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서울 땅에도 왜제비꽃, 자주괴불주머니, 앵초, 산당화, 앵두, 자두, 풀또기 꽃 피었네

모산재 2016. 3. 31. 23:30


출근하는 길에 보니 아파트 화단에 제비꽃이 대군락을 이루고 피었는데, 한눈에 서울에서 잘 보이지 않는 왜제비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몇 송이 핀 것이 그저 서울제비꽃이거나 호제비꽃일 거라 생각하고 무심히 넘겼는데 무더기로 자라난 잎을 보니 왜제비꽃 모양 아닌가...



서울에서는 창덕궁에 왜제비꽃과 그 잡종인 창덕제비꽃이 있다는 이야긴 들었는데, 왜제비꽃을 직접 만난 것은 개포동에 있는 모 학교 화단과 아차산 모처 정도...


4년째 살고 있는 아파트 화단에 이렇게 많은 개체가 있으리라고 짐작조차 못했다. 그 동안 내가 다녀보지 않았던 곳인 탓. 




호제비꽃이나 털제비꽃과 달리 꽃받침이 녹색이고 심장형의 잎의 톱니가 고른 편이다.






바로 곁에 무리를 이룬 서울제비꽃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과 빛깔이다.






왜제비꽃을 담아보겠다 퇴근 후 카메라를 들고 나선 것인데, 바로 옆에 꽃을 피운 자주괴불주머니를 발견한다.


자주괴불주머니는 주로 남부지방에 자생하지만 서울 주변에도 자생지가 있다. 


이 화단에 어떻게 살게 된 것일까...





자주괴불주머니 찍느라 용쓰고  있는데,

발밑에 좁쌀 크기로 꽃을 피운 꽃마리가 자기도 좀 봐 달랜다.





그리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바깥 언덕에서 개쑥갓이 꽃을 피우고 씩 웃고 섰다.


그래 니도 쑥~ 갓~.






그러다가 고만...


명자나무, 아니 산당화가 꽃을 피운 걸 보고,

게다가 흰꽃을 피운 산당화를 발견하고는 아파트 화단 전체를 다 돌아보고야 만다.





흰 산당화!


붉은 산당화에 비해 귀하기도 하지만 청초한 매력은 비할 수 없다.






풀또기는 아직 꽃봉오리 상태인데

한두 송이가 꽃잎을 활짝 열고 부끄러운 듯 예쁜 꽃술을 보여 준다. 







바로 곁 화단에는 현호색이...





그리고 그 곁에는 앵초가 꽃을 피우고 있다.






산수유꽃이 피는가 했는데,

어느 사이 앵두나무 꽃조차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 곁에는 자두나무 꽃도 피기 시작했다.






노란 물감을 짜 놓은 듯한 샛노란 개나리꽃






그 공터엔 흰젖제비꽃도 피었다.





핑크빛 줄무늬가 아름다운 히아신스 흰 꽃~!






진한 향기를 자랑하는 서향꽃도 피었고...






조팝나무가 팝콘 같은 흰 꽃을 터뜨릴 준비 태세 돌입했나 싶었는데,


이게 옥매의 꽃맹아리라는 걸 나중에 확인한다.





뒷 동 아파트 입구 화분에는 노란 튤립과 핑크빛 히아신스 꽃이 활짝~.







매화는 거의 지고 있는 상태...


그래도 이만큼의 꽃을 달고 있는 가지가 있어 고맙구나.





왜제비 보러 나왔다가

모르는 사이 아파트 단지를 점령해 버린 봄꽃 구경 제대로 했다.


내 마음만 아직 겨울이었던 모양이다.


이제 봄이 왔거니 생각하고 머뭇거리고 있을 동안

봄날은 또 저만큼 멀어져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