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 쑥부쟁이꽃 향기 가득한 탄천의 겨울
2006. 12. 14. 목요일
자주 찾았던 탄천인데, 이번에는 거의 한달 만에 찾았다.
일찍 퇴근하며 풀꽃들이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몹시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양재천보다 더 추운 곳일 것 같아서 기대를 하지 않고 찾는다.
가락동 아파트 단지를 지나며
바람이 싸늘한데도 옥국은 더욱 맑고 그윽한 모습으로 환하게 피었다. 저렇게 맑고 그윽한 모습이고 싶어라...
두 구절초
꽃이 시든 채로 파랗게 살아 있는 잎새가 눈에 띈다. 꽃은 같아 보이는데 잎은 아주 대조되는 모습이다.
각각 가는잎구절초와 넓은잎구절초로 보면 될까.
무얼까.
여기저기 물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이 풀의 이름은 무엇일까.
탄천 다리를 건너며
갑자기 머리 위로 갈매기가 날아들었다. 그리고는 저 멀리 청둥오리떼 옆으로 슬그머니 착륙.
바다를 두고 이곳까지 웬일일까...
다닥냉이
최근에 익힌 녀석이라 한번 더 확인하는 의미에서 얼굴을 선보인다. 콩다닥냉이일지도 모르겠다.
노랑선씀바귀
11월중순을 넘어설 때까지 꽃을 피우더니 솜털 속에 씨앗을 맺는데 성공했다.
둔치로 내려서자마자 보이는 쑥부쟁이,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나 대부분 잎과 줄기가 다 말라 버렸건만 요렇게 한두 송이 버티고 있는 녀석이 있다.
따스한 풀섶을 울로 삼아 성냥개비 불씨처럼 꽃을 피운 산국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 모습
그게 다인 줄 알았는데, 천만에...
둑방 언덕엔 불을 지핀 듯이 산국이 타오르고 있었다.
산국 꽃불을 감탄하며 구경하다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부지런히 누른다.
사철쑥
미국쑥부쟁이도 대부분 허연 솜털 씨앗을 드러낸 가운데, 몇몇 녀석들은 꽃을 달고 있다.
큰빗자루국화
둔치의 풍경
벌겋게 달아오른 물억새들이 차가운 겨울 풍경을 따스하게 만들고 있다.
산국만 남아 있는 줄 알았더니 개쑥부쟁이꽃들도 여전히 흐드러진 꽃사태를 이루고 있었다.
산국,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등 산과 들에 자라는 국화과 꽃들을 들국화라 부르는데, 한겨울의 양재천에는 들국화 향기로 가득하다.
큰빗자루국화
물억새
개쑥부쟁이
망초
큰빗자루국화
산국, 겨울이 뭐냐고 나에게 묻는다. 뜨겁게 살면 겨울은 없다고...
물가 쪽으로 나가는데 야생화한 갓도 뜨거운 불을 지피고 있다.
살갈퀴일까, 아니면 얼치기완두일까...
이렇게 방사형으로 자라는 것을 처음 본다.
벌써 해는 아파트 빌딩 너머 산 너머로 숨어 탄천은 어둠이 깃들고...
어둠이 잠기는 탄천 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서 있는 청둥오리떼,
예전 시골 아이들이 운동장 구석에 모여서 놀던 모습 같다.
인기척에 지레 놀라 푸드덕...
하수관 위에 철학자처럼 명상하듯 앉은 저 녀석은 해오라기?
또 다시 불지피고 있는 갓꽃을 만나고
개구리자리도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
물칭개나물 군락
너무 추운지 고개들기 좋아하는 물칭개나물이 꽃대를 숙이고 꽃을 살짝 피웠다.
점점이 입술을 다물고 핀 황새냉이 흰 꽃
꽃봉오리를 준비하고 있는 버들개지,
혹한의 겨울을 건너야 솜털 보송보송한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
푸른 빛을 잃지 않은 개구리자리와 물칭개나물
자유수면습지 풍경
창포가 푸른 빛을 잃어가고 있다.
큰땅빈대의 마른 줄기와 열매
다닥냉이
망초
동상을 입어 검붉게 물들었다. 겨울을 나고 새 봄 꽃을 피운다.
개망초
말냉이도 모험처럼 조심스레 꽃을 피우고 스스로는 사라질 준비를 한다.
어둠 속에 또 만난 산국
되돌아나오는 진입로 언덕에는 구절초 꽃도 몇 송이 남았다.
구절초, 몸은 다 말라가도 이렇게 마지막 기력을 모아 환하게 한 송이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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