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산을 뚫고 흐르는 내, 태백 구문소(천연기념물 제 417 호)

모산재 2006. 8. 28. 22:23

 

 

구문소(求門沼)는 '구멍이 있는 소(沼)'라는 뜻으로 '구무소'라 불리던 것을 음차 표기한 한자말이다. '구무'는 구멍의 옛말이다. 구문소를 흐르는 내를 '뚜루내', 또는 '혈내천(穴內川)'이라 했다는데, 세종실록지리지나 대동여지도에는 '뚫린 내'라는 뜻의 '천천(穿川)'으로 기록되어 있다.

 

강원 태백시 남쪽 동점동, 철암천으로 흘러 들어오는 황지천 하구의 물길에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연화산 산자락 암벽을 뚫고 가로지르는 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산류천석(山溜穿石)이라더니 태백산, 함백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석회암 암벽을 뚫고 당당히 낙동강의 물길을 열었다.

 

 

 

 

 

 

 

원래 이 냇물은 감입곡류하천(嵌入曲流河川)으로 산자락에 막혀 서쪽 구문안들(사군다리-말바드리) 쪽으로 원을 그리며 크게 휘돌아 철암천으로 흘러 들었는데 오랜 세월 직각으로 침식을 받아 뚫리게 되었다. 원래의 물길은 단절되었고 [아마도 오랜 세월 우각호(牛角湖)로 남아 있었겠지...] 논밭으로 개간되었다 한다. 지금도 산자락을 감고 도는 낮은 들판 지형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길이 연결되는 굴을 '자개굴(子開窟)'이라 하는데, '자시(밤 12시)에 열리는 굴'이란 뜻이다. 굴 속 암벽에는 '五福洞天子開門'이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는데, 근래에 누군가가 새긴 것이라 한다. 오복동천으로 들어서는 문이 자시(밤 12시경)에 열린다."는 뜻. '동천(洞天)'은 산과 내로 둘러싸인,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 곧 신선이 사는 세상'을 가리킨다.

 

 

현재 도로로 연결되어 있는 석문은 1937년 일제에 의해 뚫린 것이라고 한다.

 

 

 

 

 

석문 위로 소나무에 가린 정자가 살짝 보이는데, '자개루(子開樓)'라는 현판이 걸렸다. 정자에 서면 마당소, 자개문, 용소, 삼형제폭포, 여울목, 통소, 닭벼슬바위, 용천 등 구문팔경을 볼 수 있단다.

 

 

 

 

 

구문소 상류

 

 

 

 

 

돌마타리

 

 

 

 

 

 

오랜 시간에 걸쳐 강물이 석회암 암벽을 깎아내려 절묘하게 형성된 지형은 사람들의 영감을 자극해 흥미로운 전설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앞의 글 추전역 이야기에서 소개했듯이 추전(싸리밭골) 골짜기에 있던 큰 싸리나무가 홍수에 떠내려 가서 구문소의 석벽을 뚫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진다.

 

 

또 다음과 같은 '백병석(白餠石) 전설도 전해지는데, 태백 시청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발췌해 본다.

 

 

 

※ 구문소와 백병석 전설

 

약 350년 전의 일이라 한다. 엄종한(嚴宗漢)이란 어부가 물고기를 잡아 노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하루는 못에서 고기를 잡다가 그만 실족하여 물에 빠지고 만다. 엄종한이 깊은 물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갔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 용궁에 와 있었다. 그는 용왕 앞으로 끌려가 용궁의 닭을 잡아갔다는 죄목으로 문초를 받는다. 그가 늘 잡던 물고기가 바로 용궁에서 기르던 닭이었던 것이다. 엄종한이 부모 봉양을 위해 고기를 잡았다고 아뢰자 용왕은 노여움을 풀고 오히려 거창한 주연까지 베풀어 주면서 인간세계로 되돌려 보낸다.

그는 부모님과 자식 생각에 떡 한 조각을 주머니에 넣고 용왕이 준 흰 강아지를 따라 인간 세상으로 나온다. 강아지를 따라 물 밖으로 나오니 강아지는 죽어 버렸고 구문소 가에는 무당의 굿소리가 들리고 그는 바깥 세상에서 3년이 흐른 뒤에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이다.

엄씨가 가져온 떡은 딱딱한 돌로 변해 버렸는데 쌀독에 넣어 두었던 돌이 조화를 부렸다. 독의 쌀은 퍼내어도 퍼내어도 절대 줄지 않는 화수분이 되어 있었고 엄씨는 큰 부자가 되었다. 도깨비 방망이와도 같은 이 돌떡을 사람들은 백병석(白餠石)이라 불렀는데, 한양조씨에게 시집 간 딸이 가져갔고 엄씨 가문은 다시 기울어졌다고 한다. 대신 조씨 가문은 백병석을 물려 주면서 형제간의 분란을 막기 위해 가짜 백병석을 물려주게 되어 수백 개의 용궁석이 전해진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로는 또 다른 딸이 쌀독을 훔쳐 황지천 외나무다리를 건너다 떨어뜨려 다시 용궁으로 되돌아갔다고도 한다.

 

 

 

 

구문소 부근의 석회암에는 건열, 물결자국, 소금흔적, 새눈구조 등의 퇴적 구조와 침식지형은 물론 삼엽충, 완족류, 두족류 등의 다양한 생물화석이 나오고 있어 하부 고생대의 퇴적 환경과 생물상을 동시에 볼 수 있어 학술적으로도 중시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