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늦가을 양재천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16. 11. 20. 21:17


수능 시험이 있는 날...



오전 내내 아파트 베란다로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서는 맑은 햇살을 즐기다 오후에 양재천 산책에 나선다. 비가 오고 개고 흐리고를 반복하는 올해의 늦가을 날씨에 오늘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대모산역에서 양재천으로 진입한다.




주목 열매. 주목은 암수딴그루이니 열매 달린 나무는 암놈.





사사조릿대(난쟁이조릿대)의 무늬가 특이하게도 점선. 보통 흰 줄이거나 노란 줄인데...






양재천 둔치 물억새는 역광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억새밭 속에 자라는 박하. 꽃 핀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갈퀴덩굴






살갈퀴 어린풀?






애기똥풀





쇠별꽃







가을에 자라난 벳지 어린풀이 흔히 보이더니...







꽃을 피우고 있는 우거진 덩굴을 만난다.






가을에 새로 자라난 큰개불알풀들,

겨울을 나며 양지바른 곳에서 꽃을 피울 것이다.





물억새





그 흔하던 미국쑥부쟁이꽃은 간혹 보일 뿐이다.





산층층이일까, 탑꽃일까 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박하인 듯하다.





깨알보다 작은 꽃을 피운 새끼손가락 크기의 애기황새냉이





속속이풀 로제트






잠시 천변을 벗어나 산언덕길로 접어든다.




휑한 숲가에 핀 과꽃





맥문동 열매





가을과 이별을 고하는 벚나무 단풍 낙엽





소나무 숲그늘에 자라난 겨울나기 갈퀴류,


제법 긴 잎자루를 가진 둥근 잎이 네 개씩 돌려난 모양으로 가을형 네잎갈퀴가 아닐까 했는데...






좀 떨어진 곳의 군락에는 줄기 끝의 잎이 5~6잎으로 돌려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이 녀석들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다시 천변으로 접어들어 만난 갈퀴류는 좀 전의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다.





"잎자루는 없다"고 기록된 갈퀴덩굴인데, 가을형 갈퀴덩굴에는 잎자루가 있는 것일까?




양재천의 갈퀴류들에 혼란스러워하며 덩굴을 이룬 쇠별꽃을 담는다.





"뭘 찍으시는 거예요? 아마튜어이신가요, 프로이신가요?"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싶어 돌아보니, 자외선 차단용 마스크를 살짝 벗으며 선량한 얼굴을 보이는 어느 부인.


그저 취미로 찍는다는 내 말에 저 아래쪽 다리 지나 작은 폭포가 흐르는 곳에 아름다운 이끼가 있다며 사진을 찍어 보라고 한다. 사진 찍는 내게 친근감을 느낀 것인지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천변 언덕 위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며 양재천이 아름다워 자주 산책을 나온다. 오래 전 인물 사진을 주로 찍는 사진 작가로 꽤 알려지기도 했으며, 이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결혼 뒤에 넘어지는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쳐 음악을 그만 두고 지내다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남편이 고위직에 있어서 자신의 활동이 누를 끼칠까 보아 그만 둔 지가 10년이 되었다...


인생의 곡절도 많은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걷다보니 많은 시간이 흐른다.




그러다 갑자기 갑자기 무언가를 건네준다. 네잎클로버! 천변을 걸으며 찾으신 모양... 






다시 클로버 군락지에서 네잎 틀로버를 3개나 찾았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사람들이 다가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작별을 고한다.



 

개망초 겨울나기





예전에 보이지 않던 벳지가 아주 흔한데, 마지막 가을볕에 꽃을 피운 녀석을 만난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산국 꽃은 드물게 보인다.





물억새





다리 아래에는 잉어떼들...







비수리인 줄 알고 담았는데 모니터로 잎의 톱니를 보니 전동싸리 아닌가...






자주개자리





서울 하늘 아래에도 신이대가 정착한 듯...





애기똥풀





큰 나무는 보이지 않는데, 천변 언덕에 관목상의 이런 팽나무 줄기가 자라고 있다.






붉은토끼풀





계란꽃 주걱개망초






청둥오리





큰개사탕수수






집을 나선 지 세 시간쯤 지났을 뿐인데 벌써 해는 서쪽 아파트 숲 너머로 숨어 버렸다. 어둑어둑해지는 풍경, 공기도 한층 서늘해진다.


아까 부인이 일러 준 이끼를 만나기 위해 폭포(?)를 찾아 보는데 두루 살펴 보아도 어딘지 알 수 없어 날은 어두워지고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