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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

울릉도 (2) 한국의 10대 비경, 태하등대에서 바라보는 현포리 해안 풍경

by 모산재 2011. 5. 9.

 

해안 갯바위에서 산능선 숲길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해안 등성이에 하얀 등탑이 나타난다. 태하등대로 널리 알려진 이 등대의 정식 명칭은 울릉도항로표지관리소이며 흔히는 울릉등대라고도 불린다. 

 

 

등탑은 해발 901m를 자랑하는 동쪽 미륵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울릉도 서쪽 해안에서 절벽을 이룬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어 절경을 이룬다. 서남북 삼면의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푸른 하늘을 이고 서 있는 하얀 등탑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등탑의 높이는 7.6m로 원기둥 모양의 콘크리트 건물...

 

 

 

그런데 흙을 파낸 공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등, 4년 전에 찾았던 한적한 등대의 풍경과는 어딘지 많이 달라져 있는 모습에 어리둥절이다.

 

당시엔 등대가 아주 좁은 언덕 위에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지금은 돌담을 허물고 터를 넓게 트고 주변 언덕을 깎아서 공원처럼 조성해 놓았다. 등대도 어쩐지 다른 모습이다 싶어 옛 사진을 보니 등대도 옛 모습과는 아주 다르게 늘씬한 모습으로 새로 세운 건물이다. 물론 관리동 건물도 새로 지었다. 

 

 

 

앞뜰에는 붉은 벽돌로 바닥돌을 깔고 그 위에는 울릉도의 상징인 오징어 조각상까지 세워 현대적인 조형미까지 보탰다.  

 

옛것만 좋다고 고집하는 것도 그렇겠지만, 좁은 구릉 위 하얀 등탑만 솟아 있던 한가로운 풍경이 자꾸만 눈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이곳 태하등대는 1957년 무인등대로 설치하여 운영하다가 1958년부터 유인등대로 전환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이 등대에는 관리원 3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10월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프리즘 렌즈 회전식 대형 등명기를 설치하였는데, 12초마다 터지는 백섬광은 약 30km 먼 바다까지 도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50초에 1회 취명하는 에어사이렌이 설치되어 있는데 약 8km까지 퍼져 나간다고 한다.

 

 

태하등대가 유명해진 것은 등대 자체보다는 등대가 있는 해안 절벽에서 바라보는 현포리 방향의 해안 절경 때문이다. 사진 작가들에 의해 한국의 10대 비경으로 꼽히기도 하였다.

 

 

 

바로 앞 해안 절벽 위로 솟은 산은 향목령(297m)이다. 이곳 해안 절벽에는 향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사투리로 '상나무재'라고 부러오던 것이 한자어 지명 향목령으로 정착되었다.

 

 

 

 

멀리 방파제로 둘러싸인 어촌이 현포리다. 바닷물이 검어서 현포리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리고 바다에 떠 있는 바위섬은 흔히 코끼리바위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구멍이 있는 바위여서 공암이라 불린다.

 

그리고 앞에 솟아 있는 작은 바위는 노인봉이라 부르며, 뒤에 높게 솟아 있는 바위는 해발 400m를 훌쩍 넘는 송곳봉인데, 송곳봉 너머에는 추산리(錐山里: '錐山'은 송곳봉이란  뜻을 가진 한자어)라는 이름의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 현포리와 노인봉, 그리고 공암(코끼리바위)

 

  

 

등대 가까운 해안 절벽은 천연기념물 49호로 지정된 '울릉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이다. 

 

대풍감(待風坎)은 태하등대의 남쪽 바닷가 바위 절벽에 있는 구멍 바위를 가리키는데, 대풍령(待風嶺)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발 171m. 이 곳에는 배를 만들기에 알맞은 나무가 많이 있어 새 배를 만들어 돛을 높이 달고 바위 구멍에 닻줄을 메어 놓고 뭍으로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던 곳이라고 해서 대풍감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돛배를 만들어 바위구멍에 매어 놓고 바람을 기다리던 대풍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향나무 자생지이기도 하다.

 

 

 

절벽과 심한 해풍의 영향으로 향나무의 성장이 빠르지 않으며 오랜 세월 동안 격리되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괭이갈매기들의 서식지로도 유명하고 절벽 아래 해안에는 홍합이 많이 자란다고 한다.

 

이곳 절벽에는 해식작용에 의한 해안동굴들이 군데군데 있는데, 송곳산 너머 진등대라는 곳의 큰 수직동굴에 빠진 염소가 이곳 대풍령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하기도 한다. 땅속으로 지하동굴이 이어져 있음을 의미하는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 지나고 오징어잡이 철이 되면 이곳의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어화(漁火) 풍경이 울릉도의 또다른 볼거리라고 한다.

 

 

마침 해안 절벽에는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섬벚나무들이 하얀 꽃들을 피우고 있다. 

 

 

 

바위 절벽에서 자란 나무들이라 관목처럼 작고 가지가 뭉툭하며 꽃자루가 없이 다닥다닥 붙어 핀 꽃이 보통의 벚나무 꽃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