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성 성곽길, 가을 풀꽃나무 산책

모산재 2016. 9. 24. 10:31


추석 연휴 마지막날, 오전에는 집에서 한가로히 시간을 보내다 화창한 날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오후 반 나절이 거의 지날 무렵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꼭 1년만에 남한산성을 찾기로 한다.



마천 쪽에서 산을 타고 오르는 것이 좋겠지만 출발이 너무 늦어서 산성역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오르기로 하였는데, 52번 버스를 타야하는 것을 착각으로 50번을 타는 바람에 복정 쪽으로 되내려오는 불상사를 겪으며 30여 분이나 더 시간을 허비한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고 산성을 오르는 좁은 도로는 차들로 미어터져 옴짝달싹을 하지 않는다. 


그러구러 3시를 훌쩍 넘기고 산성 주차장에 도착한다.





흰진범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산책은 시작된다.





쥐손이풀





털진득찰





신감채





아직도 꽃이 남아 있는 자주조희풀





시들고 있는 애기낙엽버섯





개똥쑥





열매를 단 박주가리





물봉선





익어가는 가새잎개머루 열매






물레나물 열매





등골나물





산박하





붉은 빛이 드는 꼭두서니 열매. 그런데 열매에 몇 개의 골이 보인다. 왜 그럴까?






이고들빼기 어린풀





예전에 보지 못했던 곳에서 만나는 병아리풀. 성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다.






나도송이풀





개쑥부쟁이





가을에 늦은 꽃 한두 송이를 피우는 기린초





가운데서 먼저 꽃이 피고 주변에서는 보랏빛 꽃봉오리... 이런 모습이 까실쑥부쟁이꽃의 매력이다






남한산성 성벽의 네잎갈퀴는 줄기도 꽃도 유난히 작아 좀네잎갈퀴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생존조건이 열악한 때문일 것이다.





그늘쑥






방아풀





담배풀





나비나물





가새잎개머루 열매





활량나물





제3암문





투구꽃(그늘돌쩌귀)





뚱딴지





가을에 핀 어수리 꽃. 잎이 아주 두꺼운 혁질로 느껴진다.






들깨풀





동장대터





남한산성 초소였던 군포지(軍舖 址)





이 녀석은 꽃차례나 톱니가 약한 잎 모양이 탑꽃을 연상시켜 자꾸 들여다본다.


남한산성에는 탑꽃이 자생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






등골나물





꽃이 거의 지고 열매를 단 벌완두






담배풀





장경사신지옹성





땅비수리





열매를 맺은 개싸리





국생정 도감에서는 기름나물 총포가 여러 개라고 기재하고 있는데, 총포가 있는 기름나물을 본 적이 없어 살펴본다.




그런데 이 기름나물에서는 긴 총포가 하나 보인다.




산기름나물에 대해서는 총포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이것은 기름나물인가 산기름나물인가?


믈론 잎의 열편이 넓으니 산기름나물이라 할 것인데, 그럼 총포가 여럿이라는 기름나물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복원공사를 시작한 벌봉 방향의 외성





벌봉으로 이어지는 12암문





벌봉과 한봉 쪽 성곽 복원 작업이 시작된 모양...






뚝갈





예쁘지만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독버섯, 갈황색미치광이버섯







이곳의 등골나물은 꽃색이 화려한 골등골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주쓴풀은 꽃이 피려면 아직 두어 주 기다려야 할 듯~.





벌봉 정상. 예전엔 전망이 탁 트여 있었는데 8년 동안 주변의 나무들이 자라 숲속에 문혀 있는 모습이다.





산기름나물





때늦은 꽃을 피운 개갈퀴







가는괴불주머니





단풍취





뜻밖에 이곳에서 H 님을 만난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한 사나이가 나를 향해 아는 체하는 데 보니 올 봄  애기송이풀 만나러 간 명지산에서 우연히 함께 했던 H씨 아닌가? 성곽을 돌면서 병아리풀을 만나고 백부자를 찾으려는데 못 만난 것. 해가 서산으로 숨은 늦은 시각에 둘이 함께 찾아 나선다.






속단






누리장나무





나래새





시호





백부자







북분취





사실 남한산성의 식물 자생지를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시호, 백부자, 북분취는 뜻밖의 만남이었다. 요 몇 년 간 남한산성을 잘 찾지 않아 정보가 많이 어두워진 탓... 어쨌거나 이들은 몇 개체가 되지 않아 걱정인데, 거기에다 성곽 공사까지 예정돼 있어 안위에 영향이 있을 듯하다.




해는 지고 하늘엔 붉은 노을이 진다.





한가위 대보름이 두둥실 솟아오를 때가 된 듯한데, 산성 아래 마을은 짙은 어둠에 잠기고 불빛만 반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