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괴산 산막이옛길 (1) 그림 같은 한반도 지형 전망하며 걷는 괴산호 등산길

모산재 2012. 10. 23. 00:32

 

산이 막아선 깊은 골짜기에 있다는 충북 괴산의 산막이옛길은 아름다웠다. 강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를 따라 조성한 숲길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없진 않았지만 자연스러웠고 편안한 길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괴산에는 시외버스터미널과 시내버스터미널이 따로 있다. 시내버스터미널에서 수전행 버스를 탄다. 강을 건너 구불구불 달리던 버스는 다시 강을 되건너기 전 외사리 마을 입구에서 떨어뜨려 주고는 강을 건너가 버린다.

 

'수전'이 뭔 뜻인가 했더니 '수력발전'의 준말이다. 수력발전 관련 시설이 있는 수전(水電)을 지나 10여 분 걸어가니 산막이옛길에 이른다. 남한강 상류인 달천(達川)을 가로질러 만든 괴산댐은 수력발전을 위해 1957년에 완공하였다고 하는데 이 호수를 이곳에서는 수전지(水電池)라 부르는 모양이다. 

 

 

호수를 낀 탓으로 안개가 자욱하다.

 

 

 

길이 시작되는 곳의 윗마을이 사오랑이라는 이름의 마을인데, 산막이옛길은 이곳에서부터 산막이마을까지 흔적만 남아 있는 옛길에 데크를 설치하는 등 걷기코스로 정비하여 지난해에 개통했다고 한다.

 

괴산호를 따라 4㎞쯤 되는 산책길이 분위기가 호젓하고 풍광이 아름다우니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단다. 십 리 길을 걸어 들어갔다가 유람선을 타고 나오는 코스도 사람들의 마음을 끌 만하다.

 

 

출발지에서 여주와 호박 열매가 매달린 이색 터널을 경험해 본다.

 

 

 

지난 태풍으로 호박이 떨어져 매달아 놓은 것이 많다.

 

 

 

산막이옛길 출발점이 되는 고개에는 안내판과 기념석비가 서 있다.

 

 

 

안내판에는 한반도 지형이 지도 그대로 너무도 또렷이 그려져 있어 자못 호기심을 자아낸다. 영월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만큼이나...? 

 

 

 

산막이옛길에는 다음과 같은 26개소의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고인돌쉼터, 연리지, 소나무동산, 소나무 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연화담, 망세루, 호랑이굴, 매바위, 여우비 바위굴, 옷 벗은 미녀 참나무, 앉은뱅이약수, 얼음바람골, 호수전망대, 괴산바위, 괴음정, 고공전망대, 마흔고개, 다래숲 동굴, 진달래 동산, 가재연못, 산딸기길, 풀과 나무의 사랑, 신령 참나무, 시련과 고난의소나무

 

이들은 거의 대부분 산책로에 몰려 있는데, 나중 돌아올 때에 체험하기로 하고 먼저 등산로를 타기로 한다.

 

먹을 것을 준비하지 못해 잠시 들른 사과 농장 속의 가게. 조각 작품이 재미 있어 담아 보았다. 사서 모은 것이라는데, 안주인의 취미 생활이 참 특별하다 싶다. 누구 작품이냐는 물음에는 답이 없다.

 

 

   

 

 

   

 

 

산막이옛길의 첫번째 볼거리는 바로 사과농장을 통과하는 길가에 자리잡고 있다.

 

인돌쉼터와 연리지가 바로 그것이다.

 

 

큰 바위들이 여럿 놓여 있는 풍경이 남방식 고인돌 비슷하여 이름을 그리 지은 모양이다. 길 가던 나그네가 쉬어 갈 만한 풍경이다.

 

 

 

 

바로 그 아래에는 세 기의 무덤이 있고 무덤 앞에는 갈참나무 세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이 나무가 연리지를 이루고 있다.

 

 

 

 

고인돌 쉼터를 지나는데 사과 농장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스님이 사과를 따고 있다. 간식으로 먹으려 사과 두 개만 사자 하였더니 두 개에 5천원을 달랜다. 너무 비싸다 하니 마지 못한 듯 작은 사과 하나 더 건네준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한쪽에 괴산호 전망데크. 하지만 안개가 자욱하여 호수의 전망은 틀렸다.

 

 

 

 

'소나무동산'이라 부르는 산길로 접어든다. 낮은 솔밭 언덕 위로 오르자 '정사목'이란 이름의 소나무가 나타난다.

 

 

얽혀 있는 소나무 줄기의 모습이 남녀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연상시킨단다. 

 

 

 

그리고 처음으로 보는 특이한 식물. 이것이 붉은사슴뿔버섯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맹독을 가진 버섯이라는데, 먹을 경우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하고 얼굴 피부가 벗겨지고, 탈모, 소뇌 수축으로 인한 언어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노루가 물을 먹었다는 작은 골짜기, 노루샘에서 길은 갈라진다. 호수를 따라 곧장 가면 산책로요, 오른쪽 산길로 오르면 등산로다.

 

 

노루샘 아래에는 연화담(蓮花潭)이란 작은 못을 조성해 놓았다. 원래 벼를 심었던 손바닥만한 논이었던 곳을 연꽃을 심어 만든 연못이다.

 

 

 

 

연못가에는 층꽃나무와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가을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그리고 연화담 아래에는 망세루(忘世樓)라는 이름의 지붕 없는 정자를 만들어 놓았다.

 

 

이름이야 정자이지만 전망데크 수준이다. 괴산호를 바라보며 세상의 시름을 잊는 누각이라는 뜻. 남매바위라는 바위 위에 세운 것이라 하는데 시설물에 가려 발밑을 확인할 수 없다.

 

안개 너머로 피안이 흐릿하게나마 모습을 드러낸다.

 

 

 

애초에 마음 먹은 대로 노루샘에서 등산로를 선택해 산길로 접어든다. 여기서부터 산막이마을까지의 등산로는 4.4km, 한반도전망대에서 진달래동산으로 바로 내려오면 2.9km. 일단 한반도전망대까지 가서 선택하기로 한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 암벽에는 콩짜개덩굴을 닮은 덩굴풀이 보인다.

 

 

이 녀석의 정체를 두고 한참 고민을 한다.

 

콩짜개덩굴로 보기엔 덩굴줄기가 굵고 잎이 광택이 없을 뿐 아니라 관목의 잎처럼 많이 넓적하다. 무엇보다 갈색 포자를 뒷면에 단 길쭉한 포자엽이 보이면 콩짜개덩굴이 맞을 텐데 그것도 안 보이네. 게다가 남해안 상록수 숲에 자생하는 콩짜개덩굴이 중부지방 내륙 산간에 자생한다니...

 

갸웃갸웃하며 다른 암벽에 붙어 있는 녀석을 멀찍이서 담고 가파른 산길을 다시 오른다. (나중 확인하다보니 이게 애기석위인 듯하다. 잎이 넓적한 것이 낯설긴 하지만...)

 

 

방아풀이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산 중턱에는 흰 꽃을 피운 투구꽃이 흔하다. 노랑투구꽃인가 했으나 가까이 다가서서 살피니 꽃이나 잎 모양이 다르다.

 

 

 

 

말불버섯이 아주 흔하게 보인다.

 

 

 

갈림길에서 위험한 길을 버리고 편한길을 선택한다.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는 길을 피해서다. 그러고보니 어느 사이 안개지역을 벗어나 햇살 속을 오르고 있다.

 

 

 

그렇게 하여 올라선 봉우리는 등잔봉(450m).

 

그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어머니가 등잔불을 켜 놓고 100일 치성을 올렸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이름이다. 

 

 

등산로는 괴산호를 병풍처럼 감싸듯 평탄하게 이어진 능선길이다. 가파른 비탈 나무 숲 사이로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괴산호와 건너편에 우람하게 솟은 군자산(948m)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상쾌하다.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것이 좀 아쉬울 뿐...

 

 

 

얼마쯤 걷다가 나타나는 전망 지점이 있어 내려다보니 한반도 지형이 나타난다. 한반도 지형이라 했지만 다소 어설프다. 전라도 땅이 거의 사라진 듯한 모습...

 

 

 

 

그 상류로 어슴프레 보이는 산막이마을.

 

 

 

길은 한반도 지형을 거의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천장봉(해발 437m)을 지나 삼성봉(해발 550m) 아래  능선으로 이어지다 산막이 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말불버섯 종류로 보이는 버섯이 아주 지천이다.

 

 

 

능선길 모습

 

 

 

천장봉과 한반도전망대를 향하여 길은 계속 이어지고...

 

 

 

노랑먹물버섯일까 싶은 귀여운 버섯도 만난다. 요 앙증맞은 것이 좀 지나면 먹물을 흘리는 잿빛 버섯으로 바뀌게 된다.

 

 

 

능선길 풍경. 30~50년 수령의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안개가 제법 걷히며 괴산댐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솔숲으로 난 능선길.

 

 

 

애기꾀꼬리버섯으로 보이는 버섯들

 

 

 

드디어 한반도지형 전망대에 도착.

 

소나무 사이 바위 끝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아침부터 올라와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안개가 말끔히 걷히지 않은 풍경... 전라도 땅이 잘려나가버린 한반도 지형도 아쉽다. 

 

 

 

 

유람선은 유유히 떠 가고...

 

 

 

멀리 괴산댐이 모습을 환하게 드러낸다.

 

 

 

이곳에서 바로 진달래동산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지만, 천장봉을 지나 산막이마을까지 등산로를 완주하기로 한다.

 

 

 

가을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 

 

불꽃처럼 핀 조밥나물 노란 꽃

 

 

 

엉겅퀴를 연상시키는 순백의 삽주 꽃

 

 

 

그리고 미인의 인술을 연상시키는 나도송이풀의 연홍색 꽃

 

 

 

만나는 버섯들도 다양하다. 

 

금발머리 같은 갓을 가진 버섯은 비늘버섯류로 보이고, 그 주변의 버섯은 구름버섯인 듯하다.

 

 

 

능선을 따라 솟은 최고봉인 삼성봉 아래에서 길은 산줄기를 따라 마을을 향해 내려선다. 

 

그곳에서 만난 '신령참나무'란 이름표를 단 나무

 

 

어느 나뭇꾼이 이 나무를 베려고 톱질을 하니 나무가 웅웅 울어대면서 나뭇꾼의 팔에 힘이 빠져나가 베기를 그만두고 돌아갔다는 전설이 있단다.

 

 

조금 더 내려가니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거기에는 '시련과 고난의 소나무'라는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

 

 

 

일월비비추에는 열매가 달렸다.

 

 

 

능선길도 역시 소나무 숲길...

 

 

 

며느리밥풀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흔하고 흔하게 흐드러지게 핀 산박하꽃, 너무 홀대한 듯하여 담아보았다.

 

 

 

습지가 아닌 곳에 자라는 고마리가 신기하여 담아보고...

 

 

 

그리고 마침내 산막이마을에 들어섰다.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며 점심 식사를 대신하기로 한다.

 

막걸리 반 주전자를 마시고 얼근한 기분으로 선조 때의 문신 노수신이 귀양살이를 했다는 곳에 서 있는 수월정水月亭)이란 정자로 향한다. 

 

 

수월정에서 바라본 산막이마을의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롭다. 마을 뒤편으로 지나왔던 등산로의 능선들이 그대로 보인다.

 

 

<계속> 산막이마을의 수월정 => http://blog.daum.net/kheenn/15855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