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맑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장마철에 제주를 찾은 것 속으로 뛰어들 때부터 각오야 했던 거지만 막상 비가 오니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고 그냥 시간만 보낼 수 없어 잠시 비가 뜸해진 시간 이 선생님이 안내해 주는 여문영아리오름으로 향한다.
여문영아리오름은 남원에서 조천을 잇는 남조로(1118번 도로)를 따라 교래리를 향해 달리다 물영아리를 지나서 붉은오름 못 미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남조로변에 차를 세우고 바리케이트를 지나 목장 길을 따라 들어서니 쑥대낭(삼나무)에 둘러싸인 여문영아리오름이 모습을 보인다.
다시 또 하나의 철문을 통과해야 한다.
어디나 목장인 제주의 오름을 오르려면 철문 통과는 필수...
바로 남쪽에 있는 물영아리가 분화구에 물이 차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분화구가 트여 물이 없다고 '여문영아리'라 불린다고 한다. 신령스런 산이라 하여 영아악(靈峨岳)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신령스런 여인이 머리를 풀고 앉아 있는 형세라 하여 영아악(靈娥岳)이라고도 하고, 용이 누워 있는 형국이라 하여 '용와악(龍臥岳)'이라고도 부른다.
분화구가 북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오름으로 해발 514m, 비고 134m. 봉우리는 2개인데 동쪽 봉우리가 높다.
오름 아래 솔숲에서 갑자기 말들이 나타나더니 우리를 발견하곤 너머 쪽 숲으로 사라져버린다.
남쪽에 있는 물영아리오름 사이에 표선면과 남원읍의 경계를 이루는 '솔내(松川)' 상류 계곡이 흐르는데, 물이 늘 고여 있고 겨울 철새들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엉겅퀴 꽃
털인동
개미탑
※ 여문영아리오름 안내판
탐라산수국이 제철을 맞은 듯 오름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오름 정상 부근에는 쥐똥나무가 군락을 이루었는데, 쥐똥나무 잎이 원래 이렇게 길었나 싶다. 혹시 제주도에 자생한다는 버들쥐똥나무가 아닐까 싶다.
비에 젖은 수풀을 헤치며 힘겹게 오른 오름,
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잖아도 찌푸린 날씨에 전망이 좋지 않은 오름,
환히 보인다는 한라산도 보지 못하고 아쉽게 부랴부랴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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