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다시 찾은 굴업도, 백사장 풀꽃들과 모래언덕의 바람흔적

모산재 2010. 7. 4. 13:47

 

초여름에 접어드는 6월 초순 굴업도를 찾는다.

 

작년 가을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금방망이가 지천이라는 소문에 호기심으로 찾았다가 나도 몰래 섬 자체의 매력에 빠져 내 마음속 최고의 섬으로 자리잡게 된 굴업도.

 

백사장과 사구와 해안절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섬, 초지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걷노라면 바다에 안긴 섬 전체의 풍경이 오롯이 시야에 들어오는 전망 시원스런 섬, 멀리 수평선을 따라  사방으로 떠 있는 섬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 인위적인 개발의 흔적이 거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섬, 어쩌다 찾는 육지 사람들의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1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을 뿐인 호젓한 섬,... 

 

이전에 찾았던 울릉도, 거문도, 선유도, 매물도, 청산도, 흑산도, 홍도, 관매도 등 아름답다고 하는 그 어떤 섬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에 끌려 나는 또다시 굴업도를 홀로 찾게 되었다.

 

 

첫 방문 이후 몇 차례 굴업도를 찾으려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만두어야 했다. 작년 연말에는 단체로 예약했다가 풍랑으로 배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고, 올 봄에는 다른 사람들과 두어 차례 계획했던 것이 날씨와 배편 예약에 차질이 생겨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겨우 한 장 나타난 예약 승선권을 붙잡게 된 것이다. 작년문화관광부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굴업도가 선정된 뒤부터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배편 예약이 그리 쉽지 않게 되었다. 

 

 

 

굴업도를 가기 위해서는 덕적도를 거쳐야 한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9시 배를 타고 덕적도 진리 선착장에 도착하면 10시 10~20분즘이 된다. 이곳에서 다시 굴업도행 해양호를 갈아타야 한다.

 

 

 

 

10시 40분에 진리 선착장을 떠나는 해양호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 20분쯤 달리면 굴업도에 도착하게 된다.

 

한산했던 작년과는 달리 해양호 선실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예약하지 못해 배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한 해 사이에 알음알음으로 굴업도가 꽤 알려졌음을 느낄 수 있다. 승선객들은 거의 등산복 차림의 단체 여행객들이다.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굴업도의 동뿌리, 덕물산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서 서쪽 섬과 연결되는 목기미 해변 백사장과 모래언덕(사구)의 아름다운 풍경이 시야를 채우고 멀리 뒤쪽으로 굴업도의 최고봉 연평산이 보인다. 굴업도 곳곳에는 바람이 실어나른 모래언덕이 발달하고 있다.

 

 

 

 

드디어 도착한 굴업도 선착장. 선착장은 마을과는 떨어져 있어 배가 들어올 때에만 붐비는 적막한 곳이다. 미리 예약한 손님들을 맞으러 차들과 경운기가 마중나와 있다. 사람들이 짐을 챙기며 부산을 떠는 사이 나는 먼저 산너머 마을을 향해 해안길을 걷는다.   

 

포크레인이 길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로질러 가는 숲길에는 옥녀꽃대가 먼저 반긴다.

 

 

 

 

고개를 넘어서자 큰말해수욕장이라고 부르는 마을앞 넓은 백사장이 나타난다. 뜨거운 햇살에 증발량이 많은지 먼 바다에 떠 있는 섬의 윤곽이 흐릿하게 보인다. 강한 향기를 내뿜는 보리수나무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부담스러워 꽃 핀 모습은 나중에 담아 보기로 한다.

 

 

 

 

풍경들을 구경하며 느릿느릿 걷고 있는 나를 사람들을 태운 차량들이 앞질러 지나간다. 그리고 뒤따라 걸어오는 사람들도 나를 추월해 가고...

 

 

 

작년에 머물렀던 바닷가 솔숲 민박집으로 숙소를 정할까 했더니 먼저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할수없이 발길을 돌려 이장집으로 갔더니 그곳도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

 

길 닦는 공사 인부들께 숙소를 내주다 보니 미안하게 되었다며 이장은 바로 앞 고씨네 민박으로 안내해 준다. 누추하지만 하룻밤 정도는 지낼 만하다며...

 

몇 집 안 되는 민박집들이 대개 허름한데 이장집만은 벽돌집으로 잘 지어서 깨끗하다. 깨끗하면 좋겠지만 어떠랴. 숙소를 구하기만 한 것으로도 다행인 것을...

 

 

아름드리 팽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잡은 고씨네 민박은 자매인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고 있다. 점심 식사로 내온 반찬들이 별미다. 취나물과 음나무 순 등 섬에서 나는 나물 반찬과 생선 등이 보약 먹는 느낌이다. 이튿날 떠날 때까지 이 집에서 모두 네 끼를 먹었는데 식사를 늘 이렇게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맛깔난 자연식품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다가 섬 여행을 나섰다. 작년 가을에 돌아보았던 순서대로 가 보기로 한다. 해도 더 길어졌고 내일 오전시간만큼 더 머무르기로 했으니 시간은 넉넉하다.

 

집앞 공터엔 산달래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길게 자란 꽃대는 구부러져 독특한 풍경을 이루었다.

 

 

  

 

바다 곁 넓은 큰말해수욕장 백사장으로 나선다. 솔숲 가까운 언덕에는 순비기나무들이 줄기를 벋어 지피식물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순비기나무 줄기들이 벋어나가 녹지를 이룬 사이사이에는 갯메꽃, 갯씀바귀, 갯방풍, 갯완두 등 갯풀꽃들이 자리잡았고 있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 아래 갯메꽃이 여기저기 피었다.   

 

 

 

갯씀바귀 꽃도 간혹 보인다.

 

 

 

갯완두도 보랏빛 꽃을 피웠다.

 

 

 

그리고 개머리고개쪽 백사장 언덕에는 통보리사초가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 소리에 눈을 들어 백사을 바라본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바닷가에 늘어서서 풍경을 즐기고 있다.

 

바닷물이 빠질 만큼 빠져 토끼섬으로 이어지는 물목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반달이 뜨는 시기라 섬이 연결될 만큼 물이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머리 오르는 언덕에는 모래언덕(사구)이 발달하였다.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모래를 밀어올려 만들어진 모래언덕인데 바람과 중력이 상호작용하여 기묘한 풍경을 이루었다.

  

  

 

 

   

 

굴업도에는 모래언덕(사구)이 곳곳에 발달하였다. 목기미 해변 주변 연평산과 덕물산의 남쪽 비탈 해안에도 거대한 모래언덕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한강이 싣고 내려온 엄청난 양의 모래는 덕적도를 지나 굴업도 가까운 바다에까지 퇴적되었고 이들이 바람에 실려 모래언덕을 만든다고 한다. 굴업도만이 아니라 대청도 소청도 등 서해의 다른 섬들에도 모래언덕이 발달하고 있다.

 

 

 

 

 

바람이 모래를 실어 날라 작은 골짜기까지도 모래언덕을 만들어 놓았다.

 

 

 

 

모래언덕의 풍경을 담고선 개머리 언덕을 향해 오른다.

 

비탈길 곳곳엔 보리수나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진한 향기를 내고 있다.

 

 

 

 

날씨는 너무도 쾌청한데 바람은 살랄살랑 기분 좋게 불어온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