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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하와 문화재

10월 하순의 DMZ 생태평화공원, 용양보 코스

by 모산재 2024. 12. 17.

 

가을이 저물어가는 10월 말, 조 선생으로부터 국립복주산휴양림에서 2박 3일 일정의 여행을 가자는 전화를 받는다. 출발은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오후 늦은 시각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보이는 철원 자등리로 간다. 서면 못 미친 외진 곳... 다행히 복계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일행을 만나 휴양림 숙소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제 교장 님, 흥수, 동기 님)

 

다음 날 6. 25전쟁 격전지 '철의 삼각지' 김화에 조성된 DMZ 생태평화공원을 돌아보았다. 이 지역은 내가 근무했던 15사단 GOP 가장 높은 초소에서 바라보았던 3사단 지역으로 오전에는 십자탑 탐방로, 오후에는 용양보 코스를 걸었다. 

 

 

 

 

2023. 10. 30.  철원 김화

 

 

우리가 묵었던 숙소와 주변 풍경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와수리 북쪽 민통선 마을인 생창리 방문자센터로 향하였다. 군 초소를 거쳐 예약자 확인을 하고 들어서는 기분이 좀 묘하다.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은 땅이라 생각하였는데 40년만에 만나는 민통선 마을은 평범한 이웃마을처럼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이곳 마을을 돌아보며 잠시 소설 한 편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D데이의 병촌', 홍성원의 장편소설로 6.25 전쟁 뒤 최전방에 근무하는 청년 장교이 민통 마을 과부촌의 한 여인과 사랑에 이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분단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이 들려 준 이야기를 대학생이 되어서 책을 사서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15사단 근무시절에도 초소에서 이 지역 쪽을 바라보며, 또 지나기도 하며 그랬지만, 지금도 어쩐지 이 작품의 무대가 이 지역 어디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DMZ 생태평화공원은 휴전선에서 불과 1~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임진강 상류 지역에 조성되어 있다. 환경부, 국방부, 철원군이 공동협약으로 조성한 공원으로 전쟁·평화·생태가 공존하는 DMZ의 상징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분단 현실을 직관하며 6.25 전쟁 후 70여 년 세월 인간의 간섭이 거의 없이 잘 보존된 자연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탐방 코스다.  

 

 

DMZ 생태평화공원은 제 1코스 십자탑 탐방로와 제 2코스 용양보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성재산 능선에 설치한 십자탑으로 향하는 트레킹에 나선다. 해설사가 이끌며 안내하고, 애릿한 얼굴의 여군하사관이 동행한다. 시설 촬영 자제를 요구하니 야생화 사진만 찍고 다른 사진은 거의 찍지 못한다.

 

 

 

십자탑 아래 피어 있는 벌완두 꽃

 

 

 

십자탑은 제3사단에서 성재산 위에 설치한 전망 시설, 남북 군사분계선 철책과 초소 등을 조망하며 분단 현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생창리 마을 부근에서 점심을 먹은 후에 제 2코스인 용양보 코스 트레킹에 나섰다. 임진강 상류 화강(남대천)에 댐을 막아 만든 용양보는 인간의 간섭이 거의 없는 DMZ 통제구역내에 위치하여 생태계가 잘 보전된 아름다운 호수형 습지를 이루고 있다. 

 

 

 

 

 

용양보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자연늪을 이룬 임진강 상류 화강(남대천)의 잔잔한 물을 바라보며 휴전선 남방한계선까지 걷는 길이다. 인공물은 거의 없고 물가에는 천연 버들숲이 들어서 있어 이늑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하류 쪽으로 보이는 용양댐

 

 

 

전망 데크에서 습지를 구경하고 있는 관람자들

 

 

 

물가는 왕버들 군락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가까운 상류의 보에서 물을 건너 다시 용양댐 쪽으로 돌아내려간다.

 

 

 

전봇대 위쪽에는 국군을, 아래쪽에는 인민군을 나타내는 별 모양의 마크가 각각 새겨져 있다. 

 

 

 

 

남아 있는 금강산으로 가던 전철 선로를 따라 걷는 길.

 

금강산 전철을 타고 추가령구조곡의 일부인 이 길을 지나던 그 시절 사람들의 설레던 마음을 잠시 상상해 본다. 

 

 

 

 

 

피비린내나던 '철의삼각지' 쟁탈전으로 지도에서 사라져 버린 김화. 서울에서 출발하여 금강산을 향해 달리던 기차가 잠시 숨을 고르던 김화역.

 

 

 

 

용양보로 만들어진 작은 호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이곳 철원 지역 DMZ는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독수리 등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월동하는 지역이라는데, 아직은 날씨가 따뜻한 탓인지 조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겨울 철새들이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자유로이 넘나들며 푸른 하늘을 맘껏 날개짓하며 나는 모습을 잠시 그려 본다.

 

 

 

 

6.25 전쟁 직후 DMZ 근무를 서기 위해 병사들이 건너다니던 출렁다리는 무너져 물에 잠겨 있다.

 

 

 

 

교각을 이어 만들어진 용양보 풍경.

 

 

 

 

하류 쪽으로 6. 25전쟁 시기까지 김화읍 암정리와 운장리를 잇는 주 교통로로 이용되었던 암정교가 있다. 1930년대에 설치된 다리로 전쟁 시기에 크게 무너졌지만 지금은 옛 모습대로 복원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