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제주도 (6) 종달리 갯바위의 신당, 생개납 돈짓당

모산재 2012. 4. 8. 15:08

 

지미봉 동쪽 해맞이해안도로를 따라 하도리를 향해 달리다, 종달리 옛 소금밭과 두문포 포구를 지나자마자 바닷가 바위에 원색의 천들이 물결치고 있는 서낭당 같은 장면을 발견한다. 이 선생님이 제주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당이라고 한다.

 

 

하도리 해안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바다 풍경을 구경하다, 당을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을 말하자 되돌아가 가서 보기로 한다. 

 

 

 

우도와 일출봉을 수호신인 듯 좌우 앞바다에 두고 종달리 지미봉 바닷가 시커먼 현무암 바위 틈에 자리잡은 신당.

 

이 신당의 이름, '종달리'와 '신당'이란 말을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겨우 '생개납 돈짓당'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성산 일출봉을 앞에 두고 오른쪽에 솟은 갯바위가 생개납 돈짓당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는 돌을 쌓아 간단한 제단을 만들거나 울타리를 두른 작은 당이 반드시 1개씩 있다고 한다. 종달리 두문포 포구 부근의 이 신당은 전형적인 해신당으로 큰바위를 신석(神石)으로 하고, 신목(神木)인 우묵사스레피나무를 종이돈과 색색의 천 리본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놓았다.

 

 

이 신당은 어부와 해녀들이 풍어와 해상 안전을 위해 용왕(龍王)과 선왕(船王)을 모시고 있는 당으로, 어부들은 매달 초하루 보름에 당에 다니며, 해녀들은 물에 들 때 수시로 가서 빌며, 정월 초하루와 팔월 추석 어부들의 뱃고사 때에는 제물로 돼지 머리를 올린다고 한다.

 

 

 

 

 

당을 품에 안은 듯한 큰바위 신석의 형상은 괴수 같기도 하고 돌미륵 같기도 하고 두꺼비 같기도 한데, 당집의 지붕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석 앞은 좁고 낮은 돌담을 두르고 당으로 삼고 있다. 바위 아래로 너댓 명이 서 있을 정도의 당 마당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아담하고 단아한 제단에는 과일 등 제물이 놓여 있고, 촛불을 켜고 치성을 그린 촛농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당의 울타리 안 바위 틈에는 몇 년 생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우묵사스레피가 자라고 있는데, 신목이 된 이 나무에는 서낭당처럼 색색의 천과 지전 등이 묶여 있어 신성한 터부의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다.

 

 

 

 

 

우뚝 솟은 갯바위 틈에 자라는 늘 푸른 우묵사스레피, 꿋꿋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의 질긴 생명력이 이 나무를 신목으로 만들었으리라. (자료에 따라 '개꽝낭', 또는 까끄레기나무'이라고 해 놓았는데, 개꽝낭은 제주광나무나 쥐똥나무를 가리키니 잘못된 정보로 보인다.

 

 

이 당의 이름이 어째서 생개납이 되었을까. ‘새 개의 앞(새개앞)’이 와전되어 ‘생개납’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정확한 어원은 알 길이 없는데, 어떤 이는 ‘생기(生氣)가 있는 나무’여서 '생게남'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돈짓당은 선창에 모셔진 신당을 뜻한다고 하는데, '물가의 언덕'인 '둔치'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신당의 신들이 돼지(돈)를 제수로 받아들이니 돈짓당이 '돈+제'에서 온 말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생개납 돈짓당 주변 갯바위 풍경

 

 

 

 

해녀 어부, 선주가 참여하는 돈짓당 '요왕맞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1년에 2∼3회 정도 길일을 택해 바닷가 적당한 장소에서 심방(당골, 또는 무당)을 대동하고 제물을 차리고 기원한다.

 

기원이 끝나면 차리고 온 제물로 각자가 '지(제물)'를 싸서 바다에 던지는데, 해상의 안전과 풍어를 위해 해신에게 바치는 것이다.

 

 

※ 제주도의 신당

제주도 해안의 신당으로는 개당· 돈지당· 해신당(海神堂) 등으로 구분되는데, 개당은 포구(浦口)를 지켜주는 수호 신당이고, 돈지당은 선창에 모셔진 당이며, 해신당은 마을사람들이 바다에 관한 일을 기원하는 당이다.

그러나 이들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신당들이 우툴두툴한 해변 바위 위에 거의 자연상태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당과 돈지당에는 선주를 비롯하여 배를 다루는 사람들이 다니고, 해신당에는 해녀는 물론 일반 선원이나 어부, 또는 군인 가는 사람, 육지나 타국에 나가는 사람들, 바다 밖을 다니는 사람들도 다닌다.

이 외에 여성의 접근은 엄금하고 남성 제관들만으로 유교식 동제를 지내는 포제단(酺祭壇)도 있다.


제주에는 대부분 마을 설촌의 역사를 간직한 본향당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돌보는 일뤠당, 해녀와 어부의 바다에서 행하는 경제활동과 관련된 돈짓당(갯당), 그 외에 이렛당, 여드렛당, 잠녀당, 어부당 등이 있다. 그러나 무속신앙의 터전으로 마을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했던 신당들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



● 볼 만한 제주도 신당

▶와흘리 하로산당 : 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 동쪽 큰길가에 있으며, ‘노들산신또’와 ‘하로산또’ 부부 신위를 모셔있다. 부부신을 모시면서도 제단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삼백년 넘은 팽나무 두 그루가 서 있어 신령함을 더해주는 제주의 대표적 당이다. 이 당신들은 생산, 물고, 호적, 피부병, 육아 등을 담당하는 신이기도 하다.

▶상명리 느지리 캐인틈당 : 북제주군 한림읍 상명리 조성동 동헌대에서 서쪽으로 50미터+ 떨어진 울창한 상록활엽수 동산위에 있다. 당신이 금산할망의 셋째 딸인 ‘느지리 캐인틈 축일한집’이어서 흔히 ‘캐인틈당’ 또는 ‘할망당’이라 한다. 이 당신은 사람들의 생산,물고,호적을 관장한다.

▶송당리 본향당 :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에는 본향당과 일뤠당, 산신당이 있는데 그 중 본향당은 ‘당오름’에 위치하고 있다. ‘웃손당 금백주, 셋손당 세명주, 알손당 소로소천국’을 모시는 당이다. 주신은 ‘웃손당 금백주’이며 마을사람들의 생산, 물고, 호적을 관장한다.

▶마라도 애기업개당 :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의 수호신 격으로 거친 바다와 싸우며 생활했던 제주사람들의 애환을 애기업개 소녀의 죽음이란 슬픈 얘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할망당’으로도 불리는 이 당은 현재도 마라도 잠수들과 가정의 평안을 위한 기도처로 자리잡고 있어, 최남단을 찾는 여행객들도 소원을 빌곤 한다.

 

 

 

▼ 생개납 돈짓당 북쪽 전망대 부근에서 바라본 우도

 

 

 

 

 

섭지코지에서 함덕 방향의 해맞이해안도로에서 바라보는 바다 물빛은 가히 환상적이다. 열대 바다가 이토록 아름다울까...

 

 

 

 

 

 

하도리 부근의 들녘을 지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