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해가 뜰 무렵, 어제 내려왔던 길과 반대쪽으로 난 부아산 서북쪽 산허리의 임도를 따라 산책을 나섰다. 부아산 정상으로 길은 연결되는 길은 기대만큼 괜찮은 경관이나 볼 만한 풀꽃나무들을 보여 주지 않는다. 늘어선 나무에 가려 바다도 잘 보이지 않고 임도도 그저 밋밋하게 계속 이어질 뿐이다.
아침결 차분한 대기 속에 핀 이고들빼기꽃의 색감이 좋아서 담아 본다. 잎자루에는 잎이 흐르듯이 날개가 되었는데, 꽃 필 무렵 줄기를 감싸는 모습이 흔한데, 그러지 않은 모습에 이 아이가 산씀바귀 흉내를 내나 싶다.
흰 줄무늬가 있는 벌레 한 마리가 병꽃나무 잎에 앉아 있어 담아 본다. 풍뎅이나 딱정벌레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두산백과사전에서 노린재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광대노린재에 똑 같은 이미지가 보이잖는가.
노린재 모양이 아닌데 이상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이 녀석니 광대노린재의 약충(어린 벌레)이란다. 더 어릴 때는 붉은색에 가까운 줄무늬를 보인다고 한다.
비목나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벌써 붉게 익었어야 할 열매가 어찌 저 모양일까... 혹시 다른 종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내년에 필 월동 꽃봉오리가 아닐까 싶다.
가시로 중무장한 엄나무를 담아 본다.
어느 새 아침햇살이 환하게 퍼지고 있다.
살짝 내린 이슬에 함초롬히 핀 감국꽃이 예쁘다.
어제 본 장구채와는 달리 이곳의 장구채는 줄기와 잎에 털이 빼곡한 것이 털장구채로 봐야 할 것 같다.
저 붉은 색감이 좋아서 어제 실컷 담았던 큰여우콩을 또 담는다. 내 가슴에서 자꾸만 빠져나가고 있는 열정에 대한 보상 심리, 세상을 뜨겁게 살아야 하는데...
한 시간 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오니 모두들 모여 앉아 아침 식사를 마련하고 있다. 덕분에 나는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드는 귀족이 된다. 얼큰한 매운탕에 시원한 속풀이를 한다. 멋진 아침 식사를 챙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솨~~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배가 떠날 때까지 남은 두어 시간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어제 가보지 못한 선착장 방향으로 가다 산을 넘는다. 아마도 작은풀해수욕장의 서쪽이지 싶은 곳에 자갈밭이 깔린 아늑한 해변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저 그뿐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나온다.
고개 주변에는 섬사람들의 공동묘지가 있고 고구마밭이 있는데, 갑자기 고구마 꽃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원의 현상금을 건다. 설마~ 했는데 현상금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그저 무심히 고구마밭 아래로 난 길을 걸어간다 싶었는데, 재숙선생님이 그 보기 힘들다는 고구마꽃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 고구마를 캐면서 어쩌다 보았던 고구마꽃, 몇 십 년만에 발견한 기쁨에 한동안 꽃을 둘러싸고 법석을 떨었다.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길, 아늑한 골짜기에서 투구꽃을 만난다. 씨방에 털이 없는 걸로 보아 그늘돌쩌귀로 보이지만 표준목록에서 투구꽃으로 통합되어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그리고 마을로 들어서는 어귀에서 개차즈기가 눈에 띈다. 꽃은 이미 지고 열매만 달렸는데 삼잎처럼 갈라진 잎은 단풍이 들었다.
알 수가 없는 것이, 주변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요 녀석 외에는 다른 개체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마을 화단에 닥풀이 있다. 꽃 피는 시기에 만났으면 좋았으련만...
또 다른 화단엔 까실쑥부쟁이로 보이는 꽃이 활짝 피었다.
내년 5월에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오동나무는 겨울나기를 위해 갈색외투를 입은 꽃봉오리들을 가득 달고 있다.
다음은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풀꽃나무들
조밥나물
이 열매의 주인공이 덜꿩나무인지 가막살나무인지... 헷갈리는군.
멀리 보이는 것을 당겨 잡은 모습인데, 참회나무 열매이지 싶다.
꽃 한 송이가 비교적 깨끗한 모습인 해국을 담아본다.
이렇게 한 차례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이 섬을 떠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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