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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하와 문화재

동강 골지천 구미정

by 모산재 2006. 8. 30.

 

무릉계곡을 일찌감치 돌아본 뒤, 그냥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쉽다.

 

동해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평창 쪽으로 가기로 한다.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동강 주변 수해 지역을 지나가기가 민망하지만...

 

 

 

 

백두대간 오르막길엔 안개가 자욱해 10m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백복령이란다. 엉금엉금 기듯이 고개를 넘어서 정선 땅으로 접어드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안개 자욱한 백복령고개를 넘으며

 

 

 

 

 

 

내리막길을 한참 달리다 보니 임계천 시원히 흐르는 임계 마을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강의 물굽이와 바위 절벽이 아름답게 어울린 풍경들이 이어진다. 알고 보니 이 강이 동강의 상류인 골지천이다. 태백 검룡소의 물이 흘러흘러 골지천을 이루고, 골지천이 흘러흘러 정선 땅을 지나며 동강이 되고, 동강이 흘러서 충주를 지나 남한강을 이루고, 다시 남한강은 흘러서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난다.

 

 

 

'구미정'이란 도로 안내판이 나타나며, 별 말 없어도 모두 구미정으로 가자는 데 마음이 모아진다.

 

 

동해-백복령-구미정 이르는 길

 

 

 

 

 

 

큰 도로를 벗어나 콘크리트로 좁게 포장된 강길을 따라 5분쯤 들어가니 구미정이 나온다. 위쪽 강의 풍경을 더 보고 싶어 구미정을 살짝 지나서 차를 세우고 골지천을 구경한다.

 

다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골지천도 흐린 빛으로 흐른다.

 

 

 

 

 

구미정은 동강 상류인 골지천변 암반 위에 있다. 조선 숙종 때 공조참의를 지낸 이자(李慈)가 사색당파싸움에 실망하여 관직을 사직하고 정선에 내려와 은거하던 중 지었다고 한다. 이자는 자신이 거처하던 곳의 마당 앞에 선조의 호를 따 수고당을 건축하여 문집 등을 편찬하고, 한가로울 때는 구미정에 나와 한시를 읊으며 피서와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구미정'이란 이름은 이곳에 앉아 언덕 아래 자연 경관을 관망하면 9가지 풍치의 미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며, 편액(扁額)에는 9가지 풍치를 다시 세분한 구미정 18경이 적혀 있다.

 

 

 

 

9가지 풍치란, 개울에서 물고기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 비상할 때 물 위에 삿갓(통발)을 놓아 잡는 물막이인 어량(漁梁), 밭두둑(전원 경치)을 뜻하는 전주(田疇), 하천 안에 있는 넓고 편편한 큰 바위섬인 반서(盤嶼), 층층으로 이루어진 절벽인 층대(層臺), 정자 뒤편 반석 위에 생긴 작은 연못인 석지(石池), 넓고 큰 바위인 평암(平), 정자에 등불을 밝혀 연못에 비치는 경치인 등담(燈潭), 정자 앞 석벽 사이에 있는 쉼터의 경치인 취벽(翠壁), 주변 암벽에 줄지어 있는 듯이 뚫려 있는 바위 구멍의 아름다움이라는 열수(列峀)이다.

 

 


 

 

아닌 게 아니라 구미정 앞에는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두르고 물살이 느껴지는 강물이 갈래갈래 흐르며, 정자 주변의 암반이 정원처럼 적당히 솟기도 하고 패이기도 하며 저마다의 빛깔로 꽃을 피운 단조롭지 않은 생명들을 안고 아담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강을 따라 좁고 길게 이어진 밭의 풍경도 세속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을 만큼이니 풍경과 절로 조화롭다.

 

1991년 정선군 비(非)지정관광지로 선정되었고, 근처 소나무 숲에 주차장·야영장·급수대·화장실·가로등 같은 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최근에는 임계천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가 가설되었다.

 

 

 

 

9가지 풍치 중 으뜸으로 어량, 즉 통발 물고기 잡이를 든 것이 헛말이 아닌지 구미장 아래에는 강태공들이 진을 치고 앉았다.

 

강의 풍경으로 보면, 강가에는 나무 숲이 별로 없어 뜨거운 여름보다는, 물이 투명하게 여물고 햇살과 바람 청량한 가을에 찾으면 제격으로 보인다.

 

 

 

 

구미정 계곡에는 수많은 여름꽃들이 피어 있다.

 

 

애기원추리

 

 

 

 

 

 

익모초

 

 

 

딱지꽃

 

 

 

애기원추리

 

 

 

미나리

 

 

 

전동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