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선 꼬르륵 소리를 내는데 길은 다시 오르막 고개, 그러나 짧다. 금방 섬의 동쪽 끝에 계남마을이 나타난다. 큰말 다음으로 이 섬에서 제법 마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을로 내려서기 전에 오른쪽(남쪽)으로 보이는 사승봉도에 먼저 눈길이 간다. 인공의 때가 많이 묻은 승봉도와는 달리 자연 그대로의 섬이어서 매니어들이 찾는 섬이라고 한다. 멀리서 보아도 백사장과 야산이 있는 풍경이 무인도와 다름없는 체험을 하기에 안성맞춤일 듯하다.
게다가 풀등으로 이어지는 모래톱은 갯벌 생태 체험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로 보인다.
서쪽 멀리 풀등(풀치)이 보이고 바로 아래에는 작은 떼넘어해수욕장이 고운 금빛 모랫마당을 드러내고 있다.
마을로 내려서니 민박집들이 몇 보이는데, 점심을 해결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물어보니 그런 집이 없단다. 방문객들이 다 챙겨 와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모양이다.
마을 오른쪽 산언덕에 폐교된 계남분교가 나타난다. 폐허가 된 건물과 잡초가 우거진 운동장을 보는 것은 우울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던 아름다운 시절의 추억에 잠시나마 잠겨볼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
교정 앞마당에는 40여 년 전인 1967년 이곳에서 '섬마을 선생'이라는 영화를 찍었다는 흔적을 남겨 놓았다. 확인해 보니 '맨발의 청춘'이라는 영화를 감독한 김기덕 감독의 작품 '섬마을 선생'은 당대의 배우 문희, 오영일 주연에 김희갑, 안인숙 등이 조연한 열연한 흑백영화다.
꽤 화제가 된 영화라고 하는데 본 적 없는 이 영화의 내용은 아마도 이미자가 노래한 '섬마을 선생님'의 노랫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니 월남전에 참여한 한 교사가 섬학교에 자원하여 부임하여 섬마을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에 시련을 겪으며 헤쳐나가는 이야기로 되어 있다. 어쨌거나 섬처녀와 선생님과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임에는 틀림 없는 듯하다.
마을 앞에는 작은 선착장이 있다. 승봉도가 빤히 건너다보이는 선착장 길을 거닐며 잠시 상쾌한 바닷바람을 쐰다.
이렇게 해서 섬을 가로지르는 여행은 모두 끝났다. 이제 왔던 길을 되짚어 장골마을로 돌아가 점심을 먹어야 할 차례이다.
길을 가다 기름새일까 싶은 녀석을 만나 담아 본다.
벌써 콩깍지가 벌어져 까만 열매를 드러내고 있는 큰여우콩이 눈에 띈다. 저렇게 까맣게 달린 열매를 보니 여우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수까치깨 열매
숲속 멀리에 주황빛으로 익어가는 장구밤나무 열매를 발견하고 당겨 보았다.
장골의 식당에서 세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바지락칼국수를 먹는다. 낚시를 하러 간 사람들은 점심 식사도 포기하고 오지 않았다. 마당에는 단체로 와서 먼저 점심을 먹은 사내들이 추억의 동전치기를 하며 왁자하게 놀고 있다.
점심을 먹은 뒤에 낚시하러 간 사람들이 있는 장골부리로 향한다.
따스한 햇살 내리는 오후 콘크리트 길바닥에서 할머니가 수수를 털고 있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수수밭을 만나 대이작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라는 송이산을 배경으로 담아 보았다.
장골 해안 가까운 산언덕에는 산부추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그리고 바닷가에는 금방망이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데 대부분은 지고 있는 모습이다.
바람으로부터 보호되는 구석진 언덕에 꽃향유가 싱싱한 꽃을 피우고 있다.
해안에는 인동덩굴 까만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붉게 익은 가막살나무 열매
아직 덜 익은 분꽃나무의 길쭉한 열매
보리수나무 열매는 먹음직스럽게 붉었다.
만주고로쇠나무가 아닐까 싶은 녀석의 몽타주를 담아 본다.
꽃이 거의 져 가고 있는 보리수나무 식구를 만난다. 가을에 꽃이 피는 것으로 보아 보리밥나무 아니면 보리장나무일 텐데, 잎모양이나 덩굴성이 아닌 줄기로 보아 보리밥나무이지 싶다.
저 갯바위를 돌아서 낚시하는 일행들을 잠시 만나 본 다음 부아산 방향으로 이동한다.
산국이라기보다는 감국이 아닐까 싶은 꽃이 환하게 피었다.
갯사상자는 늘 이렇게 열매로만 만난다.
9월 중순 무렵에는 필 생각조차 없어 보인던 해국이 벌써 시든 꽃밖에 보여 주질 않는다. 서해안이 빠른 것인지...
수송나물로 보이는 녀석의 꽃이 보여서 접사해 본다.
이것은 방석나물인지... 단면 등 잎의 모양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서는 기수초, 해홍나물, 칠면초 등등 명아주과의 염생식물을 구별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이렇게 장골해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바닷가에서 접근하는 길을 따라 부아산으로 바로 오른다. 이미 해도 기울고 있어 해넘이를 보기 위해 해를 등지고 어두운 그늘에 잠긴 가파른 비탈을 헉헉거리며 바쁘게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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