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보랏빛 꽃으로 핀 아름다운 '절제', 처녀치마

모산재 2012. 5. 14. 21:48

 

처녀치마는 백합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흔히 잎이 방석처럼 넓게 퍼지는 모습이 처녀들의 치마폭을 연상하게 하여 처녀치마라는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높은 산의 습기 있는 부엽토에서 자라는 한국의 특산식물로 종소명이 'koreana'인데 일본에도 분포하고 있다.

 

 

 

 

 

 

 

 

 

 

 

꽃은 4월에 피기 시작하는데, 초기에 피는 꽃은 10cm 정도의 짧은 꽃대에 3~10개의 붉은보랏빛 꽃이 뭉쳐서 달린다. 수술은 6개이고 수술대는 화피보다 길다.

 

꽃은 계속적으로 피는데 꽃이 핀 뒤에는 녹색빛이 돌며 꽃대가 점점 높이 자라 약 50cm에 이른다. 이는 열매를 맺은 뒤 바람의 힘으로 종자를 보다 멀리 전파시키려는 번식 전략으로 보인다. 그리고 포 같은 잎이 달리며 새로운 잎이 돋는다.

 

 

 

 

 

 

 

 

 

 

● 처녀치마 Heloniopsis koreana   ↘   백합목 백합과 처녀치마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

전체에 털이 없다. 뿌리줄기는 0.8~1.8cm이고 마디 사이의 간격이 좁다. 근경은 짧고 곧으며 수염뿌리가 많다. 잎은 방석처럼 퍼지며 거꿀피침모양이고 길이 6-20cm이며 가죽질이고 윤이 나며 끝이 뾰족하다.

3월초에 꽃대가 30㎝까지 올라와 하순에 꽃대 윗부분에서 3~10개의 보라색 꽃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수술 6개는 길어 꽃덮이조각 밖으로 나온다. 8월경에 익는 역3각뿔 모양의 열매는 삭과(蒴果)로 겉에 3개의 능선이 있다. 

 

 

 

 

쳐녀치마는 겨울에 잎을 땅 위에 펼치고 푸름을 간직한 채 나는데, 봄이 되면 바로 꽃대를 올린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동안 초식동물에게 뜯어 먹히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처녀치마는 '치맛자락풀', '치마풀', '자화호마화(紫花胡麻花)'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잎이 땅에 퍼져 있어 치마폭을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처녀치마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 존재하기도 한다. 요지는 일본명의 오역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

 

 

 

 

 

 

 

일본의 전통 복식으로 '쇼우죠우하카마(猩猩袴=ショウジョウバカマ)'라는 것이 있는데, 주름잡힌 통바지로 처녀치마가 잎을 펼친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대로 번역하면 '성성이(오랑우탄)치마'라는 뜻인데, 성성이의 발음 ‘쇼우죠우(ショウジ)'가  '소녀'라는 뜻을 가진 '쇼우죠(ショウ)'와 발음이 비슷해서 엉뚱하게 '처녀치마'로 번역된 것이라고 한다.

 

설령 오역 속에서 붙여졌다는 설이 진실이라 할지라도 처녀치마란 이름은 이 풀꽃과 잘 어울리고 참 아름답다. 어쨌든 하카마와는 상관없이 이른봄에 피어나는 풀꽃의 느낌을 가장 잘 담은 이름이라 생각된다.

 

 

처녀치마의 꽃말은 '절제'. 아직도 눈이 남아 있는 산골짜기 차가운 하늘에 한 송이의 보랏빛꽃을 피워올리는 모습에서 연상할 수 있는 의미인 듯하다.

 

 

 

처녀치마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꽃으로 숙은처녀치마(H. tubiflora)와 칠보처녀치마(Metanarthecium luteoviride) 가 있다.

 

처녀치마는 잎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반면 숙은처녀치마는 톱니가 없는 점으로 구별된다. 또한 숙은처녀치마는 고산지대에 자라며 무성생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처녀치마가 이른봄 주로 계곡에서 피는데 숙은처녀치마는 고산 능선에서 봄이 무르익는 5월에 고개를 숙이고 핀다. 처녀치마의 꽃이 붉은빛이 돈다면 숙은처녀치마는 보랏빛이 진하다.

 

 

그리고 수원의 칠보산과 거제, 남해 등에 분포하는 칠보처녀치마는 처녀치마와는 다른 칠보치마속으로 6~7월에 높은 꽃대에 황백색의 작은 꽃을 피우며 한 포기에서 화경이 2개씩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