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해남 주작산 가을 풀꽃나무 산책 (1)

모산재 2017. 10. 31. 19:38


해가 짧아지고 찬 바람에 단풍이 드는 계절, 따스한 햇살이 그립고 또 아직도 풀꽃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남쪽으로 산행을 떠난다.


제주도에 사는 S형이 오랜만에 서울 왔다고 번개 모임하는 바람에 금요일 밤 12시 무렵까지 대작하고,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마산까지 달려가 조카 결혼식을 다녀오느라 심신이 몹시 피로하였건만,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저 먼 남도 해남 주작산 산행을 결행한다.(이 무리수 덕택에 몸살 만나 골골 중...)




해남읍을 지나 오소재 쉼터에 도착하니 11시 35분. 화장실에 들렀다 오소재 약수터 옆 미륵바위를 구경하는 것으로 산행 시작!



이 한적한 고갯길에 무슨 미륵바위일까. 마을의 안녕이나 풍년을 기원하거나 아들 낳게 비는 역할보다는 여행자들의 안전을 비는 곳이었겠다 싶은데, 안내판에는 아들 낳기를 빌거나 칠석날 소원비는 바위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소재는 남해안을 끼고 길게 벋은 땅끝기맥을 가로지르는 고개로 남서쪽 두륜산과 북동쪽 주작산 사이에 있다.


827번 지방도를 따라 오소재 고갯마루로 오르자 바람이 해안으로부터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새벽에 오키나와를 지난 태풍 '란'이 내일이면 일본 열도로 상륙할 것이라는데 우리 남해안에도 태풍경보가 내렸다 한다.





주작산 덕룡산 위치





아래 지도에서 보듯, 주작산(해발 428m)은 이름처럼 봉황이 날개를 활짝펴고 나는 듯한 지형을 지닌 산이다.


주작산은 봉황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지점이고 해남 오소재에서 작천소령까지의 능선이 오른쪽 날개, 작천소령에서 덕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왼쪽 날개처럼 펼쳐진 모습이다.








등산로로 들어서자 열매를 단 조릿대풀과 버들분취가 흔하게 눈에 띈다. 이 두 종은 비교적 습한 기운이 있는 산발치 낮은 땅에서 자주  보인다. 주작산 산행을 마치는 곳에서도 흔하게 보였다.





동거하는 조릿대풀과 버들분취





능선에 올라서기까지는 육산의 모습...





안면도 이하 남부지방에서만 자라는 조릿대풀,

이름처럼 조릿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선밀나물 열매





키 5cm쯤 될까 싶은 아주 작은 벼과 식물이 열매를 맺었다.


강아지풀일까 싶었는데 까락이 없다. 결론은 좀물뚝새!





참새피





가는잎족제비고사리들이 이곳에도 흔하다.





362m 암봉에 오르자 드디어 멀리 고금도와 완도에 둘러싸인 다도해가 모습을 보인다. 


바로 아래는  흥촌저수지.







오소재로부터 주작산까지 다도해를 끼고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땅끝기맥,

하지만 암봉을 30여 개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난도 높은 암릉길이다.





삽주





넉줄고사리. 능선을 따라 자주 만나진다.





두륜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 끝 위봉(533m)에서 건너뛴 듯 바다에 길게 누운 완도가 한낮의 햇살에 어슴프레 보인다.




두륜산 최고봉 가련봉(700m)




가련봉-고계봉(636m)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이는 고계봉





실고사리와 포자낭






꽃며느리밥풀! 피어 있는 꽃이 반가워 들여다보니 전체에 유난히 털이 많다.


모습은 곷며느리밥풀인데, 이것이 그 실체가 의문이었던 털며느리밥풀이 아닐까 싶다.





종종 계절을 착각한 산철쭉이 꽃을 보이기도 하고





닭의장풀





황소비단그물버섯(?)






구절초





흰털이끼





바다를 끼고 일직선으로 걷는 능선길이라 근경만 바뀔 뿐 원경은 그대로다. 그래도 셔터를 자꾸 누르게 된다.


완도와 고금도, 장흥으로 이어지는 지형 속에 갇힌 다도해는 호수처럼 보일 뿐...







오소재에서 수양리재까지 산행 거리는 5.8km 남짓...




하지만 암릉이 많아 4시간 정도는 필요한데,

주작산을 거쳐 수양리 마을까지 약 4km 정도 추가... 이 길은 비교적 평탄한 길이어서 1시간 +면 될 듯.  




산행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나 404m봉에 이른다.





바람이 차가운지 표범나비 한 마리가 정오의 햇살에 따뜻해진 바위에 날개를 펴고 운기조식하고 있다.





태풍 '란'이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 바람은 몹시 거세게 불어댄다.







백운기름나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는기름나물에 비해 더 가늘게 갈라진 느낌이 드는...





덕룡산 방향의 시야가 막히다 드디어 덕룡산과 주작산 능선이 환히 시야에 잡힌다.





북쪽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월출산이 아닐까 싶어 자꾸 눈길이 간다.





암봉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비슷한 풍경을 또 담게 된다.






401.5봉이지 싶은 암봉 전망 좋은 너럭바위에 앉아서 잠시 요기를 한다.


완도를 바라보다 완도에 근무하는 ㅎ님이 떠올라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미리 연락하고 하루 전에 와서 한 잔 하고 같이 산행하지 그러냐는 답글...  그랬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려서는 암봉길에 백운기름나물 꽃이 흔적이 남아 있다.





잘 익은 열매도 함께...





단풍이 곱게 든 넉줄고사리





옥천면 신동마을과 양촌저수지가 보이고...





이곳의 부추는 잎 뒷면 주맥이 돌출한 참산부추






홀로 꽃을 피운 미역취를 만나 반갑다.





마지막 꽃을 피우는 닭의장풀도 종종 보인다.





제1비상탈출로(서쪽 신동마을 방향) 삼거리에 도착





지나온 주릉, 그 너머로 보이는 두륜산 고계봉





해맑게 핀 구절초





다시 돌아서서 바라보는 주릉 풍경









앞을 보아도 오르고 내리는 암봉의 연속








지나온 길도 오르고 내리는 암봉의 연속!







이렇게 30여 개의 암봉을 오르내려야 주작산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이렇게 철계단이 간혹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봉우리는 로프를 잡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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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장수저수지가 눈 아래에...






412m봉이지 싶은 봉우리가 성큼 다가서고, 주작산(오른쪽)이 손에 잡힐 듯 건너다보인다.





이끼





제2비상탈출로 삼거리 도착





돌아서서 지나온 봉우리를 바라보고






412m봉을 향해 로프를 잡고 오른다.



바람이 막힌 지형 탓인지 이곳을 오를 때에는 해살이 강렬하여 땀이 흐를 정도.



그곳에서 만나는 층꽃나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아직도 피어 있는 층꽃나무 꽃을 사마귀 한 마리가 지키고 섰다.






이곳 말로 '맹감나무'라고 하는 청미래덩굴 붉은 열매





털며느리밥풀로 불러도 좋을 며느리밥풀도 환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줄기와 열매와 잎은 물론 포엽에 달린 가시털에조차 털이 숭숭, 이게 털며느리밥풀 아니고 뭐겠는가.





저 물구나무 서기 묘기 부리는 바위 좀 보소~.





이 녀석은 주변의 억새와는 뭔가 다른 모습이다. 뭐라 불러야 할까?






암봉을 오르며 돌아보는 전망







암봉 위 우묵한 곳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참산부추






북쪽 방향 풍경





돌가시나무 열매





주작산과 덕룡산 능선이 성큼 다가서고 주릉의 마지막 봉우리들이 시야에 늘어선다.







작천소령과 주작산을 사이에 두고 우뚝 솟은 봉우리들...


차례대로 419, 427, 425, 408 봉이지 싶다.





오후의 햇살에 암봉과 단풍의 조화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