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곰배령의 봄꽃들(한계령풀,모데미풀,동의나물,홀아비바람꽃,갈퀴현호색,왜미나리아재비,뫼제비꽃...)

모산재 2016. 4. 26. 00:11


벌써 4월 하순, 창 밖으로 보이는 대모산은 신록이 짙어지고 산발치 귀룽나무는 푸르른 잎들 사이로 꽃차례를 늘어뜨리고 흰 꽃을 터뜨리고 있다.


좋은 봄날이건만 미세먼지 농도가 200㎛에 육박하는 날이 연일 이어진다. 흐린 시야에 숨이 턱턱 막히는 게 미세먼지 세계 1위국인 인도에 와 있는 느낌이다. 


토요일엔 이쁜 여조카 H의 결혼식이 있어 다음날인 일요일 배낭을 메고 곰배령으로 떠난다. 8년만에 찾는 곰배령, 그 때보다 열흘 정도 빨리 찾는다. 그때보다 이른 시기의 봄꽃이 문득 보고 싶어서 며칠 전 모 여행사를 통해서 탐방 예약을 해 두었다.



접근하는 입구의 비포장도로부터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풍경인데, 다만 강선리 설피마을 주차장이 훨씬 넓어졌다. 입장객이 하루 30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는데 제법 많은 승용차들이 서 있다. 






점봉산 생태관리센터에서 출입증을 받고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길 오른쪽으로 자연관찰로가 조성되어 있다. 8년 전에는 그냥 숲이었던 곳인데 새로 만든 모양...


아직 이곳의 기온은 서늘한 편이라 동의나물 꽃만 흐드러지게 피었을 뿐 볼 만한 다른 꽃은 없다.






낮은 계곡을 따라 나 있는 평탄한 길 주변에는 노랑제비꽃, 숲개별꽃, 얼레지, 금괭이눈, 홀아비바람꽃 등이 간간이 보일 뿐 아직 봄꽃들이 본격적으로 개화한 모습이 아니다.


서울은 낮 기온이 20도를 오르내리지만 이곳의 공기는 여전히 겨울처럼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어린이날쯤이면 피어 있거나 꽃봉오리를 보일 큰앵초, 는쟁이냉이, 연영초, 요강나물 등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계곡 풍경




숲개별꽃





곳곳에서 보이는 금강초롱 새싹





노랑제비꽃





금괭이눈





양지꽃!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곳 고산지역의 양지꽃은 민가 주변이나 야산에서 피는 양지꽃과는 많이 다르다.


꽃의 색깔도 잎의 생김새도... 별도의 종으로 독립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긴개별꽃은 꽃이 피려면 두어 주 이상 기다려야 할 듯...





강선마을을 지나 곰배령 쪽 계곡을 들어서면서부터 풀꽃들의 세상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한다.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현호색. 포엽이 조선현호색처럼 깊게 갈기갈기 갈라진 모습이 독특하다.





숲개별꽃





그리고 잎이 아주 두껍고 포엽이 거의 갈라지지 않은 이런 현호색 종류도 흔하게 보인다.






계곡을 좀더 올라서자 갈퀴현호색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지나치기만 하던 얼레지도 한 컷!





그리고 고도를 더 높인 곳에서 왜미나리아재비가 나타난다.


개구리갓과 혼동되었던 녀석...





지금은 족도리풀에 통합된 뿔족도리풀





손가락 길이보다 더 키가 작은 뫼제비꽃도 보이고...






물가에는 모데미풀도 군데군데 꽃을 피웠다. 절정을 지난 모습이어서 아쉬운 느낌...





요 모데미풀 꽃을 찍고 있는데 곰배령에서 내려오던 사람들 중 두 분이 연이어 위쪽 오른편에 흰얼레지꽃이 있으니 놓치지 말고 찍으라고 친절하게 위치를 알려 주신다. 




왜미나리아재비





금괭이눈의 잎이 이리 컸나...? 아님 꽃이 너무 작은 건가...?





갈퀴현호색





모데미풀





나도양지꽃이 군락을 이룬 곳에 이르고...






쌍둥바람꽃 흉내를 낸 홀아비바람꽃도 종종 보인다.





그런데 흰얼레지는 어디에 있단 말인고...? 


곰배령에 가까워질 때까지 주의를 하며 걸었건만 종내 흰얼레지는 만나지 못하였다.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알려준 분들께 괜히 미안스럽다.




곰배령에 가까워질수록 왜미나리아재비는 더욱 흔하고 꽃도 풍성해진다.






동의나물





모데미풀





그리고 마침내 한계령풀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곰배령(1164m)에 드디어 도착한다.


곰이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이라서 곰배령이라 부른다지..



8년 전에는 저 작은점봉산을 지나 점봉산 정상을 오른 뒤 단목령으로 내려왔는데, 오늘은 그 길로 들어설 수 없음이 몹시 아쉽기만 하다. 자연보호지구로 출입 금지되어 있기도 하지만  시간적으로 감당하기도 어려운 코스... 



대신 가칠봉 방향인 호랑이코빼기봉(1214.4m)을 찍고 능선길을 따라 다시 원점회귀하는 코스(약 11km)를 선택하기로 한다.






렌즈를 갈아 끼우기 귀찮아 100mm 렌즈로 인증한 작은점봉산 정상부(1294m)





그리고 호랑이코빼기봉(1214.4m)으로 오르며 역시 100mm 렌즈로 아직은 겨울 느낌이 남아 있는 곰배령 일부 모습을 담아본다.





그래도 그 서늘한 능선에 산장대 꽃이 몇 송이 피었다.






호랑이코빼기 전망대를 지날 무렵부터 한계령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금괭이눈과 털괭이눈을 굳이 구별해야 할까...





노랑제비꽃 한번 더...





호랑이코빼기봉으로 올라서면서 점봉산(1424m)과 대청봉(1708m)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호랑이코빼기봉 정상 주변에서 만난 나무의 잎눈. 무슨 나무이길래 요래 이쁠까...?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는 능선을 따라 내리막길 등산로가 줄곧 이어진다.



그리고 한동안 한계령풀을 찾아 눈맞춤 하는 시간을 가진다.









잎의 질감이 두꺼운 이곳 현호색의 포엽은 결각이 살짝 보이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홀아비바람꽃의 근생엽이 이렇게 크고 무성하다는 걸 새삼 확인한다.





얼레지와 한계령풀의 동거





평탄한 능선길 주변엔 눈개승마 새싹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참좁쌀풀이지 싶은 어린 풀...





요강나물로 보이는 새싹





 어린 꽃차례를 내밀고 있는 꿩의다리아재비





대사초 꽃차례





이 사초는 뭘까? 털대사초 열매를 단 모습 같기도...




나중에 확인해 보니 희귀식물이라는 난사초!


대사초처럼 날렵하고 예쁜 잎에 꽃차례가 예뻐 난초에 빗대 명명한 이름으로 보인다.




이른봄은 애호랑나비의 계절...





6개의 꽃잎을 단 이것은 큰개별꽃으로 보인다.





배낭을 벗고 잠시 쉬기 위해 앉은 자리에서 만난 꼬마 무늬족도리풀.

아직 잎의 무늬는 잘 안 보이지만 꽃의 점박이무늬로 알아볼 수 있다.






태백제비꽃에서 흡밀하는 애호랑나비





다시 골짜기로 내려서는 곳에서 만난 어린 풀 하나...




이 풀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아본다면 당신은 야생화 고수!



짐작이 안 된다면 다음 사진들을 차례대로 보시라...




그래도 모르신다면 다음 사진...




정답은 바로 큰앵초!




웬만한 야생화 애호가라도 큰앵초 어린풀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다.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어린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 지치칠 산괴불주머니, 외따로 너무 작은 녀석이 꽃을 피워서 발길을 멈추었다.





뜻밖에 낮은 골짜기에서 뫼제비꽃을 만난다.





다시 입구 계곡과 만나는 다리 위에서 줌렌즈로 바꾸고 계곡 풍경을 담아본다.






오후의 햇살에 입구 자연관찰로에 흐드러지게 핀 동의나물 꽃을 다시 한번 담아 보았다.






서울의 미세먼지는 인도와 다름없이 최악의 상태이겠지만, 이곳 하늘은 이렇게 화창하고 맑고 푸르다.


그 사이 자동차가 많이 빠져 나가고 주차장이 훤해졌다.





8년만의 곰배령 나들이,

오랜만에 화창한 강원도 심산 골짜기와 능선을 오르내리며 산행도 즐기고 꽃들도 충분히 즐겼으니 오늘 하루도 이만하면 대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