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저 산 너머 들바람꽃이 피었다기에~

모산재 2016. 4. 4. 20:09


3월 한낮 기온이 20도를 넘는 날이 잦을 정도로 올해 봄은 유난히 빨리 따듯해졌다. 아직 3월인데 들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라 남도로 가려던 산행을 취소하고 주말 아침 그 산으로 향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지난 주말에 꽃이 한참 피기 시작했다니 이번 주를 놓치면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그 산의 들바람꽃은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었던 터여서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청평으로 향한다. 세상에!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산기슭엔 벌써 진달래꽃이 붉은 꽃사태를 이루었다.



청평에 도착, 시내버스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꽤 남아 있어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오늘도 나는 들바람꽃이 그 산에 있다는 막연한 정보만 듣고 무작정 유력한 자생지로 직감되는 북서쪽 골짜기로 들어선 것이다.

이 골짜기로 정상까지 오프로드 탐사를 하며 들바람꽃 만난 다음, 유명한 얼레지 꽃밭까지 가리라 마음 먹는다.






이렇게 임도 길로 들어선 것인데...




호랑버들 꽃이 활짝 피었고 양지쪽 산발치엔 진달래도 흐드러지게 난만히 피었다.





싱싱한 꽃송이를 단 산괴불주머니 눈맞춤 하고...





들바람꽃은 골짜기의 낮은 지대에 틀림없이 자생하렷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임도길을 따라 몇 분 간 직진하니 골짜기와 만난다. 


이쯤에서 길을 벗어나 크고 넓은 골짜기로 들어서니, 반갑습네다, 싱그러운 강철 새잎!





꿩의다리 새싹과 정답게 한번 눈맞춤 한 탓일까...





들어선 골짜기는 정말 꿩들과 새끼꿩들이 인기척에 놀라 빼곡히 들어선 관목 덤불 사이로 숨느라 바쁘다.



드넓은 골짜기엔 들바람꽃은 흔적도 안 보이고 자줏빛 꽃을 단 미치광이풀들만 가득하다.





귀한 들바람꽃을 만나러 온 골짜기가 왜 이리 조용할까...?


이상하다 생각하며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는데 한 쌍의 남녀가 군락을 이룬 왜현호색 꽃을 담고 있다.






커다란 바위 위에 얹힌 부엽토를 자양분으로 무더기로 꽃을 피운 왜현호색!


정상에 오를 때까지 이 넓은 골짜기에서 가장 장관이었던 장면으로 남았다.



그 외에 만난 것은 오로지 이 사랑스러운 미치광이풀 꽃들뿐!







새싹 하나 만나지 못하는 건조한 풍경 속, 뭔가 잘못되었다 생각하면서 되내려가자니 억울하고

정상을 향해 오르는 골짜기는 가파르고 너덜 바위들이 많아 힘겹기만 하다.



그 급경사지에 백 년은 더 묵었을 성 싶은 굵은 칡덩굴과 사위질빵 덩굴 줄기를 만난다.


들바람꽃 담겠다고 장착한 100mm로 이런 걸 담는 내 모습 ㅉㅉ.. 초점까지..





 이렇게 굵은 칡덩굴과 사위질빵 덩굴은 본 적이 없다.





들바람꽃은 다른 골짜기에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어찌 하리! 정상까지 올라 다른 골짜기로 되내려 가 볼 밖에...




마침내 올라선 능선에서 렌즈 바꾸기도 귀찮아서 출발점 주변의 강변 풍경을 이렇게 담아 본다.






이렇게 결국 정상에 오르고...





정상에서 결국 줌렌즈로 바꾸어 인증 풍경을 담는다.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 큰 골짜기 야생화 밭까지 가려고 했던 계획은 여기서 멈추고...







이제 다시 등산로를 따라 되내려 가기로 한다.





정상 쪽으로 향하는 능선






2011년 무이파 태풍 때 쓰러진 것으로 보이는 소나무





하산하며 정상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높은 능선에 아직 꽃봉오리인 모습인 진달래






능선의 끝자락에서 정상 방향 풍경... 





그냥 감이라는 게 있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덤벼도 그리 실패하는 법이 거의 없었는데 하산하는 길에도 헛걸음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등산로쪽 골짜기는 도무지 들바람꽃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한참 나중에야


 아뿔사, 이럴 수가!!!




왜 처음 출발지부터 찬찬히 살피지 못했던 것일까... 말이다.



참으로 허탈했지만, 그래도 만났으니 다행스럽기만 하다. 















이미 꽃이 활짝 피어 버린 것이 아쉽다.


부끄럼처럼 감도는 붉은빛 꽃잎이 아름다운 들바람꽃인데...



산괴불주머니 한번 더 눈맞춤 하고 오늘 꽃산행은 끝~.





비록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할 수밖에 없긴 했지만 최소 목표는 이루었으니 이만하면 된 것이고 만족이다.


원점회귀 덕에 귀가도 예정보다 빨라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리고 뜨내기 산객에게 커피 한 잔 하시라는 식당 아주머니의 친절함은 꼭 기억해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