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괴산 산막이옛길 (3) 산막이마을까지 호수를 따라 도는 아름다운 산책길

모산재 2012. 10. 26. 16:10

 

문정대비의 동생 윤원형 일파가 꾸민 을사사화와 양재역 벽서사건에 휘말려 진도에서 기나긴 19년 간 귀양살이하던 노수신이 마지막 두 해를 귀양살이했던 수월정(水月亭)을 돌아보고 마을 앞 호수 앞으로 난 산막이옛길을 걷는다.

 

예전에 30가구가 넘게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촐해진 마을. 이곳도 투기 대상이 되어 이곳 땅의 대부분은 서울 등 외지 사람들의 것이 되어 버렸고 오직 네 가구만 남았단다. 산막이옛길이 생긴 뒤에 북적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듯하다. 

 

 

 

수월정 앞 호수에는 쪽배를 탄 강태공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인 듯 낚시줄을 휘두르는 장면이 아름답다. 

 

호수 건너편으로 산막이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갈은(갈론)마을과 갈은구곡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살짝 보인다.

 

 

 

천장봉 한반도 전망대서 내려다보던 한반도지형이 산막이마을을 병풍처럼 감싸듯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 바위병풍이 아마도 연하구곡의 하나였으리라.

 

 

 

 

 

60여 년 전 호수가 되기 전 달래강이라 불렸다는 달천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강줄기를 따라 곳곳에 절경을 이루고 있는 연하구곡 기암 절벽 아래로 얕게 흐르는 강물, 그 강물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섶다리와 징검다리. 섶다리를 따라 지게를 지고 건너는 마을 사람들...

 

연하구곡과 징검다리는 물 속에 잠겼고 지게를 진 사람들은 사라져 이젠 그런 그림들이 현실 속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지만, 복원된 옛길을 걸으며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마을 앞 선착장에서는 유람선이 쉴 새 없이 외지에서 몰려온 유람객들을 실어나른다.

 

 

 

 

마을 입구 빈 언덕을 한 구비 도는 산딸기길을 따라 걸으며 눈은 자꾸만 유람선으로만 향한다.

 

 

 

 

가재연못 근처에서 만난 나도송이풀 꽃

 

 

 

마을로 들어서는 마지막 굽이에 있는 진달래동산에는 시의 감흥를 느껴보는 곳. 천장봉에서 하산하는 길이 있어 하산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능선의 등산로로 산막이마을을 찾아왔다가 이제 호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는 산책로를 통하여 마을을 벗어난다. 산책로의 길이는 2.5km , 30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

 

어린 고비들이 흔하게 보여 담아 보았다.

 

 

 

'다래숲동굴'이라는 덩굴 터널을 지나며 바라본 산막이마을 앞 호수 풍경.

 

 

 

천장봉에서 흘러내린 가파른 비탈과 절벽이 호수와 만나며 아슬아슬하게 이어졌던 길은 목재데크 등으로 안전하게 복원해 놓았다. 복원된 산막이옛길은 마을 주민들이 힌들게 다녔던 위험한 길이 아니라 휠체어나 유모차가 들어와도 될 정도의 편안한 길이다. 

 

바위 벼랑과 호수 사이로 난 40계단의 이 나무데크길을 '마흔고개'라 명명해 놓았다.

 

 

 

뜻밖에 덩굴닭의장풀을 만난다. 참으로 오랜만이라 반갑다.

 

 

 

 

그리고 40m 절벽 위에 세웠다는 고공전망대가 나타난다.

 

그 전망대 위에서 호수의 풍경을 담으려 들어서려는 순간 어느 부부가 먼저 발을 들여 놓더니...

 

글쎄 이런 황당한 행동을 한다.

 

 

 

도시락 먹을 만한 장소가 많은데... 어떻게 하면 저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어 지켜보지만 의식하는 눈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지형과 호수, 깨끗한 전망의 사진 한 장 담고자 하는 기대는 순간의 방심으로 어긋나버리고 그냥 이렇게 비껴서서 산막이마을 방향을 담고선 물러서고 만다.

 

 

 

느티나무 줄기 위에 전망 데크를 만들고 '괴음정'이라 이름 붙여 놓았는데, 참 부자연스럽다. 데크에 이상이 있는지 출입금지돼 있어 그나마 다행...

 

 

 

'뫼 산(山)'자 모양의 바위에는 '괴산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산막이마을과 군자산(948m). 군자산에서 산막이마을로 깊은 골짜기로 흘러내리는 곳에 갈은(갈론)마을과 갈은구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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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은구곡(갈론구곡)

 

갈은구곡(갈론구곡)은 괴산호 안쪽 산막이마을 건너편 갈론마을이 있는 군자산 골짜기를 가리킨다. 갈론마을을 지나 2-3㎞남짓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비경으로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하여 갈은동문, 갈천정, 옥류벽, 금병, 구암, 고송유수재, 칠학동천, 선국암이 9곡을 형성하고 있다.

제1곡 갈은동문(葛隱洞門) : 갈은구곡 입구로 우측 산 중턱에 집채만한 바위에 갈은동문이란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제2곡 갈천정 : 갈천씨의 백성이 은거한 장소로 갈론마을의 지명 유래가 된 곳이다.
제3곡 강신대 : 신선이 내려온 바위가 있다.
제4곡 옥류벽 : 시루떡처럼 생긴 암석이 층층이 쌓인 바위로 구슬같은 물방울이 흐르는 절벽이다.
제5곡  금병 : 비단병풍을 두른 듯한 바위 절벽
제6곡 구암 : 거북모양의 바위
제7곡 고송유수재 : 옛 선비들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노송숲에 정자터와 부엌자리 등이 남아 있다. 

제8곡 칠학동천 : 일곱 마리 학이 살았다는 골짜기
제 9곡 선국암 :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위 바위위에 음각해 놓은 바둑판이 남아있다.

 

 

그리 길지 않은 길이지만 산막이옛길의 중간 지점엔 나무데크로 만든 '호수전망대 쉼터'가 있다.

 

 

 

찬 공기가 흘러나오는 '얼음바람골'을 지나면 '앉은뱅이약수'.

 

앉은뱅이가 물을 마시고 걸어갔다는 약수라는데, 기대와는 달리 물맛은 미지근하여 별로다. 나무 줄기에 관을 박아 놓았는데, 자연친화적으로 생각한 것인지 모르지만 마음이 참 불편하다.

 

 

 

참 괜찮은 산막이옛길이지만 군데군데 나무를 학대하는 상징물이 많다. 소나무출렁다리가 그렇고 느티나무 줄기 위에 조성한 나무데크 '괴음정'도 그렇다.

 

참나무가 두 줄기로 자라면서 엉덩이 모양을 이룬 것에는 '미녀 엉덩이 참나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바로 곁에는 '스핑크스바위'

 

 

 

산 언덕에는 부들레야 꽃이 곳곳에 피어 있는데, 자연 숲길에 원예종을 식재한 것은 그리 어울리지 않은 발상... 

 

 

 

커다란 바위 아래로 바위굴이 잇어 '여우비 바위굴'이라 이름했다.

 

해빛이 쨍쨍한데도 지나가듯 내리는 비, 여우비를 피할 만한 공간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길 위로 보이는 '매바위'. 매가 앉을 만한 바위 같기도 하고 바위가 매의 머리처럼 매섭게 보이기도 하는 바위.

 

 

 

'호랑이굴'. 1968년까지 실제로 표범이 드나들었다는데 글쎄...

 

 

 

느릿느릿 걸어오다보니 어느새 아침에 등산로로 접어들었던 갈래길 지점 노루샘까지 왔다.

 

 

안개가 말끔이 가시고  연화담(蓮花潭)과 망세루(忘世樓), 그리고 아침에 보지 못했던 괴산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농사를 짓던 사람들에게 쌀 두어 되쯤 보태주었을까 싶은 작은 천수답은 유람객들을 위한 연꽃 연못이 되었고...

 

 

 

모내기를 끝내고 농사꾼이 잠시 땀을 식혔음 직한 소나무 그늘에는 너른 호수를 바라보면 외지인들이 세상에서 떨치지 못한 근심거리를 떨치는 쉼터가 만들어졌다.

 

 

나무 데크 아래에는 '남매바위'가 있다고 하는데, 거기엔 전설이 없는 걸까. 

 

 

호수 건너편으로 보이는 군자산 정상

 

 

 

상류쪽 한반도지형의 서해안에 해당되는 방향.

 

 

 

칠성면에 있어 한때는 칠성댐, 칠성호, 칠성수력발전소를 불렸던 괴산댐, 괴산호

 

 

 

 

이렇게 망세루에서 시원스레 펼쳐지는 괴산호 풍경을 조망한 다음 산막이옛길을 벗어난다.

 

 

층꽃나무 너머로 보이는 연화담과 망세루

 

 

 

 

갈은구곡의 위치를 처음부터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일정이 좀 빡빡하더라도 이 날 다녀왔으면 좋았을 것을... 산막이마을 건너편에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을 몰랐으니 아쉽기만 하다.

 

유난히 구곡이 많은 괴산. 확인해보니 달천의 상류에 괴산의 구곡이 거의 다 모여 있다. 갈은구곡 외에도 화양구곡, 선유구곡이 있다. 그리고 군자산 너머 쪽 다른 지천에는 쌍곡구곡이 있으니...

 

 

     ☞ 산막이옛길 등산로, 한반도지형 => http://blog.daum.net/kheenn/15855877

 

 

※ 산막이옛길 등산로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