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11월 중순 해남 달마산 오리무중 풀꽃나무 산행(미황사-불썬봉-문바위)

모산재 2016. 11. 27. 23:32


주말마다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아직도 생명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남쪽 끝 해남 행 버스에 올랐다.


주중 일기예보에는 분명 구름 위에 해가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이어서 닭치고 달마산 등반에 나선 것이었는데, 해는 고사하고 잔뜩 찌푸린 우중충한 하늘에서 빗방울조차 떨어지며 차창을 적시고 있어 괜히 나섰나 하는 낭패감이 밀려 온다. 무엇보다 땅끝 암릉을 타며 남해와 서해를 동시에 조망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으로 올해의 풀꽃나무 산행을 마감하려던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글러버린 듯하다.




달마산 산행은 처음인데 미황사로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미황사를 들르는 것도 꼭 11만이다. 



일주문은 언제 섰는지... 아담한 담장이 일주문 양쪽으로 조성되었는데, 경내 영역을 나타내는 사찰의 담장이 보통 천왕문에 조성되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점이다. 





천왕문까지 멀지 않지만 굽이를 둔 한적한 길이 있어 산사의 멋을 느끼게 한다.





바위를 떠받치는 나뭇가지들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천왕문





광택이 나는 잎... 윤쇠고비 아닐까 싶었는데, 전공 학자 님은 누운 듯한 잎 모양으로 그냥 쇠고비라는 견해를 주신다. 





언제 지었는지 천왕문은 아직 비어 있는데, 4억짜리 4천왕을 모실 시주 공고를 하고 있다.  





자하루(紫霞樓)






법당(대웅보전) 마당에 올라서니 아름다운 달마산 병풍바위는 자욱한 안개 속에 숨어 버렸다. 





2005년 미황사 => http://blog.daum.net/kheenn/5723888




사슴지의속((Cladonia) 지의류, 꼬마붉은열매지의(영국병정지의)이지 싶다.





다시 천왕문으로 내려와 달마산 정상 불썬봉 오르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 달마산 등산 안내도





윤쇠고비와 동거하는 곰비늘고사리





주변의 고사리들도 같은 종류지 싶어 찍어 두었는데, 모니터로 확인해 보니 서로 다른 종류들이다.



산족제비고사리





홍지네고사리





가시나무 종류로 보이는데 잎이 긴 것이 참가시나무로 보인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자락길' 팻말이 안개 자욱한 숲을 배경으로 서 있다.





불썬봉 오르는 기슭길은 내내 조릿대밭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붉가시나무로 보이는 교목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잎은 톱니가 별로 없고 잎자루는 길다.





오를수록 안개는 점차 짙어지고...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헬기장을 지난다.






이 또한 붉가시나무겠지...





노란 단풍이 아름다운 비목나무





바위지대 급경사길 아래 낙엽 속에는 높이 자란 홍지네고사리...






덩굴초롱이끼속(Plagiomnium)





지네고사리?





애기족제비고사리





뱀고사리






팥배나무 열매인가 했더니 꽃자루에 오돌토돌한 돌기가 있는 것이 윤노리나무 열매!






정상으로 오르는 길 내내 풀꽃은 스러져 보이지 않고 고사리와 이끼들만 자꾸 눈에 띈다. 풀꽃나무 산행이 아니라 고사리와 이끼 산행이 되는 듯하다.



이건 무슨 이끼더냐... 넓은잎윤이끼?






산족제비고사리





드디어 불썬봉 아래 능선으로 올라선다.





안개 속에 잠긴 불썬봉 정상(489m)






윤노리나무







남해와 서해를 동시에 시원스레 조망하겠다는 야무진 꿈은 산산조각 나고...


바로 앞의 바위봉우리조차 보이지 않을 오리무중의 능선길로 접어든다.





처음으로 만난 풀꽃, 구절초는 이런 모습이다.







열매자루가 매끈하니 이것은 팥배나무 열매!





너덜지대, 신갈나무 비스무리한 참나무에는 아직도 아름다운 단풍이 남아 있다.





'꼬마요정컵지의'라 불리는 이끼. 국명은 깔때기이끼(Cladonia chlorophaea)이다. 등산로 내내 흔하게 보인다.





흔히 '영국병정지의'라 불리는 사슴지의속 지의류. 하지만 국명은 꼬마붉은열매지의(Cladonia macilenta)이다.






팥배나무 열매





딱 한 개체 만난 왁살고사리. 포자낭은 다 어디로 갔나?






반들지네고사리






자금우 열매





팥배나무 열매







반들지네고사리





첫 산행인데 조망이 불가하니 앞에 보이는 이 바위봉우리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구나...


어쨌거나 문바위 능선 쪽으로 이어지는 암릉의 일부인 듯하다.






이 바위봉우리를 에둘러가기 위해 아래로 내려서는 계단길





남오미자 덩굴. 열매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혹 큰족제비고사리일까 싶어 담아두었는데 확인하니 그냥 산족제비고사리...

(노안이 와서 고사리류는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일단 사진을 찍어 두는 버릇이 생겼다.ㅠㅠ)





능선으로 올라서기 위한 다시 오르막길






이미지로만 보았던 개차고사리를 만난다.







미황사 하산길이 있는 갈림길 앞





이 고사리는 뭘로 봐야 하나... 가는잎족제비고사리?






이곳이 문바위일까? 등산지도에는 문바위가 표시되어 있지만 등산로에서는 문바위 표지가 어디에도 없다.





미황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작은금샘 삼거리에 도착한다.





작은금샘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눈 앞에 드러나는 등산로만 보며 걷는 오리무중 산행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