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5월 하순, 광릉요강꽃 만나러 가는 길

모산재 2017. 5. 25. 10:34


야생 상태의 광릉요강꽃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요즘 그게 너무 쉬운 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명지산에서 발견된 광릉요강꽃들은 어느 나쁜 손에 의해 작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른 산에 또 하나의 자생지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작년 가을 야생화 탐사지에서 만났던 지인으로부터 광릉요강꽃 자생지를 안다며 새 봄에 보러 가고 싶으면 동행하자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런데 바로 전날 밤 모 동호회 대장 님으로부터 광릉요강꽃 보러 가자는 전화가 온다. 함백산 산행을 뻑적지근하게 하고 돌아온 길이었지만 참여하기로!




새벽같이 출발하여 그 산 입구에 도착.





계곡으로 들어서는 곳에 떡갈인지 신갈인지 애매한 꼬마 참나무류가 백화된 잎을 달고 있다.





고려엉겅퀴 새순





30도를 오르내리는 이른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


하지만 깊은 산 골짜기답게 서늘한 산의 기운에 정신조차 짱짱하게 맑아지는 상쾌한 기분이다. 





가뭄이 오래 계속된 탓으로 계곡의 수량은 가늘다.






용둥굴레





고광나무






금낭화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폭포수






계곡 주변 숲그늘에서 흔하게 자라는 실사초. 잎도 꽃차례도 모두 가늘다. 





 제철을 맞이하여 흐드러지게 핀 물참대 꽃





계곡에는 누른괭이눈이 흔히 보인다.





물참대






풀솜대





그늘대호꼬리이끼?





줄기가 길게 뻗어나가니 갈고리네잎갈퀴~






측소수에 자루가 보이지 않은 듯해서 골사초가 아닐까, 자꾸 살펴본 사초.


개찌버리사초와 구별되는 점이 그 하나인가?





큰앵초





그리고 마침내 만나는 광릉요강꽃!





꿩의다리아재비도 종종 보이지만 광릉요강꽃 앞에서 눈길을 끌지 못한다.





광릉요강꽃 어린 개체






그리고... 무더기로 핀 광릉요강꽃들~








처음 만나는 자연 상태의 광릉요강꽃!


감격스러워야 할 순간인데도 마음이 너무 아파오는 것은 이렇게 초토화된 현장 때문이다.






발견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야생화 동호인 및 사진 동호인들에게 이미 짜하게 소문이 난 탓으로

이른 아침인 이 시각에도 이미 사람들이 와 있었고 그리고 탐방객이 속속 밀려들어온다.



가파른 비탈을 등산화로 버티며 풀밭을 까 내리고 돗자리까지 깔고 엎드려 대니 마당이 되어 버렸고

꽃을 돋보이게 하려고 근접 촬영에 손까지 대니 이들의 운명이 어찌될까 너무 걱정이 된다.







난티나무





복장나무





누구도 바라봐 주지 않는 어린 녀석 한번 담아 주고

광릉요강꽃 곁에서 떠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두고 먼저 하산한다.





화경이 물결치듯 특이한 물참대





햇살 눈부신 골자기 풍경





누른괭이눈





큰앵초





가파른 비탈엔 왁살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왁살고사리 새순





큰앵초





물가이끼





애기들덩굴이끼





무늬족도리풀





다시 한번 아까 보았던 실사초를 담아 본다.





제철 맞은 국수나무 꽃





붓꽃





김의털





처음으로 찾아본 원시의 골짜기를, 광릉요강꽃을 만나 본 기쁨보다 더 많은 근심을 안고 떠난다. 국립수목원에서 빨리 이 군락지를 조사하고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