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에도 꽃을 피우는 양재천
2006. 12. 10 일요일
오늘도 햇살은 아름답다.
작년만 해도 거의 매일처럼 다니던 양재천, 두 주만에 또 찾는다. 쑥방망이가 자라는 걸 분명 보았건만, 꽃 필 철에는 흔적이 사라져 버렸다. 누구의 손을 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떠나버린 사람과 함께 하던 곳을 찾는 마음처럼 이미 꽃철도 지났건만 그 녀석이 있었던 자리를 자꾸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정도면 상사병의 경지이겠지...
송죽이라고 하면 될까.
이렇게 시리도록 푸른 겨울 빛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어쩌면 내 정신의 원형질 같은 것, 그래서 유교적 관념을 여기서 읽어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또 내게 그런 점이 있을는지도 모르지만, 저렇게 언제나 푸르고 싶었다.
가을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든 탓인지 그 맑다던 양재천 물 빛깔이 이 모양이다.
갈꽃의 색깔도 퇴색했건만 햇살을 반사하는 역광에 아름답게 보인다.
퇴색한 갈대밭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
아직도 산국은 한기를 힘겹게 견뎌내고 있다.
이 녀석의 정체는 뭘까.
갈대도 아니고, 억새도 아니다. 달뿌리풀 모양도 아닌 듯하다.
저 길쭉한 이삭 모양이며 저 거칠고 길다란 잎은 어떤 풀의 특징인지...
미국쑥부쟁이도 꽃을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이따금 보인다.
다음 주에도 꽃을 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올해의 마지막 모습일 것도 같다.
길 저쪽 천변에는 갈대, 이쪽 가까운 언덕 위쪽은 억새..
그런데 구별이 잘 안되어 보이는군...
싱싱한 지칭개 어린풀
비둘기들도 볕바라기하는군.
길가엔 따스한 볕바라기하며 큰개불알풀이 파릇파릇, 어쩌다 보랏빛 꽃들도 한두 송이 피웠다.
갈퀴나물, 꽃은 많이 피어도 열매(꼬투리)를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드디어 여러 꼬투리를 발견한다.
콩도 이렇게 생긴 걸 처음 본다. 구슬처럼 아주 동그란데 무늬와 색깔도 특이하고 아름답다.
이건 살갈퀴 어린녀석
억새
다시 미국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뿌리잎일까 생각했는데, 잎이 길죽하지 않고 둥근 모습이 자꾸 걸린다.
어쩌면 금계국의 뿌리잎일지도... 더 알아봐야겠다.
서양민들레도 한기를 피하느라 아예 땅에 엎드린 채 꽃을 피웠다.
뭔가 했는데, 아무래도 왕고들빼기일 듯하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인진쑥(정명은 더위지기)을 발견한다. 어찌된 셈인지 이 겨울에 꽃을 피웠다.
자귀나무, 잎이 시든 채 커다란 꼬투리엔 저렇게 작은 종자를 담고 있다.
반투명인 꼬투리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다닥냉이의 어린풀이 이 모습이라는 걸 최근에야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알게 되었다.
얼핏 속속이풀의 어린 모습과 비슷하여 혼동할 수 있다.
얼어붙은 물가에서 얼음을 깨고 놀면서 즐거워하는 꼬마들
이게 뭘까...
정답은 갓 태어난 큰개불알풀.
쥐똥나무 열매, 쥐똥이 이런 모습이었지...
다시 처음에 보았던, 억새도 갈대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풀...
여러 해 지난 뒤에야 알게 된 큰개사탕수수
외로운 사냥꾼, 해오라기
털복숭이 미국쑥부쟁이 열매
시들어가는 미국쑥부쟁이꽃
네군도단풍 열매
보고 또 보아도 향기로운 감국, 따뜻한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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