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9월 하순, 단풍 드는 함백산 풀꽃나무 산책 (1)

모산재 2016. 10. 1. 13:24


9월 하순, 추분이 지나 깊어가는 가을이지만 여전히 대낮엔 무더운 여름 날씨가 계속된다.


애초엔 남도로 떠나볼까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금요일 저녁에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강원도로 마음을 돌린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최대한 북쪽의 고산지대에서 붙들고 싶은 맘이 컸던 탓이다. 설악산 서북 능선과 함백산을 저울질하다 결국 함백산으로 굳힌다. 함백산의 가을을 구경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0시 40분경, 두문동재(싸리재)에서부터 출발. 은대봉-중함백-함백산을 거쳐 만항재에 이르는 1300~1500m 대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풀꽃나무 산책을 시작한다.



날씨는 빗방울이 듣지 않을까 싶게 흐린데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등산로로 접어든다. 등산로 주변 산언덕에는 구절초, 숙부쟁이, 각시취 등 고산의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쓸쓸한 가을빛이 완연하다.  




제일 먼저 미나리아재비 꽃이 내 눈길을 끈다. 제철을 한참 지나 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투구꽃





고려엉겅퀴





과남풀





과남풀이 피어 있는 풀밭을 탐색하다 분홍빛으로 핀 과남풀을 발견한다.


변종이겠지만 이 과남풀은 연보라과남풀이란 이름으로 국가표준식물에 올라 있다.





꽃빛을 잃어버린 수리취





은대봉으로 오르며 돌아본 금대봉 대덕산 방향





가을 정취를 더하는 개쑥부쟁이






서늘한 가을, 따뜻한 불씨처럼 핀 이고들빼기 꽃






전초가 완전히 말라버린 박새.


말라 버린 모습이 여러해살이풀이 아니라 한해살이풀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촛대승마는 열매를 달았고...





두메담배풀은 꽃과 열매를 단 모습을 나란히 보여 주고 있다. 





벌써 단풍이 시작되었다.






금방 은대봉 정상(1442m)에 이른다.


두문동재(1,268m)에서 1㎞ 거리~.


정상 표지석을 등산객들이 끼고 있어서 고려엉겅퀴가 핀 주변 풍경으로 대신한다.





왕지네고사리들이 대군락을 이루고 쓰러져 있는 지대를 지난다.







바디나물도 꽃이 지고 열매가 달린 모습





꽃을 붙들고 있는 바위떡풀을 만나니 반갑다.





꽃이 거의 져 버린 까치고들빼기, 흐린 날씨에도 몇 송이의 꽃이 피어 있다.





습한 숲속에는 여러 가지 버섯들이 자라나고 있다.






이곳의 투구꽃은 깃꼴로 깊게 세열된 잎이 지리바꽃에 가까워 보인다.





강활이지 싶은 뿌리잎이 종종 보인다.





열매를 맺은 강활과 자줏빛을 띤 줄기






붉은 열매가 꽃보다 더 아름다운 회잎나무





줄기에 난 화살나무도 함께 군락을 이룬 것을 보면 회잎나무와 화살나무를 굳이 구별할 일은 아닌 듯~.





회나무 열매일까? 참회나무 열매일까?


맨 아래 갈라지지 않은 열매에서 5개의 얕은 날개가 확인도니 회나무 열매가 정답이다.





잎겨드랑이에 살눈(주아)가 보이는 새끼꿩의비름





바디나물





까치밥나무 또는 개앵도나무 열매일 텐데...


화경의 털 유무로 구분된다는데, 이 계절에도 구분이 가능할까...?





명자순 열매





투구꽃(자꾸 지리바꽃으로 보고 싶어진다...) 열매





겨울나기를 하는 걸까? 가을에 자라는 전호가 밭을 이루었다.





말라가는 줄기에서 마지막 꽃이 달려 있는 세잎쥐손이










산발한 듯한 요강나물 씨방





마지막 한 송이, 세잎쥐손이 꽃





파스텔 톤의 진범 꽃이 우아하다.





투구꽃





구멍장이과로 보이는 버섯, 송곳니기계충버섯? 송곳니구름버섯?





송편이 흩어져 있는 듯 자라는 버섯





프로펠러 같은 열매를 단 나래회나무






참회나무 열매






말나리 씨방





나도양지꽃 뿌리잎





강활 근생엽





씨앗을 날리는 나래박쥐나물






골돌의 사이가 벌어지는 모습도 지리바꽃에 가깝다.





천남성 열매





익은 개암 열매는 안 보이는데, 내년에 필 겨울나기 수꽃이 달렸다.





강활 열매와 줄기






그리고 특이한 모습의 산형과 식물을 발견하고 한참 멍해진다.



잎 모양은 강활과 묏미나리의 중간형 정도로 보이고...





바소꼴에 가까운 소총포 모양은 묏미나리인가 싶은데...




다른 꽃차례에서는 소총포가 갈라져 있다. 




게다가 또 하나의 꽃차례에서는

총포가 부풀은 잎집 끝에 잎자루가 달리고 잎처럼 커다란 포엽이 여럿 달려 있지 않은가!




도대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모습을 가진 이 녀석의 정체는 뭔가?


웬 신종인가 싶어 심장조차 벌렁거리는데, 한동안 이 녀석의 정체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비교적 가느다란 줄기에 넓은 소총포를 가진 모습으로 보아 구릿대나 궁궁이 같은 Angellisa속은 아닌 듯하고 묏미나리나 강활 같은 Ostericum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묏미나리와 강활이 눈이... 아니 배가 맞아 낳은 잡종인가? 아님, 강활이나 묏미나리의 개체 변이?




톱니가 작고 고른 이 녀석은 그냥 강활이 아니고 지리강활?






어느 사이엔가 햇살이 비치면서 풍경이 갑자기 환해진다. 하지만 잠시...




덩굴에 까만 열매가 보여 웬 머루 열매가...? 싶어 살펴보는데 산외 열매가 달려 있다.




덩굴잎이 머루잎인 줄 알았더니 산외 잎!


럼 열매는 뭐지, 하고 살펴보니 귀룽나무를 산외가 타고 오른 것이다.





귀룽나무 열매





5개의 얕은 날개를 가진 회나무





이번엔 매발톱나무 열매를 만난다.


바람 센 설악산 귀때기청의 매발톱나무와 달리 맘껏 자란 줄기와 가지에는 열매가 풍성하게 달렸다. 






백당나무 열매








여로 열매. 잎이 넓은 걸 보니 접두어가 없는 기본형 여로이다.





돌계단 틈에서 꽃을 피운 산여뀌





전망바위로 오르며 돌아본 은대봉 -금대봉 능선







전망바위 올라 다시 바라보는 은대봉-금대봉 능선. 단풍빛이 완연하다.







중함백 정상 부근 능선에서 바라보는 함백산 정상





중함백 정상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함백산 정상





중함백 정상(1505m)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