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5

부여 (13) 무왕의 설화가 서린 궁남지와 포룡정

부여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서동의 탄생 전설이 서린 궁남지(宮南池). 부여박물관에서 부여군청 쪽으로 가다가 보면 남쪽으로 빠지는 길을 만난다. 그 길을 따라 5분쯤 걸으면 시내를 벗어나 넓은 들로 들어선다. 거기에 궁남지가 있다. 커다란 인공호수 궁남지로 들어서는 길 주변은 온통 연꽃을 심어 놓은 습지로 조성되어 있다. 연꽃은 이미 지고 없지만 수련꽃은 아직도 환하게 피고 있다. 연꽃을 심었다고 연꽃만 자라는 게 아니다. 습지엔 온갖 물풀들이 깃들어 살며 갖가지 꽃을 피우고 있다. 자라풀은 점점이 흰 꽃을, 물달개비와 물옥잠은 보랏빛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물질경이도 때 늦은 흰 꽃을 피우는 모습이 보이고... 빅토리아연꽃은 이미 꽃철을 지났지만, 저 귀티나는 커다란 연잎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

경주 남산 (12) 서출지(書出池)와 이요당(二樂堂), 무량사

어제 강행군을 한 탓에 좀 늦게 일어났다. 숙소 옆 좀 허름한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시켜서 아침을 먹는데 맛이 그만이다. 경상도 음식맛이 별로라고 하지만 이렇게 괜찮은 집들도 간혹 있다. 오늘은 어제와는 반대편인 남산의 동쪽인 남산리로 가기로 한다. 거기서 서출지(書出池)와 삼층석탑을 구경하고 남산 언저리를 따라 북쪽으로 걸으며 탐방하기로 한다. 헌강왕릉, 보리사 석조여래좌상, 탑골마애불상군, 불곡감실보살좌상을 기본으로 삼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거기서 남산신성을 지나 남간사지 당간지주, 창림사 삼층석탑, 포석정 순으로 돌아보기로 한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시외버스터미널로 나가 버스를 타려다가 택시를 타 버린다. 영하 5도나 내려간 날씨에 기다리기가 싫고 또 삼릉골 가는 것과 택시비가 얼마나 차이가 나랴 싶..

창덕궁 (5) 관람지와 존덕지의 정자들, 관람정· 존덕정· 폄우사· 승재정

정조 임금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부용지와 주합루를 떠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인 관람지와 존덕지를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흰작살나무 열매들이 옥구슬처럼 예쁘게 달려 있는 모습을 보며 애련지 앞을 지납니다. 그리고 금방 또 하나의 연못이 나타납니다. 관람지(觀纜池)라는 연못입니다. 멀리 두 기둥의 주춧돌을 연못에 담그고 있는 관람정이라는 정자와 그 위쪽으로 존덕정이라는 정자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연못은 네모 반듯한 부용지나 애련지와는 달리 길쭉하고 언덕의 지형을 따라 자연스런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수 주변은 숲이 우거져 있어 부용지나 애련지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고 호젓한 느낌이 듭니다. 어째서 이름이 관람지(觀纜池)일까요. '람(纜)'은 배를 정박시키는 닻줄을 뜻하니, 아마도 이곳..

창덕궁 (4) 정조의 숨결이 서린 부용지와 부용정, 영화당, 주합루, 서향각

연경당을 본 다음 불로문을 거쳐 부용지와 그 일원의 전각들로 향합니다. 부용지라는 아름다운 인공 연못을 둘러싸고 주합루(규장각)와 영화당, 부용각, 서향각 등 크고 작은 전각들이 어울린 멋진 공간입니다. 사계절마다 변하는 주변 경치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라고 하네요. 연경당 일원이 정조 임금의 손자로 할아버지 정조를 롤모델로 삼아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던 효명세자의 정신이 빛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바로 정조 임금의 얼로 가득한 공간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물은 부용지 동쪽 높은 월대 위에 우뚝 선 단층 누각 영화당(暎花堂)입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이익공(二翼工)의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더보기 ※ 익공(翼工) / 초익공, 이익공 익공은 기둥 윗몸과 창방의 짜임 부분 ..

창덕궁 (3) 효명세자의 발자취, 연경당과 선향재, 애련지와 의두합

오후 세 시, 후원 관람을 예약한 사람들은 성정각 동쪽 후원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모여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러는 동문인 자시문으로 들어가 관물헌(집희) 마루에 앉아 성정각과 희우루를 쳐다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도 합니다. 후원(後圓)은 이름 그대로 궁궐의 뒷동산인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어서 금원(禁園)이라고도 하고, 궁궐의 북쪽에 있으니 북원(北園)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한때는 비원이라고 일컫기도 했지만, 이는 창덕궁 후원을 관리하기 위하여 지은 관리소를 일컫는 이름이니 올바른 이름이 아니라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곳은 오랜동안 일반인들이 접그할 수 없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예약을 통해 제한된 인원만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야산과 골짜기에 어울리는 전각과 연못 등을 조성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