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성, 백부자 열매는 사라지고

모산재 2016. 11. 1. 23:23


주말, 흐린다고 했던 날씨가 드물게 화창합니다.


창을 열고 베란다로 들어오는 맑고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널널하게 보내는 시간이 감미롭게 느껴지기조차 합니다. 주말마다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했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가끔씩 여유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니 몸이 근질거려서 결국 집을 나서고 맙니다. 딱히 갈 곳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니라 아파트 화단을 한 바퀴 돌다가 하늘공원, 선유도공원 등을 떠올리다 그냥 남한산성으로 가기로 합니다. 백부자 열매가 보고 싶어진 것!





먼저 아파트 화단에서




구름송편버섯이지 싶은 버섯을 그루터기에서 만나고







좀바랭이로 보이는 풀들이 화단에 많이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가을에 다시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운 왜제비꽃





자라난 포자엽이 말라가고 있는 청나래고사리






보석처럼 아름다운 좀작살나무 보랏빛 열매





꽃이삭을 길게 드리운 줄맨드라미





보통의 맨드라미




이들 맨드라미 종류는 비름과로, '신이 내린 곡물'이라는 저 안데스의 아마란스와 같은 속의 한해살이풀입니다.




피라칸타 열매





8호선을 타고 산성역에 내려서 산성으로 직행하는 50번 버스를 타려 했는데 그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결국 우회해서 오르는 9-1번 버스를 탔지만 산성으로 오르는 주말 도로는 주차장인 듯 꿈쩍을 않습니다.




산성 주차장에 겨우 도착하니 이미 5시 10분 전!




남한산성 문화제 애드벌룬이 걸려 있는 아래로는 장터가 서고 신명나는 풍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풍물패들의 신나는 한판 굿~~!!!











북문으로 향하는 길,


민속음식점 지붕 위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이 아름답습니다.






성곽길로 들어서고






조개껍질버섯이지 싶은 버섯이 눈길을 끌고






그렇게 성곽길을 걷노라니 이미 해는 서산 구름 뒤로 숨고 황혼에 잠김니다~.







그리고 이내 땅거미가 지는 듯 주변이 어둑어둑해집니다.




베어놓은 참나무 등걸에는 시루송편버섯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부자가 있던 자리에 도착해 보니 백부자 열매는커녕, 자라고 있던 줄기의 흔적조차도 지워져 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타 열매가 사라진 것입니다.



자라고 있던 뿌리를 캐 가지 않은 것은 다행일지 모르지만,

극히 몇 개체가 겨우 종족을 보존하고 잇는 이곳에서 종자를 통째로 가져가다니... 


많은 종자들이 퍼져나가 백부자 밭이 되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소망을 저버리는 범죄 행위 아닐까요?





결국 헛걸음이 되어 버린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어둠 속에 산부추와 자주쓴풀이 실루엣을 보입니다.





자주쓴풀





어둠에 잠긴 산성 아래 사람사는 마을에는 별빛이 내린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