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에 출발하는 금강소나무숲길.
두천리 깨끗한 민박집 숙박비 만 원에 자연 건강식 1끼 6천 원의 저렴한 숙식비를 지불하고 집을 나서니 벌써 숲길 신청자들이 개울 건너 출발지에 다 모여 있다.
'두천'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을 적에는 당연히 '두메에 숨은 내'라는 뜻의 '杜川'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斗川'이라 표기되어 있지 않는가...?
알고보니 이곳 사람들은 마을을 '말래'라 불렀다 한다. 그럼 '말내'에서 온 말이겠구나 싶은데 그게 아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옛날 고을 원이 임지로 가는 도중 이곳에 머물게 되었다. 다음 날 타고 온 말이 보이지 않아 하루 종일 찾다가 다래덩굴 밑에서 말을 찾은 데서 마을 이름이 말래[馬來]가 되었다. 두천(斗川)이란 이름은 말래의 ‘말’을 말 두(斗)자로 표현하고 ‘래’를 내 천(川)자로 표현하여 두천이 되었다.
이곳 울진 두천에서 봉화 소천까지 12고개(嶺) 십이령을 넘는 데는 3일 걸렸다고 한다. 십이령길의 첫 고개인 바릿재를 오르기 위해서 두천리에서 머물 수밖에 없어서 말래(두천) 주막 거리는 보부상이나 선질꾼들이 흥청거렸다고 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생태 관광을 내걸고 민관이 협력하여 만든 길.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산림청, 그리고 지역단체와 주민이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개발하고 운영하게 된 길이다.
2010년부터 예약 탐방 가이드제를 도입하여 지역 주민이 참여하며 생태계를 보전하는 한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복원하고 마을 사람들의 소득도 증대하는 착한 사업으로 정착되고 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생태관광을 즐기는 일이지만 주민들에겐 소득을 올리며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한편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다. 그래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생태 관광으로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원래 보부상의 길이었던 '십이령길' 60여 ㎞ 중 울진군 일부 구간을 되살린 길이다.
보부상은 댕기, 비녀, 얼레빗, 분통 등을 고리짝에 담아 멜빵에 맨 봇짐장수와 어물, 소금, 옹기, 목기 등을 지게에 진 등짐장수를 가리킨다. 이들의 숨결이 서리서리 쌓인 길이 '십이령길'이다. 울진 흥부에서 봉화 소천 사이 십이령길에는 쇠치재 - 세고개재 - 바릿재 - 샛재 - 느삼밭재 - 저진터재 - 새넓재(,적은넓재, 한나무재) - 큰넓재 - 고채비재 - 맷재 - 배나들재 - 노룻재 가 있었다. 수많은 고개로 이어지는 이 십이령길은 동서로 거의 일직선으로 나 있는데, 이 길을 지역민들은 '십이령 바지게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예전 울진을 잇는 길은 역(驛)은 삼척의 옥원역에서 흥부역을 지나 평해의 달효역에 이르기까지 남북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원(院)의 연결망은 두천원에서 광비원을 지나 봉화의 장불원까지 동서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십이령 길이었다고 한다.
암행어사들이 십이령을 지나며 묵었던 장소가 두천원·소조원·광비원이며, 과거를 보거나 관리들이 한양으로 오가는 길도 바로 십이령길이었으니, 이 길은 과히 조선시대의 울진행 고속도로였다고 할 것이다. 울진의 흥부장·읍내장·봉화의 내성장 등 장시가 열리면서 이들 장시가 십이령 길을 통해 연결되었다.
↑ 선질꾼(바지게꾼) 출처 : 디지털 울진문화대전
십이령을 넘나들며 울진과 봉화 지역의 장시를 장악하였던 보부상이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퇴조하자 그 역할을 대신한 행상단이 선질꾼(바지게꾼)이다. '선질꾼'은 조선 말기 가지가 없는 다리가 짧은 지게를 지고 선 채로 쉬었던 지게꾼 행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지게꾼'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새끼로 짠 그물에 단지를 넣고 지게 목발에 달고 다니며 냇가에서 단지밥을 지어 된장 고추장에 산나물을 뜯어서 배를 채웠다고 한다.
선질꾼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점점 없어졌다. 선질꾼이 사라지면서 도부꾼이 등장하게 된다. 전쟁 뒤 많은 미망인들이 생계를 위해 십이령을 넘어 장사를 하였는데 이들을 도부꾼이라 한다.
그리고 1960년대 울진 삼척 무장 공비 출현으로 산간 지역 주민들이 소개되고 불영계곡을 지나는 국도가 개설되면서 선질꾼과 도부꾼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금강소나무 숲길은 모두 5구간으로 현재 운영되는 것은 1구간과 3구간. 이 중 1구간(두천리~소광2리)은 보부상의 옛길 13.5㎞를 복원한 것이고, 3구간은 금강송 군락지를 탐방하는 왕복 16.3㎞ 구간이다.
따라서 오늘 체험할 1구간은 엄격히 말해 '금강소나무 숲길' 체험이라기보다는 '보부상의 길' 체험이라고 하는 게 옳다.
↓ 금강소나무슾길 안내도(출처 : 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
↓ 금강소나무숲길 로고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설하는 숲해설가. 해설가는 모두 이곳 주민들인데, 대개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격의 없는 주민의 해설이니 친근감이 절로 든다.
80여 명의 참가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출발한다.
콘크리트 봇길을 따라 개울을 건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