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추자도(2) 제주올레 18-1, 하추자도 한겨울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17. 3. 5. 23:32


중앙식당에서 백반을 시켜 아침을 먹고난 뒤 하추자도에서부터 상추자도로 올레길(제주올레 18-1)을 걷기로 한다. 숙소는 오늘 하루 더 머물며 그대로 쓰기로 하고 모텔을 나선다.


어제와는 달리 이른 오전 햇살이 비교적 환하게 내린다. 동행들은 트레킹 중 점심식사를 위해 추자도의 유일한 커피전문점이자 빵집인 "커피앤빵"에 들러 빵을 준비한다.





빨간 문이 있는 집. 엊저녁 기분 좋게 소주를 마셨던 올레실내포차





10시에 가까운 시각, 때맞춰 나오는 마을버스를 타고 하추자도 신양리 여객선터미널 입구에서 내려 올레길 시작.



예초리로 넘어가는 길, 마을버스와 기사





추자도 안내도


<출처 : 추자면사무소 홈페이지(일부 수정 편집)>



추자10경(①~⑩)


1. 우두일출(牛頭日出) - 소머리섬의 일출

2. 직구낙조(直龜落照) - 상추자의 서북방 거북 모양의 직구도 저녁노을

3. 신대어유(神臺漁遊) - 하추자 예초리와 신양리 사이 신대의 황금어장 낚시 풍경

4. 수덕낙안(水德落雁) - 하추자 남쪽 끝 사자 형상의 수덕도에 물새가 하강하는 광경

5. 석두청산(石頭菁山) - 하추자도 청도라는 섬의 푸른 암봉

6. 장작평사(長作平沙) - 신양포구의 넓은 자갈 해변

7. 망도수향(望島守鄕) - 추자군도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동쪽 끝 망도(보름섬)

8. 횡간추범(橫干追帆) - 횡간도에 돛을 단 범선들의 풍경

9. 추포어화(秋浦漁火) - 추포도의 어둠 속 멸치잡이 불빛

10. 곽게창파(곽게蒼波) - 추자도와 제주 본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관탈섬(곽게)의 망망대해 푸른 물결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이라 홍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추자도의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추자도의 옛 이름이 후풍도(候風島)였다지. 후풍(候風)은 '순풍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예초리로 가는 도로를 따라 작은 고개를 넘으면 모진이몽돌해변에 이르게 된다.




돌아본 신양해변




추석산, 너머에는 예초리 마을이 있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모진이몽돌해변





우리는 모진이해변으로 내려서지 않고 노란 유채꽃이 핀 묵정밭 들길을 가로지른다.






한겨울 올레길에 멋대로 핀 유채꽃






도깨비쇠고비





살갈퀴





계속되는 유채꽃길





다닥다닥 무성한 깃꼴잎을 단 나비나물속. 털이 별로 없어 보이는 걸로 보아 벳지보다 각시갈퀴나물이지 싶다. 





백량금 덤불 속 맥문동 까만 열매






동쪽 해안으로 흘러내리는 추석산의 한 능선을 오른다.





가지를 친 섬모시풀. 거의 관목상이지만 겨울을 맞이한 지상부가 마른 모습을 보면 역시 풀인가...





날씨가 조금씩 흐려지며 바람이 으스스하게 불더니 그예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늦가을에 자란 잎을 단 채로 꽃을 피운 왜제비꽃이 종종 보인다.





고개를 넘어 해안 임도와 마주친 곳에서 황경한의 묘(사진 속 비석이 있는 묘)를 만난다.




황경한은 이른바 황사영백서사건(1801년)의 주인공인 황사영의 아들이다.


1800년 개혁 군주 정조가 승하하고 열한 살의 순조가 왕위를 잇자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하게 된다. 이로써 정조 시절에 밀려나 있던 심환지 등 노론 벽파가 실권을 잡게 되고 정순왕후는 천주교 금지령을 내리며 천주교를 받아들였던 남인과 시파를 대거 숙청한다. 이로 인해 이승훈, 정약종 등 300여 명이 처형되고 정약전 정약용 형제는 신지도와 장기현으로 유배되는데, 이 사건을 신유박해(신유사옥)라 부른다. 그리고 몰래 들어와 전교하던 청나라 신부인 주문모도 자수하고 순교한다.


그해 9월 주문모를 따르던 신도 황사영은 제천 배론으로 피신해 있다 북경에 있는 프랑스 구베아 주교에게 천주교 박해의 내용을 알리고 조선에서 신앙과 포교의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군함 수백 척과 정예병 5-6만 명을 얻어 대포와 무서운 무기"를 동원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을 흰 비단에 써서 보내려다 붙발각되어 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이 ‘황사영 백서(帛書, 비단에 쓴 글)’ 사건이다. 이 일로 황사영은 능지처참을 당하고, 이 사건으로 정약전, 정약용 형제는 다시 서울로 소환되어 심문을 받고 각각 흑산도와 강진으로 유배지를 옮기게 되었다.


황사영의 부인 정난주는 정약용의 이복 맏형인 정약현의 딸이다. 남편이 처형되고 부인은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제주목 대정현 관비로 유배를 떠나게 되는데, 추자도에서 호송선 사공과 나졸을 매수하여 경한을 예초리 갯바위에 내려 놓았고 오씨 성을 가진 한 어부의 손에 의해 거두어져 그의 아들로 키워졌다고 한다. 경한은 두 아들을 두었다고 하는데 그 후손이 지금도 추자도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황경한 묘 앞에 이르러 비가 제법 굵게 쏟아져 잠시 비를 긋는다. 뒤에 오던 한 무리의 올레꾼들이 같이 비를 긋다가 먼저 힁하니 떠나고 금방 비가 그친 후에 다시 출발!



오른쪽 바다는 신대해안. 추자 10경인 신대어유(神臺漁遊)로 추자도 천혜의 황금어장으로으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다.





탐라사다리고사리를 처음 만난다. 처녀고사리속으로 식물체가 작다.





자금우는 더러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고~.





갯쑥부쟁이는 계절을 잊은 채 싱싱하게 피었다.





오른쪽 해안에 솟은 봉우리, 신대산 전망대를 향해 길이 이어진다.





신대해안, 수평선에 아스라이 떠 있는 작은 섬이 추자1경 우두일출(牛頭日出)의 쇠머리섬인 듯... 흐린 시야, 아쉬운 날씨다.





마을어장 안내판. 소라, 전복 채취를 금함!





갯무 꽃





방가지똥





싱그러운 잎을 자랑하는 닭의장풀도 눈길을 끈다.





환하게 꽃을 피운 이고들빼기





신대산 전망대로부터 예초리 기정길로 이어진다. '기정'은 '절벽'을 뜻하는 방언인 듯...



검은가리섬





드디어 예초리 포구가 시야에 들어서고 바다에 그림처럼 떠 있는 섬들이 눈길을 끈다.





화산도인 제주도 본섬의 검은빛과는 다른 붉은 갯바위의 색감이 아름답다.


검은가리섬과 오른쪽 수평선으로 점점이 떠 있는 구멍여, 보름섬(망도) 등...





겹쳐져 보이는 염섬, 수령섬





오른쪽은 사람이 산다는 추포도





황경한을 거둔 오씨의 집성촌이라는 예초리





도깨비쇠고비





혹시 황근일까 했는데, 열매 모양이 다른 듯하다. 부용 열매?





오씨 집성촌이라는 예초리 마을 풍경






송엽국. 잎과 줄기가 워낙 세력이 좋고 튼실해서 육지에서 보는 송엽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세모진 다육질 잎이 생명감으로 충일하다.





도깨비쇠고비가 자라는 추자도 마을 강담 풍경은 정말 멋지다.





찬 바람에도 선로즈(Aptenia cordifolia)는 꽃을 피우고 있고...





수선화도 청초한 꽃을 활짝 피웠다.





예초리마을을 지나 엄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거져온 빵으로 점심 식사를 대신한다.




엄바위 앞에는 억발장사 장승을 세웠는데, 6년 전 여름의 나무 장승은 사라지고 바위장승을 새로 세워 놓았다. 당시에도 나무장승이 심각하게 갈라지고 있었는데, 교체한 모양... 


옛날 엄바위 밑에서 태어난 장수가 얼마나 힘이 세었는지 장정 서너명이 겨우 안을 수 있는 공돌을 가지고 공기놀이를 하였다.
어느날 예초리에서 횡간도까지 바다를 뛰어넘으려다 그만 횡간도 미끄럼바위에 미끄러져 죽었다. 이 바위의 아랫부분에 누군가가 장수의 형상을 새겨 놓았고 마을 사람들은 수호신으로 여기고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빌었으며, 누구나 가던 길을 멈추고 절을 했다고 한다.



                                                                         

예초리 마을 전경. 바다에는 어렴풋이 횡간도와 검은가리섬이 보인다.





도로로 이어지던 올레길은 다시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예초리 아이들이 예전 신양리에 있던 초등학교로 등하교하던 길...





도깨비쇠고비와 아욱메풀이 어울려 자라고 있는 풀밭





어느 무덤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이 풀은? 아마도 애기범부채일 듯...






남오미자 덩굴. 홍도에서도 흔하게 봤지만 열매를 단 모습을 못 봐 아쉽기만...






도로를 건너면서 학교가는 길을 작별하고 올레길은 신양리 뒷산인 돈대산으로 접어든다.




쑥부쟁이는 개쑥부쟁이일까...?






종종 보이는 이고들빼기 꽃





별고사리 밭...





돈대산 정상(164m)




신양항




신양리와 묵리로 이어지는 길




묵리





이 한겨울에 층꽃나무 꽃이 피어 있다.





개쑥부쟁이





혁질의 잎을 가진 남구절초도 꽃이 피어 있고...






가는쇠고사리





층꽃나무





수리딸기도 하얀 꽃을 피웠다.





아름답게 단풍 든 흰대극





돈대산 능선을 따라 얼마간 진행하니 이내 상추자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줄기에 털 숭숭, 줄기잎은 가느니까 개쑥부쟁이로 봐야겠지?





봄을 알리는 큰개불알풀 꽃도 담아보고...





백량금 전초도 담아 본다.





겨울딸기 발견. 왜 6년 전에는 이걸 발견하지 못했을까...





그냥 엉겅퀴인지 가시엉겅퀴인지 애매한 엉겅퀴 꽃도 만난다.





그리고 추자교에 이르러 하추자도 올레길은 모두 끝나고 다리를 건너 상추자도 나바론 하늘길로 접어든다.


<계속>






☞ 하추자도 올레 예초리 해안 => http://blog.daum.net/kheenn/15854681

☞ 하추자도 올레 돈대산 => http://blog.daum.net/kheenn/15854682

☞ 하추자도 올레 추자교 -묵리 => http://blog.daum.net/kheenn/15854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