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제주도 (4) 따라비오름, 수많은 오름을 조망하는 오름의 여왕

모산재 2012. 4. 5. 20:11

 

제주도의 둘쨋날, 이 선생님은 표선면 가시리의 따라비오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1136번 도로를 타고 가시리 마을 방향으로 가다보면 성읍리와 서귀포 방향을 표시한 가시리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성읍리 방향으로 약 100여m쯤 가면 왼쪽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이 나타난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정면에 따라비 오름이 나타난다.

 

가시리 마을 북서쪽 약 3㎞ 떨어진 지점에 있다.

 

 

 

 

출처 : 다음 지도

 

 

가시리마을은 4.3의 아픔을 간직한 마을이다. 1948년 11월 중순 오순도순 살아가던 500여 명의 주민이 느닷없이 들이닥친 군경과 서북청년단에 의해 떼죽음을 당한...  가시리 마을을 지나는 마음은 착잡하다.

 

 

오름 앞 좀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름 산행은 시작된다.

 

방목하는 말들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입구는 목책으로 여러 번 꺾어지는 좁은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 따라비오름 안내판

 

 

 

 

 

해발 342m, 높이 107m, 직경 855m, 둘레 2,633m

 

다랑쉬오름을 '오름의 여왕'으로 알고 있었는데, 따라비오름도 '오름의 여왕'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아름다운 선을 가진 화구 언덕과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이 여왕이란 이름을 얻게 만들었나보다.

 

그러나 ;처참한 역사의 비극을 지켜보아야 했던 점에서 두 '오름의 여왕'의 운명은 닮았다. 거의 같은 시기인 1948년 11월 중순 다랑쉬오름은 바로 앞 다랑쉬 굴에 숨어든 주민 20여 명이 토벌대에 의해 질식사 당하는 것을, 따라비오름은 가시리 주민 500여 명이 무참히 학살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언덕을 올라서자 넓은 평원이 열리고 키낮은 솔숲으로 둘려진 오름이 한눈에 펼쳐진다. 서쪽 멀리 구름에 덮인 한라산이 보인다.

 

 

 

 

 

숲으로 이어지는 오름 발치엔 말들이 한가로이 봄볕을 즐기고 있다.

 

 

 

 

 

 

또 하나의 안내판에는 이 오름과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을 잇는 길이 조선시대 '갑마장길'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갑마'는 조정에 진상하기 위한 촤상급의 말이었으니, 갑마장길은 그러한 갑마를 길러내었던 마장길인 것이다.

 

 

길은 오름의 서쪽으로 돌아가다 앞쪽에 보이는 산허리를 타고 오른다. 

 

 

 

 

 

서늘한 바람에 맑은 솔내음 기분 좋은 산행길에 갑자기 그윽함을 넘어 독하고 고약한 향기가 실려온다.

 

뭔가 하고 살펴보니 사스레피나무가 다닥다닥 좁쌀같은 작은 꽃들을 피우고 있다.

 

 

 

 

 

무슨 고사리였더라...

 

 

 

 

 

솔숲길로 난 계단을 오르고 오르며 화구륜 언덕으로 올라선다.

 

 

 

 

 

 

 

언덕을 올라서며 남쪽으로 돌아본 풍경.

 

멀리 보이는 오름은 아마도 설오름일 듯... 오름의 모양이 호미를 닮아 '호미 서(鋤)'자를 써서 '서오름'으로 불리다가 설오름으로 변한 것이란다.

 

 

 

 

 

드디어 화구륜 언덕으로 올라서자 특이한 현태의 분화구 풍경이 펼쳐진다. 

 

솔숲을 통과하여 왔는데, 거짓말처럼 숲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선을 드러낸 초원의 구릉이 펼쳐진다. 여러 개의 분화구가 복합형으로 어우러진 모습과 초지 언덕이 용눈이오름을 연상시킨다.

 

 

 

 

 

서쪽으로 눈 덮인 한라산까지 탁트인 풍경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바람을 막을 만한 지형이 없으니 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화구륜 서쪽 언덕에서 바라본 따라비오름 분화구

 

 

 

 

 

높고 낮은 언덕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등성이로 연결되며 원형 분화구 안에 3개의 작은 화구를 가진 특이한 화산체, 정선 민둥산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남쪽 화구륜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개오름, 높은오름, 백약이오름, 동거미오름, 좌보미오름이 나란히 보이고, 오른쪽 가까이에 모지오름이 자리잡고 있다.

 

 

 

 

화구 너머로 보이는 성불오름, 민오름, 비치미오름, 개오름, 높은오름, 백약이오름

 

 

 

 

개오름, 높은오름, 백약이오름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사내들

 

 

 

 

 

어제 못지 않게 오늘도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분다. 동쪽 화구언덕으로 이동할 때는 바람에 날려갈 듯, 매운 바람에 관자노리가 얼얼하다.

 

 

동쪽 화구륜에서 바라본 한라산 방향 풍경

 

 

 

 

 

 

 

 

따라비오름에서는 손에 잡힐 듯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 동부지역의 대다수 오름들을 모두 조망하는 즐거움가지 누릴 수 있는 멋진 오름이다.

 

 

가까이 왼쪽으로는 큰사슴이오름(대록산), 바로 앞에는 숲에 덮인 새끼오름이, 그 뒤로 성불오름이 보인다. 멀리 뒷편으로 민오름, 부대오름, 부소오름이 볼록하게 솟아있고, 그 옆으로 편평한 형태의 거문오름도 보인다.

 

 

 

 

 

새끼오름, 오른쪽 뒷편으로 성불오름.

 

 

 

 

 

 

북쪽 사면에는 말굽형으로 침식된 흔적이 있고 말굽형으로 벌어진 방향의 기슭 쪽에는 화산재가 형성된 후에 흐른 용암 암설류의 퇴적으로 이루어진 작은 언덕들이 흩어져 있다.

 

 

동쪽으로 보이는 모지오름(모자오름)

 

 

 

 

 

모지오름 뒤로 높이 솟은 영주산이 보인다. 왼쪽에서부터 개오름, 높은오름, 백약이오름, 좌보미오름...

 

 

 

 

 

따라비오름은 고구려어 '다라비'에서 온 이름이라고 한다. '높다'라는 뜻의 '다라'는 '달을(達乙)' 또는 '달(達)'에서 왔으며, '비'는 제주도의 산 이름에 쓰는 '미'와 통하는 접미사로 '다라비'는 '높은 산'이라는 뜻이다. '따라비'로 경음화하여 '따하라비' 또는 '땅할아비'로 풀이되어 한자어로 지조악(地祖岳)이 되었다.

동쪽에 모자오름과 가까이 있어 지아비, 지어미가 서로 따르는 모양이라고 해서 부르게 된 이름이라고도 하고, 가까이에 모자오름·장지오름·새끼오름이 모여 있는 중에 이 오름이 가장격이라 하여 '따애비'라 불리다가 따래비로 와전된 것이라고도 하며, 모지오름과는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고 하여 따하래비라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따라비오름의 남쪽 풍경

 

설오름 너머로 표선 앞바다가 보인다. 왼쪽으로 보이는 오름은 달산봉과 제석오름일까...

 

 

 

 

 

제철에 찾으면 이 오름에서 탐라황기, 양하, 야고 등 제주 특산의 야생 풀꽃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 1948년의 가시리 주민 대학살

가시리 주민 대학살은 1948년 11월 15일에 서북청년단과 충남부대 대원들이 마을을 불태우면서 시작되었다.갑자기 들어닥친 토벌대는 사람들을 총살하고 놀란 주민들은 인근 야산으로 몸을 숨겼다. 표선과 토산리 해안 마을로 피신하기도하였지만 군경은 표선으로 내려간 사람은 표선국민학교에, 토산으로 내려간 사람들은 토산 절간 고구마 창고에 집단 수용했다.

그러나 12월 22일, 표선국민학교에 수용됐던 가시리 마을 사람들 중 가족이 함께 모여 있지 않은 주민들은 '도피자 가족'으로 몰아 15세 이상 되는 사람은 모두 표선리 버들못에 끌고가 총살했다. 토산리 고구마 창고에 수용되었던 주민들은 표선리 한모살 백사장에서 학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