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목포(2) 유달산, 다도해 전망이 아름다운 '호남의 개골산'

모산재 2017. 1. 18. 20:14

 

다도해를 바라보고 솟은 암봉 유달산은 목포의 상징이다.

 

노령산맥의 끝자락에서 해발 228m밖에 되지 않은 낮은 산이지만 기암이 솟은 모습은 금강산처럼 수려하여 '호남의 개골산'이라 불리고 '목포 8경'의 으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정상에서 다도해의 절경과 시가지 풍경을 조망하는 것은 최고의 즐거움이다.

 

 

※ 목포 8경

 

- 유산기암(儒山奇岩) : 유달산의 기묘한 바위
- 용당귀범(龍塘歸帆) : 돛단배가 고하도의 용머리를 돌아오는 풍경
- 아산춘우(牙山春雨) : 봄비 내리는 대아산(엄산) 풍경
- 학도청람(鶴島晴嵐) : 삼학도의 산그리메
- 금강추월(金江秋月) : 영산강의 가을 달빛
- 입암반조(笠岩返照) : 갓바위의 저녁노을
- 고도설송(高島雪松) : 고하도의 눈덮힌 소나무 풍경
- 달사모종(達寺慕鐘) : 달성사의 저녁 종소리

 

 

 

노적봉 방향 유달산 입구

 

 

 

 

 

 

동쪽의 노적봉,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이엉을 덮어 군량미인 듯 위장했다는 봉우리이다.

 

 

 

 

 

주민들에겐 군복을 입혀 주위를 경계하게 하고 영산강에는 쌀뜨물인 듯 백토를 뿌려 왜적들에게 아군 군세가 대단한 듯 위장하게 했다는 것인데, 지금 음력 9월에 노적놀이라는 민속놀이로 승화되어 계승되고 있다 한다. 마을 풍물패가 길놀이와 판굿 등을 벌이고 마을 여성들은 강강술래를, 그리고 건장한 남성들이 노적 쌓기를 하는 것으로 구성된 놀이라 한다.

 

 

 

유달산은 원래 '영달산(靈達山)'이라 불려오다, 해가 떠오를 때 햇빛을 받은 봉우리가 유기(놋그릇) 색으로 변한다 하여 유달산(鍮達山)이라 하였다. 그런데, 구한말 시문에 능했던 정만조(1858-1936,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의 위원 등 친일정책에 협조함)가 을미사변에 연루되어 유배되었다가 돌아오는 길에 유달산에서 시회를 열자 이에 자극 받은 지방 선비들이 유달정(儒達亭) 건립을 논의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유달산(儒達山)으로 표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적봉을 굽어보는 이순신 동상

 

 

 

 

 

 

 

 

노적봉 위에 두둥실 둥근 달이 떴다. 꽉찬 보름달에 가까운 모습을 보며 문득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학을 기다리는 누각'이란 뜻의 첫번째 정자, 대학루(待鶴樓). 유달산에서 무예를 닦던 장부에 얽힌 삼학도 전설과 연관된 이름의 누각인 듯하다.

 

 

 

 

 

유달산공원 능선길에는 대학루로부터 차례대로 5개의 정자를 만나게 된다. 정상까지 차례대로 달선각(達仙閣)·유선각(儒仙閣)·관운각(觀雲閣), 그리고 정상인 일등바위와 이등바위 사이에 소요정(逍遙亭)이 있다.

 

 

대학루와 오포대

 

 

 

 

 

대학루 바로 앞에 설치 되어 있는 오포(午砲)

 

 

 

 

 

오포(午砲)는 시계가 귀했던 시절, 정오(낮 12시)를 알리기 위해 쏘던 포로, 1908년 일본통감부가 일본과의 시차를 무시하고 한국의 오전 11시를 정오로 정하고 포를 쏘면서 시작되었는데, 나중 사이렌으로 교체된 뒤에도 낮 12시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오포 분다"로쓰게 되었다.

 

 

 

 

 

 

대학루에서 바라보는 삼학도, 영산강 하구 바다 건너편은 영암 대아산(엄산)

 

삼학도의 산그리메를 '학도청람(鶴島晴嵐)', 봄비 내리는 대아산(엄산) 풍경을 '아산춘우(牙山春雨)', 영산강에 뜨는 가을달을 '금강추월(金江秋月)'이라 하니, 이 풍경들은 모두 '목포 8경'을 이룬다.

 

 

 

 

 

 

대학루에서 바라본 달선각(達仙閣)·유선각(儒仙閣)

 

 

 

 

 

휴게소, 그 뒤로 보이는 달선각

 

 

 

 

 

 

과히 둘레길 전성시대... 유달산에도 유달산 둘레길이 생겨 휴게소를 통과하는 곳에 둘레길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둘레길도 걸어 보았으면 참 좋으련만, 이미 해는 지고 있어 정상 다녀오는 데도 빠듯할 듯하다.

 

 

 

※ 유달산 둘레길 안내도

 

 

 

 

 

연리지라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그냥 붙어 있는 수준...

 

 

 

 

 

삼학도 이난영공원에서처럼 이난영 노래비가 있어 어두워가는 하늘에 '목포의 눈물'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숲속으로 보이는 봉의꼬리와 줄고사리

 

 

 

 

 

 

따듯한 남도! 아까시나무는 한겨울임에도 잎이 지지 않고 있다.

 

 

 

 

 

달선각을 향해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에서 돌아본 삼학도, 입암산 방향 목포 전경

 

 

 

 

 

달선각(達仙閣)과 천자총통

 

 

 

 

 

천자총통(天字銃筒)은 조선시대 천ㆍ지ㆍ현ㆍ황 등 대형 총통 중에서 가장 대형 화포... 고려말 최무선이 제작하였던 대장군포를 발전시킨 것이다.

 

 

 

 

 

 

 

 

 

천자총통은 크기에 비해 화약의 소모가 많고 제약이 커서 실전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445년(세종 27년) 기록에는 천자총통 사거리가 400~500보(300~380m) 정도 밖에 되지 않고 힘이 적은 자는 2~3방을 넘지 못하여 어깨와 팔이 아파서 쓰지를 못했다는데, 개선 이후에는 천자총통이 1300보를 나가고, 지자총통은 900보, 황자총통 800보 등 사거리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숲속에는 야생화한 듯 보이는 관음죽이 자라고 있다.

 

 

 

 

관음죽(Broadleaf Lady Palm)은 종려의 일종으로 중국 남부와 타이완 원산으로 야생에서는 발견된 바 없이 중국에서 재배된 것들만 존재한다고 하는데, 일본 와카야마 지역을 트레킹할 때 숲속에서 자생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었다.

 

 

홍지네고사리

 

 

 

 

 

그런데, 국내에선 유달산과 대이작도 등에서만 자생하는 왕자귀나무 관찰을 이번에도 깜빡해 버렸다. 꽃 피는 계절도아닌 겨울이라서 나무를 알아보는 게 쉽지 않긴 하겠지만...

 

 

 

3칸의 긴 누각, 유선각(儒仙閣)

 

 

 

 

 

 

유선각에서 바라보는 영산강 하구 바다 풍경

 

 

 

 

 

유선각에서 올려다본 정상의 일등바위

 

 

 

 

 

일등바위를 향해 오르는 길

 

 

 

 

 

 

유달산 북쪽 목포 시내 전경

 

 

 

 

 

북쪽 기슭에 자리잡은 달성사(達聖寺)가 내려다보인다. 달성사의 저녁 종소리는 '달사모종(達寺慕鐘)'이라 하여 목포8경의 제 8경으로 꼽힌다.

 

 

 

 

 

 

가파른 계단길에서 돌아본 삼학도, 입암산(笠巖山) 방향 풍경

 

 

 

 

 

왼쪽 멀리 보이는 산은 '삿갓바위산'이라는 뜻의 입암산. 2009년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갓바위가 영산강 하구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우뚝 서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갓바위와 입암산이 저녁 노을에 물든 풍경을 '입암반조(笠岩返照)'라 하여 '목포 8경'의 일부를 이룬다.

 

 

 

정상의 일등바위(율동바위)와 관운각(觀雲閣)이 다가선다.

 

 

 

 

 

어린 열매를 단 팔손이나무

 

 

 

 

 

애기바위(두엄씨바위)

 

 

 

 

 

큰엄씨가 애기를 업고 작은 엄씨에게 등을 돌리고 작은 엄씨도 애기를 업었는데 큰 엄씨를 보려고 하는 모양이라는데 상상력이 빈약한 탓인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관운각 아래에서 맞이하는 일몰. 다리는 고하도로 이어지는 목포대교

 

 

 

 

 

관운각(觀雲閣), 이름 탓인가? 해지는 서쪽 하늘엔 잿빛 구름만 가득...

 

 

 

 

 

 

마당바위에서 바라보는 조망

 

 

일등바위. 맨 앞에 보이는 바위를 손가락바위라 부른다고...

 

 

 

 

 

영산강 하구 바다 전경

 

 

 

 

 

유달상 남서 능선, 고하도 동쪽

 

 

 

 

 

목포대교로 이어진 고하도

 

 

 

 

 

고하도는 길게 벋어 있는 모습이 칼처럼 생겼다고 칼섬, 또는 용처럼 생겼다고 용섬으로 불리기도 했다는데, 눈 덮인 소나무 풍경이 아름다웠던지 '고도설송(高島雪松)'이라 하여 목포 8경의 하나이다. 그리고 긴 섬의 육기쪽은 절벽, 뒤편은 평지로 되어 있는데 고하도와 육지 사이의 바다를 용당이라 부르는 모양, 이곳에 돛배가 돌아오는 풍경을 '용당귀범(龍塘歸帆)'이라 하여 역시 목포 8경의 하나!

 

 

목포대교. 아래는 신안비치호텔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이등바위

 

 

 

 

 

 

그런데, 정상에 솟은 바위 벽면에 보이는 낯설고 특이한 불상!

 

일본 불교 진언종(眞言宗)의 흔적인 부동명왕과 홍법대사상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조각상 옆으로는 전선으로 보이는 굵은 선이 노출되어 있어 조명시설을 한 게 아닌가 싶다.

 

 

 

 

 

 

홍법대사상(弘法大師像) 

 

 

 

 

 

홍법대사(774-835)는 신라의 의상대사에 비길 만한 일본 불교의 큰스님...

 

흔히 구카이(空海)라 부르며, 헤이안(平安) 시대 밀교 사상을 집대성한 진언종(眞言宗)을 연 불교 승려로 30세 무렵 당나라로 건너가 혜과(惠果)로부터 전수한 밀교를 널리 전파하고 고야산(高野山)에 공고부지(金剛峯寺)를 세우고 그곳에서 입적하였다.

 

진언종은 마음과 육체의 합일을 강조하고 현세에서의 이익을 인정하여 귀족들의 환영을 받았다. 구카이가 수행한 불교는 율령국가 체제를 수립해 간 불교가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을 통해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부동명왕상(不動明王像)

 

 

 

 

 

홍법대사가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배를 타고 돌아올 때 부동명왕이 대사의 항해 안전을 지켜줬다고 하며 홍법대사가 안치된 곳에는 어김없이 부동명왕상이 함께 있다.

 

부동명왕은 힌두교 시바신을 불교에서 수용한 것으로 대일여래(大日如來, 비로자나불)의 사자로써 번뇌의 악마를 응징하고 밀교 수행자들을 보호하는 수호신이다. 오른손에 검 왼손에는 밧줄을 쥐고 부릅뜬 눈과 뾰족한 어금니에 윗입술을 깨문 무서운 분노신(忿恕身)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유달산 정상 암벽에 일본 불교 진언종의 창시자와 그 수호자의 부조가 새겨지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여러 자료가 있지만, 이경화의 <일제강점기 목포 유달산의 홍법대사상과 88영장>이란 논문에 잘 정리되어 있어 그 초록 일부로 이해를 대신한다.

 

 

목포 유달산의 홍법대사, 부동명왕 마애조각과 88영장은 1931년경에 만들어졌다. 88영장은 1번부터 88번 까지의 일련번호가 기입된 불상을 유달산의 중요 자리에 놓음으로써 완비되었다. 홍법대사(774~835)는 일본밀교 진언종의 창시자이며, 영원한 선정에 들어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로 여겨졌다. 고야산은 진언종의 성지이다. 시코쿠섬 88개 사원을 순례하는 시코쿠메구리는 구원의 인연을 맺기 위해 홍법대사가 걸어 다녔던 영장을 순례하는 것이다.

유달산 88영장은 시코쿠 88영장을 원형으로 한다. 불상에 기입된 일련번호는 시코쿠 88개 사원의 해당 사찰을 지시한다. 그리고 불상은 그곳의 본존을 표현하였다. 일제강점기 88영장은 유달산 이외 한국 내 다른 지역에도 만들어졌다. 1930년경 식민지 조선에 대한 본질적인 지배를 기대하는 한국 거주 일본인들은 그들의 사후 구원의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조선 내의 일본 영장(靈場)이 필요했다. 개항장 목포의 바위산인 유달산은 고야산 성지를 대체하고 시코쿠 순례를 축소 재현한 영장이 되었다.   - <동북아역사논총> 47호, 2015.

 

 

 

불행한 역사 속에 목포의 상징이라 할 유달산 정상의 바위에 새겨진 일본불교의 흔적은 낯설고 거부감이 든다. 해방 된 지 70여 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이를 일제의 잔재로 지워버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불행한 한 시대를 증언하는 문화재로 보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출된 전선으로 보아 이들 조각상에 야간 조명시설을 했던 흔적이 아닐까 싶은데, 당국의 둔감과 무지가 예사로운 것이 아닌 듯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든다.

 

 

 

 

되내려오는 길, 어둠이 짙어가는 목포항에는 점점이 불빛이 켜지고 있다

 

 

 

 

 

영산로의 아름다운 불빛을 구경하며 숙소로 돌아온다.

 

 

 

 

 

 

 

 

항동시장 부근 해안로의 식당에서 낙지볶음과 연포탕으로 저녁 식사.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