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대이작도 여행 (1) / 작은풀안·큰풀안해변, 목장불해수욕장, 신감채, 큰여우콩, 조밥나물

모산재 2009. 11. 12. 21:53

 

 

 

감기를 안고 지리산을 다녀온 뒤 한 주는 집에서 쉬면서 피곤한 몸 챙겨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인데, 주초에 바로 메시지가 날아든다. 주말에 이작도를 가니 연락바란다고...

 

무슨, 가까운 굴업도 보고온 지도 얼마되지 않았는데!

 

어쨌든 쉬기로 작정하고 응답하지 않기로 했는데 재촉하는 전화를 받으며 못 가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거다. 이렇게 맺고 끊는 걸 못 하는 물렁물렁한 내 성격. 그러니 "결국은 갈 거면서 괜히 빼고 튕긴다."는 핀잔이나 듣게 된다.

 

 

 

그렇게 해서 대이작도를 가게 된 거다.

  

인천연안부두에서 한 시간 좀 더 달려서 도착한 섬, 숙소에 짐을 들여 놓은 다음 몇 사람은 낚시를 떠나고, 또 몇 사람은 바로 섬 트레킹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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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yijak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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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인용함

 

 

 

섬의 끝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4km 정도로 편도 40여 분 걸리는 거리다. 북서에서 남동으로 길다란 섬이니 길게 펼쳐지는 하나의 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좌우로 펼쳐지는 해안을 드나들며 탐승하면 될 터. 

 

 

 

마을 앞 바닷가 어느 집 뜰에서 청매실일까 싶은 나무에서 꽃을 피웠다. 이렇게 철 모르는 꽃을 만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굴업도를 다녀오지 않았더러면 나름 감동했을 만한 섬인데 굴업도의 강렬한 인상과 감동이 아직도 또렷이 남아 있는 터라 꽤 괜찮은 이 섬에서 동료들에게 "괜찮긴 하지만 굴업도에 비해선 좀..." 하면서 굴업도 타령이나 한다. 옛 사랑의 환영에 잠겨 있는 사내처럼...

 

 

마을 뒤에는 가파른 부아산이 솟아 있어 처음 시작하는 길은 오르막길이다. 아기를 업은 산이라는 뜻의 부아산(負兒山) 허리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상쾌하다. 차들의 왕래가 거의 없으니 절로 한가롭고 알맞게 어울린 숲에는 햇살이 살짝 비쳐드니 공기가 향기롭다. 부아산은 해넘이 보러 오르기로 하고 섬의 끝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고갯길을 넘어서 내리막로 접어들자 몇 채의 집들이 있는 장골 마을이다. 왼쪽으로 이 섬에서는 가장 길게 이어지는 완만한 골짜기가 있어서  장골마을이지 싶다. 이곳 식당에서 점심으로 칼국수를 예약해 둔다.

 

 

그 긴 골짜기는 뒤로 미루고 오른쪽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길로 들어선다. 길가 숲그늘엔 조밥나물 노란 꽃들이 점점이 피었다. 넓은 백사장과 바다 가운데 긴 모래톱(풀등)이 누워 있는 풍경이 시야를 채운다, 풀등은 이 섬의 상징과 같은 명물인데, 이곳이 바로 작은풀안해변이다. 

 

한적한 넓은 백사장을 가만히 걸어보는 것도 좋은 일, 일행이 멀리 보이는 갯가로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다 나는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오전 한 나절이 지나기 시작하는 시간 눈부신 햇살이 수평선과 풀등을 지우고 있는 쪽에는 어떤 형태가 될지 알기 어려운 철골구조물이 세워지고 있다. 그 아래로는 갯바위들을 깔아뭉개고 길이 나 있는데 포크레인이 작업 중이다.  

 

 

  

지나가는 인부에게 뭐냐고 물으니 전망대를 만든다는 퉁명스런 대답. 철골구조물이 어떻게 쓰인다는 것인지... 어쨌든 굴업도를 깎아서 골프장 만들기에 나선 옹진군의 돈벌이에 대한 집념은 알아줄 만하다.

 

  

풀등은 아스라하기만 한데, 당겨서 담아 보아도 그냥 이모양이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드러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풀등은 2003년 12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는데, 세계적으로 희귀할 뿐만 아니라 경관이 아름답고 풍부한 생태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다시 도로로 나와서 섬끝을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길가에는 가을 꽃들이 여기저기 피었는데 이 섬만의 독특한 식생이라고 할 만한 것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장구채

 

 

  

꽃향유

 

 

  

나도송이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소나무 숲 사이로 풀등의 모습이 선명히 보인다. '바다 위의 신기루'라고도 한다더니 바다와 바다를 가르고 가물거리는 풍경이 과연 사막에서 보는신기루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작도의 남쪽 해안에는 작은풀안, 큰풀안, 떼넘어 등 세 개의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는데 모두 고운 모래가 깔려 있고 바다쪽으로 한참 들어가도 어른 키를 넘지 않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고 한다. 바다 속 모래톱 풀등이 썰물 때면 500m 앞바다에 동서 2.5km, 남북 1km의 규모로 드러난다고 한다.

 

그런데 해양수산부에 의해 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던 이 풀등이 옹진군의 협조 속에 진행되어온 골재채취 업체의 바닷모래 채취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한때 230여 만 ㎡에 달하던 풀등은 현재 66만여 ㎡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1984년 이후 지금까지 인근바다에서 2억 ㎥ 이상의 대규모 바닷모래 채취로 풀등의 모래가 쓸려 내려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가을에 어인 골무꽃이 피었을까.
 

 

  

골무꽃을 담다 보니 덩굴곽향 아닐까 싶은 것이 꽃이 거의 져버린 모습으로 눈에 띈다.

 

  

 

사상자 꽃이 흔하게 보인다 싶어 다가서 보니 생각지도 못한 신감채가 때늦은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많았지만 성숙한 열매를 달고 있는 것들도 종종 보인다. 

 

 

 

 

 

  

길 모퉁이에서 금방망이를 만난다. 이로써 금방망이는 서해 섬들에 두루 분포하는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멀리 북쪽으로 보이는 저 섬이 자월도이지 싶다. 이작도는 행정구역상 자월면에 속하는 섬으로 대이작도는 이작1리이다.

 

 

  

지나치기만 했던 조밥나물꽃을 열매와 함께 담아 본다.

 

 

  

굴업도에서도 큰여우콩만 보이더니 이 섬에서도 여우콩은 보이지 않고 잎끝이 뾰족한 큰여우콩만 흔하다.

 

 

  

깊게 갈라진 잎이 까마귀머루인가 했는데, 잎끝이 뾰족한 것을 보니 가새잎개머루이지 싶다.

 

  

 

섬의 북동쪽으로 손에 잡힐 듯 건너다보이는 승봉도

 

 

  

둥굴레 열매 

 

  

 

사데풀 꽃에 묻혀서 꿀을 빠는 이 녀석은 산팔랑나비일까...

 

 

  

긴 고개를 넘어 내려가는 길목에 목장불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승봉도와 마주하고 있다.

 

 

  

목장불해수욕장 북쪽 방향. 멀리 자월도가 보인다.

 

 

  

목장불해수욕장 너머 남서쪽으로는 큰풀안해변이다. 왼쪽 바다 가운데 있는 모래톱은 사승봉도로 이어진다.

 

 

  

풀등이 살짝 보이고 수평선 위로 선갑도와 문갑도가 보인다.

 

 

  

큰풀안해변 전경

 

 

  

꽃이 핀 다음 잎이 최대로 짧아진 이 녀석은 수송나물일까, 솔장다리일까... 꽃이 가지 끝에 피고 잎이 1mm 이하로 가늘면 솔장다리, 꽃이 잎겨드랑이에 피고 잎이 다소 넓으면 수송나물이라고 하지만 실물 앞에서는 망연자실이다. 수송나물에 더 가까운 것일까?

 

 

  

신나무잎 비슷하다 싶으면서도 5개의 맥이 다소 또렷한 것이 좀 달라 보이는 이 녀석은 누구인가... 아마도 고로쇠나무의 어린 개체가 아닐까 싶다. 잎의 갈래조각이 5~7개로 분명히 발달하지 않은 탓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서해안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대나물이 이곳에서도 지천인데, 이미 꽃이 다 져 버리고 열매만 남았다. 아직도 꽃을 달고 있는 녀석 중 가장 싱싱한 것을 담아 보았다.

 

 

  

점심 때가 지나가고 있는데 한 고개 더 넘어 가야 섬의 끝 계남 마을에 닿는다. 계남마을을 돌아 보고 다시 장골 마을까지 돌아가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벌써 배는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