앙가라 는 예니세이를 사랑하고 그리워합니다. 이를 안 바이칼 할아버지는 앙가라를 감시하지만 앙가라는 아버지가 잠든 사이 몰래 도망을 갑니다. 바이칼이 잠에 깨어 도망가는 딸에게 큰 바위를 집어 던지고 앙가라는 이 바위를 맞고 죽습니다. 오늘도 앙가라는 연모했던 예니세이를 향해 흐르고 있습니다.

 

 

 

이르쿠츠크를 향해 넘어가는 길은 마을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소나무와 자작나무의 숲길이다.

 

스베따가 러시아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프린트까지 준비했다. 한 단어씩 한 문장씩 읽기를 시키더니 개별적으로 돌아가면서 발음을 시킨다.

 

 

이르쿠츠크 가까운 주유소에서 도시락을 싣느라 잠시 쉰 다음, 차는 알혼 섬을 향해 달린다. 이제 숲길은 사라지고 긴 풀이 자라는 초원이 가없이 펼쳐진다.

 

 

 

 

 

 

모두들 창가에 카메라를 대고 사진 찍기가 바쁘다. 아무리 달려도 녹갈색 평원과 푸른 하늘...

 

그리고, 멀리 혹은 가까이 소떼들. 도로를 어슬렁거리는 놈들도 만나고, 또 차에 받혀 죽은 어미소 옆에 송아지가 지키고 선 풍경도 만나고….

 

도로변엔 간혹 농작물 밭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어쩌다 보이는 민가는 하나같이 목책 울타리 안에 감자밭을 보듬고 있다.

 

 

 

 

 

 

 

그렇게 두어 시간 달렸던가. 오르막길이 한동안 계속되는데 저 멀리 등성이에 자작나무들이 반원처럼 둘러선 풍경이 나타난다. 차는 고개 위에서 멈췄다.

 

길 오른 편 자작나무 가지들엔 오색의 천조각들이 매달려 있고. 솟대 비슷한 것들이 솟아 있다. 몽골의 오보와 비슷한 부랴트(Buryat)족의 서낭당, '우스찌아르다 세르게'라고 한다.

 

 

 

 

우리의 성황당과 비슷한 부랴트족의 세르게는 2천 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데 길목이거나 성스러운 장소에 세우며, 모든 생명을 상징한다고 한다. 말뚝 위로는 홈을 파서 세 부분으로 나누어 놓았는데 각각 하늘의 신, 샤먼 그리고 보통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말뚝은 인간과 신을 연결해주는 신목인 셈이다.

 

 

안내판에 적힌 내용은 무엇일까...

 

 

 

 

알아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라고 한다.

 

 

존경하는 손님들과 여행객 여러분! 당신은 우스찌-오르딘스크 부랴티야 자치구역의 기가 활발한 곳에 있습니다. 예로부터 이 자리에서 나그네들이 휴식하고 이 땅의 주인인 에쥔 신에게 경의를 보냈습니다. 이는 선하고 현명한 풍습이었습니다. 당신도 현명하고 선한 사람이길 기원합니다.

이 곳에 에너지의 아우라에 해로운 것을 가져오지 마세요.

  - 쓰레기, 빈병, 음식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별도로 특별히 준비된 곳에 버리거나 가져가 주세요.
  - 만약 당신이 지역민들의 종교적인 견해에 함께 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수 세기에 걸친 지역 풍습으로 존중해 주세요.
  - 당신은 부리야트 풍습에 따라 나뭇가지에 천을 매달 수 있고, 에쥔 신에게 제물을 가져올 수 있고, 기도문을 낭독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땅이 청결하고 자신의 영혼이 청정하도록 노력해 주세요!

 

 

 

 

 

"이곳에서 고사를 지내지 않고 차를 몰면 꼭 사고가 나요." 스베따의 말이다.

 

 

스베따의 가족들이 바리바리 준비해온 음식물들을 차에서  내린다. 소시지, 돼지고기 편육, 보드카, 딸기 잼 음료 등 정성껏 준비했다. 

 

스베따 가족들이 준비해온 이벤트가 있다고 하더니 아마도 이 의식을 치르는 것을 말한 모양이다. 

 

 

 

 

 

보드카는 음복하고, 준비한 동전을 던진다. 스베따는 천조각을 나눠주며 모두 하나씩 매달게 한다. 한 선생이 괜히 내게 와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기도하란다. 어젠 바이칼 새우 이야기 하며 놀려 대더니...

 

그리고 스베따의 동생과 그 연인도 나란히 서서 기원하며 천조각을 매단다.

 

 

 

 

 

병철 형이 단소를 분다. 음복하느라 보드카를 한잔씩 마시고 ‘업’된 분위기에서 단소 가락이 울려퍼지자 '진도아리랑'이 흘러 나오고, '한오백년'을 부르고, 나와 임 선생이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흥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그냥 여기서 놀자.

 

브리야트 서낭당에서 때 아닌 한국식 춤판...

 

 

짧은 시간의 추억을 만들고 다시 그림처럼 펼쳐지는 초원 속을 차는 달린다.

 

 

 

 

 

 

 

 

지루할 정도로 초원으로만 이어지는 길, 자작나무숲이 종종 나타난다.

 

 

 

 

 

자작나무는 부랴트족에겐 신이 강림하는 성수다. 러시아인들도 사람을 보호하는 신의 선물로 여겨 집 주위에 자작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또한 새하얀 껍질을 잘 벗겨서 사랑의 편지를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사랑의 나무로 알려져 있다.

 

 

 

 

 

잠시 중간에 차가 쉬어간 곳, 카페 건물인 듯...

 

 

 

 

 

지느러미엉겅퀴를 닮은 엉겅퀴는 꽃이 우리의 엉겅퀴에 비해 배 이상으로 크고 탐스럽다.

 

 

 

 

 

엉겅퀴 꽃밭 너머로 보이는 부랴트족 마을

 

 

 

 

 

 

갑자기 나타나는 은색의 기마동상. 알고보니 우스찌 오르딘스크 시의 표식물이란다. 오르딘스크는 부랴트 민속박물관이 있는 작은 도시...

 

 

 

 

 

알혼 섬을 향해 외길로만 달려온 차가 12시 반이 넘을 무렵에야 부랴트족들이 사는 큰 마을에서 처음으로 갈림길을 만났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자작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덮인 산 언덕길로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숲길이 계속된다. 그 언덕길을 넘어서자 숲속에 넓은 공터가 나타나는데, 이곳도 세르게가 있다.

 

 

 

 

 

많은 차량들이 멈춰 서 있는데, 여행객들이 도시락 식사를 많이 하는 곳이다. 세르게 옆엔 도시락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고 았다.

 

우리도 여기서 스베따가 준비해온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밥과 닭고기 도시락에다 사과, 토마토, 쵸콜릿, 사과주스, 케익 등 양이 많아 대부분 남긴다.

 

 

 

 

 

 

도로변에는 부랴트 사람들이 블루베리와 산딸기를 팔고 있다>

 

 

길은 어느 사이 비포장도로다. 오후 3시가 넘을 무렵 다시 초지가 펼쳐진다.

 

5년 전 지진으로 생겼다는 작은 소금 호수를 지난다. 초원 여기 저기 바퀴 자국들이 많은데, 19년 전만 해도 길 없이 달렸다고 한다.

 

 

 

 

 

드디어 바이칼 호수가 눈 아래로 펼쳐지고, 오른쪽 멀리 알혼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빅토르 씨가 사히우르타 마을을 가리킨다. 예전 바이칼에서 운행하는 배들을 수리하던 곳으로, 그래서 마을 이름을 MRS(Motors Repair Service)라 부른단다.

 

 

 

 

 

 

오후 4시가 거의 다된 시간, 알혼섬 앞 바이칼 호수에 도착하다.>

 

어제 보았던 호수와는 너무나 다르게 짙푸른 빛깔. 바람이 서늘하고, 물결의 출렁임도 예사롭지 않다. 건너편 빤히 보이는 곳이 알혼 섬의 최남단. 왼쪽으로는 작은 바다(말로예 모레), 오른쪽으로는 망망대해의 넓은 바다(발쇼예 모레)가가 펼쳐진다.

 

 

 

 

 

 

알혼섬으로 가는 이 선착장은 알혼스키 호협으로 좁은 목으로 작은바다와 큰 바다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그래서 말로예 모레 선착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빅토르 씨와 아들 커플은 이 곳에 남고, 우리는 배를 타고 알혼섬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