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새며느리밥풀꽃 흐드러진 제왕산 풀꽃나무 산행

모산재 2016. 9. 21. 00:37

 

5일간이나 이어진 추석 연휴, 하지만 그 귀한 시간을 알뜰하게 쓰지 못하고 보내게 되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추석날 오후 서울로 돌아와 바로 다음날 바람이나 쐬자고 다시 추석 며칠 전에 갔던 대관령으로 간다. 다행히 아침부터 햇살이 환하게 빛나는 날씨, 드높은 푸른 하늘을 인 가을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조차 가벼워진다.

 

 

 

대관령에서 제왕산 능선을 타고 갔다 임도로 돌아오는 트레킹 수준의 가벼운 산행을 할 참이었는데, 능경봉 입구에서 불쑥 고루포기산으로 가버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 입구

 

 

 

준공 기념탑에서 내려다본 대관령 주차장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

 

 

 

 

국도와 다름없는 수준의 꼬불꼬불 대관령을 넘는 영동고속도로 준공(1975년)을 기념해 세운 탑. 하지만 2001년 능경봉과 제왕산 사이로 통과하는 대관령터널이 뚫리면서 지금은 그 옛날의 고속도로는 여유와 낭만을 찾는 유람객들만 이용하는 한적한 지방도로 복귀되었다.

 

 

 

준공기념탑에서부터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그리고 제왕산 등산로는 시작된다.

 

 

 

 

 

 

제왕산까지는 4km 조금 넘는 거리, 고개를 넘어 임도로 돌아오면 10km쯤이니, 산책하듯 걸으면 다섯 시간으로도 충분할 듯~.

 

 

입구에서 만나는 흰투구꽃. 선자령쪽에서 그토록 흔하더니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덤불 숲그늘에 군생하는 버섯.

 

굽은꽃애기버섯 같기도 하고 밀꽃애기버섯(밀애기버섯) 같기도 한데 다른 버섯일지도 모르겠다.

 

 

 

 

 

따스한 볕이 드는 풀밭에는 미역취가 꽃을 피우고 은방울꽃들이 붉은 열매를 달고 있다.

 

 

 

 

 

 

그리고 이내 능경봉 입구 샘터로 이어지는 임도를 만난다.

 

 

 

 

제왕산 쪽으로 이어진 임도로 접어들자마자 이내 능경봉 등산로 갈림길에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나고, 그 앞에는 넓은 공터가 자리잡고 있다. 그 공터에는 거북머리에서 시원스레 물이 흘러내니는 샘터가 둘 있는데, 그 샘터에는 각각 인풍비(氤風碑), 전망비(澶望碑)라 새긴 비석을 세워 놓았다.

 

 

오전 한 나절이 지난 시각인데도 야영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혹은 설겆이를 하기도 하고 혹은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야영을 하기에는 가히 안성맞춤인 곳이다.

 

 

인풍비(氤風碑)

 

 

 

샘물이 나오는 석수는 용의 형상을 새긴 듯한데, 등에는 '용천수(龍天水)'라 새겨 놓았다. 이곳은 옛날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라고 하는데, 뒤로 '인풍비(氤風碑)'라 새긴 비석을 세워 놓았다. '인풍(氤風)'이란 어려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직역하면 "기운 성한 바람"인데, 풍력발전기가 설 정도로 바람 센 이곳의 바람신을 잠재우려는 뜻이라도 담은 걸까?

 

 

그리고 아래쪽 샘터 곁에 세워진 "澶望碑"라는 비석은 또 무엇인가?

 

 

단망비(澶望碑)

 

 

 

 

"澶"이란 글자는 "고요히 흐르는 물 전, 멋대로할 단, 물 이름 선" 등 다양한 음과 훈을 가지고 있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느긋하게 바라본다'는 뜻으로 '단망비'로 읽어야 할지 "물이 흘러내리기를 소망한다"는 뜻으로 '전망비'로 읽어야 할지...

 

 

 

갈 길이 바쁜 산객은 산불방지초소를 지나 제왕산 쪽으로 향한다. 초소 바로 뒤편으로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흰투구꽃이 아닌 투구꽃 몇 개체가 보인다.

 

 

 

 

그리고 이내 임도를 벗어나 이어지는 낮은 등산로

 

 

 

비늘말불버섯

 

 

 

남쪽으로 우뚝 솟은 능경봉(1123m)

 

 

 

 

바위 탁자와 통나무 의자가 놓여 있는 이곳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며 점심 해결~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이 이어지는 등산로...

 

 

 

 

흔하게 보이는 큰비단그물버섯

 

 

 

 

능경봉 터널을 지나 제왕산 터널로 이어지는 영동고속도로가 가파른 남쪽 기슭으로 지나고...

 

 

 

단풍취

 

 

 

제왕산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자령 방향과 북향하는 영동고속도로 풍경

 

 

 

동쪽으로 보이는 제왕산 정상. 정면으로 강릉이 뿌연 내에 잠겨 있다.

 

 

 

 

붉게 익은 마가목 열매

 

 

 

기름나물

 

 

 

삽주

 

 

 

 

추석 연휴 기간에 비가 내린 탓인지 등산로 주변에는 유난히 버섯이 많이 보인다

 

 

노란다발버섯

 

 

 

다색벚꽃버섯. 흔히 밤버섯이라 부른다.

 

 

 

삿갓외대버섯

 

 

 

 

다시 잠시 임도와 이어지고

 

 

 

 

이내 제왕산 오르는 길로 다시 접어든다.

 

 

 

 

위도 등산로에는 꽃며느리밥풀이 지천이더니 제왕산 등산로는 새며느리밥풀로 꽃단장을 한 듯하다.

 

 

 

 

은분취

 

 

 

딱 한 개체가 외롭게 꽃을 피운 큰잎쓴풀

 

 

 

 

이곳을 오르면 제왕산 정상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돌아보는 능경봉(좌). 대관령으로 이어지는 임도와 지나온 능선길

 

 

 

대관령 선자령 방향

 

 

 

 

강릉 방향

 

 

 

 

전상 바위 봉우리 곁에서 갑자기 울리는 시끄러운 매미 소리!

 

울음소리가 매우 변화무상하고 독특하여 살펴보니 애매미란 놈이다.

 

 

 

 

다양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팔짝팔짝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또 바위 위로 폴짝폴짝 옮겨 앉는 모습 또한 귀엽고 재미있다.

 

이 애매미 울음소리를 문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어느 블로거가 정말 절묘하게 흉내낸 소리가 있어 줄여서 소개해 본다.


즈그즈그 호우 씨~!! 즈그즈그 호우 씨~!! 즈그즈그 호우 씨~!!
즈그즈그 히이~ 즈그즈그 히히히히히히히히……
이오쓰~ 이오쓰~ 이오쓰~ 이오쓰~ 이오쓰……
쓰~쯔르르르르르르……

 

실제 애매미 우는 소리를 들어보시라. 그 변화무상한 소리의 매력에 헤어나기 어려우리라.

 

 

자주졸각버섯

 

 

 

 

돌탑

 

 

 

돌탑 너머로 보이는 제왕산 정상

 

 

 

 

새며느리밥풀로 꽃단장한 듯한 등산로

 

 

 

 

 

 

 

 

 

지나온 봉우리 뒤로 보이는 능경봉

 

 

 

 

 

닭목령 방향 왕산면 골짜기

 

 

 

산앵도나무 열매

 

 

 

 

다시 제왕산으로 정상으로 로르는 입구에 솟아 있는 제왕솟대바위

 

 

 

 

솟대바위 뒤편 능선으로 오르며 돌아본 능선길

 

 

 

 

 

대관령과 선자령 방향 전경

 

 

 

제왕산 정상 입구의 고사목

 

 

 

 

 

 

한때 서흥구절초라 불렀던 꽃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색감의 산구절초

 

 

 

 

해발 841m의 제왕산의 유래를 기록한 안내판

 

 

 

 

공민왕이 신돈의 애첩이었던 반야로부터 얻은 아들인 우왕은 공민왕이 살해된 뒤에 10세의 나이로 즉위를 했지만, 결국은 이성계에 의해 폐위되어 이곳 제왕산 아래에 유폐되어 살았던 모양이다. 이곳 왕산면이나 왕산골, 제왕산이란 지명도 바로 우왕과 관련된 것!

 

 

고려 말 27대 충숙왕이 죽자 충혜왕이 등극하지만 향락과 여색에 젖은 패륜아 충혜왕은 부왕의 후비인 수빈 권씨와 숙공 휘녕공주를 강간하는 등 인륜을 저버린 폭정을 일삼다 중국 게양으로 귀양 가던 중 사망한다. 그 아들 충목왕은 12세에 왕이 되어 4년여만에 병사하고 이복동생 충정왕 또한 12세에 즉위하지만 무능을 이유로 원나라는 충숙왕의 차남인 강릉대군을 31대 왕으로 세우는데 바로 공민왕이다.

 

공민왕은 자주적인 개혁정치를 펼쳤으나 왕비인 노국공주가 애기를 낳다 사망하면서 패륜적인 행위를 벌이다가 측근에 의하여 살해되고 신돈의 비첩인 반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32대왕 우왕이다. 최영장군의 사위이기도 한 우왕은 요동정벌 등 과감한 정책을 펼쳤지만 이성계 등 위화도 회군 세력에 의해 퇴위되고 아들 창왕과 마지막 왕인 공양왕도 결국 퇴위되고 차례대로 암살되며 고려 왕조는 종말을 고한다.

 

 

산구절초

 

 

 

 

제왕산 정상(841m)

 

 

 

 

정상 아래 쉼터

 

 

 

산앵도나무

 

 

 

갈색 갓이 예쁜 버섯, 무슨 버섯일까?

 

 

 

 

오봉산과 강릉을 한눈에 굽어 보는 제왕산 제2전망대. 아쉽게도 내가 많이 끼어 시계가 좋지 못하다.

 

 

 

 

제2전망대에서 임도로 내려서는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용담

 

 

 

참취

 

 

 

 

미역취

 

 

 

 

임도로 접어드는 곳, 무성하게 자라는 비수리가 꽃밭을 이루었다.

 

 

 

 

비수리에 기생하는 미국실새삼

 

 

 

참싸리

 

 

 

비수리

 

 

 

딱지꽃

 

 

 

 

큰잎쓴풀

 

 

 

 

 

미역취

 

 

 

열매를 단 두릅나무

 

 

 

새며느리밥풀

 

 

 

솔이끼류

 

 

 

물봉선

 

 

 

졸각버섯

 

 

 

방아풀

 

 

 

 

누리장나무

 

 

 

 

흰 곷이 피는 산구절초와 함께 색감이 아름다운 연홍색 꽃을 피운 구절초도 흔하게 보인다. 

 

연홍색 꽃이 피는 구절초로 서흥구초가 있지만 서흥구절초는 곷색을 제외하면 구절초와 별 다르지 않아서 지금은 구절초에 통합된 상태이다. 그런데 이곳의 구절초는 잎이 가늘게 갈라진 것이 모두 산구절초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개쑥부쟁이

 

 

 

참당귀

 

 

 

수리취

 

 

 

능경봉 터널

 

 

 

 

대관령으로 향하는 제왕산 임도. 왼쪽은 능경봉 공제선

 

 

 

꽈리 열매

 

 

 

 

 

 

노박덩굴 열매

 

 

 

수락산에서 발견되었다는 나비국수나무도 잎이 이런 모양 아닌가?

 

 

 

좁쌀풀이란 이름을 잘 이해시켜 주는 좁쌀 같은 열매

 

 

 

무슨 버섯일까?

 

 

 

 

 

 

 

산여뀌

 

 

 

산박하

 

 

 

개쑥부쟁이

 

 

 

 

 

 

물쇠뜨기

 

 

 

톱풀

 

 

 

어수리

 

 

 

노린재나무 열매

 

 

 

 

제왕산은 걷기 좋은 산이다.

 

정상 능선 등산로와 임도가 나란히 달리다 몇 번 만나기도 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발걸음은 절로 가벼워진다. 무엇보다도 선자령과 능경봉 능선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시원스럽고 늠름한 산줄기를 바라보는 전망이 멋지고 멀리 강릉과 동해 바다를 조망하는 즐거움이 최고다.

 

가슴까지 뻥 둟리는 듯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절의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이런 트레킹 코스도 드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