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정선 백운산(883m), 동강 나리소 굽어보며 점재마을에서 제장마을까지

모산재 2016. 3. 21. 23:48

 

아직 3월 중순인데 무슨 할미꽃이 피었을라고, 동강할미꽃 보겠다고 정선 동강변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를 끼고 솟은 백운산(883m) 산행에 나섰다.

 

예년 같으면 꽃샘추위가 게릴라처럼 수시로 달려들어 강원도 깊은 골과 높은산 응달엔 여전히 흰눈과 얼음이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있을 계절 아니겠는가...

 

그런데, 요 며칠은 한낮 온도가 20도를 오르내리며 성급한 사람들은 반팔 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다. 동강할미꽃이 동강에 피었든 안 피었든 내 맘 속에는 이미 꽃이 제맘대로 피어버린 탓으로 배낭을 메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예전에 없던 불면증에 시달리다 잠을 설친 탓으로 버스 안에서 까무룩 졸다 문득 눈을 뜨니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나타난다. 신동 삼거리로 접어들고 있다. 두 해 전 초겨울 칠족령 넘어 제장마을을 거쳐 기차를 타려고 왔던 예미역이 자리잡은 바로 그 동네...

 

 

예미에서 고성산성이 있는 동강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기억 그대로 높고 험하다.

 

 

그리고 이내 나타나는 동강.

 

상류 쪽으로 얼마간 달리니 환한 햇살을 받은 백운산을 배경으로 호젓하게 앉은 점재마을이 나타난다. 10시 45분...!

 

 

 

 

 

녹색선은 백운산 등산로 방향 

 

 

 

 

 

 

백운산 기슭에 동강을 바라보고 앉은 점재마을.

 

옛날에 점쟁이가 살았다고 점재마을이라고 한다는 설이 있는데, 글쎄...

 

 

 

 

 

상류 방향으로 진행하면 가수리에 이른다.

 

 

 

 

 

 

다리를 건너니 백운산 등산로 안내판이 나타난다.

 

 

 

 

 

 

강변을 따라 하류 쪽으로 한참 걸으면 강을 내려다보며 걷는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런데 마을앞 공터에는 이미 많은 승용차들이 들어서 있는데, 동강할미꽃 출사차 찾은 사람들이 분명하다. 

 

산길로 접어드는 등산객과는 달리 카메라를 메고 강변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 모습이 멀리 보인다. 나도 강변으로 들어섰다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백운산 산행을 먼저 마치고 하산하는 곳에서 탐사하기로 하고 다시 등산길로 접어든다.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 무엇일까 싶어 다가서보니...

 

 

 

 

 

가지는 밑으로 늘어지고, 조각조각 거칠게 갈라진 잿빛 수피에 허연 페인트 자욱 같은 무늬...

 

이런 특징을 가진 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비술나무 말고 뭐가 있을까...?

 

 

 

 

 

 

터뜨려지기 시작한 꽃눈도 비술나무의 모습으로 보인다.

 

 

 

 

 

 

밭을 지나며 비로소 산길로 접어든다.

 

 

 

 

 

 

 

강을 내려다보며 비스듬히 비교적 평탄하게 오르던 길이 능선을 만난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정상까지 이어지는 급경사...

 

 

 

 

 

겨우내 움츠리고 지내다 오랜만에 꽤 긴 급경사를 오르는 산행을 하노라니 꽤 힘겹게 느껴진다. 이렇게 거칠었나 싶게 내뿜는  내 숨결 소리에 내가 놀란다. 

 

게다가 오늘 날씨는 너무 덥다. 한낮 온도가 20도를 넘어선다 하였으니, 이른봄이라기보다는 여름에 가까워진 듯 숨이 막힌다. 겨울 등산복을 입은 것이 몹시 부담스러울 지경... 

 

 

 

그리고 이내 점재마을 아래로 흐르는 동강이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목제 계단을 두 번 차례로 지난다.

 

 

 

 

 

 

 

계단을 지나 암릉으로 올라서니 거북머리가 동강을 향하여 내밀고 있는 듯한 곳,

 

건너편 깎아지른 듯한 뼝대 아래로 깊고 검푸른 물굽이를 이룬 나리소와 바리소...

 

 

 

 

 

나리소는 바리소와 함께 동강 12경의 제3경을 이룬다. 뼝대 아래 깊은 물이 나리소이고 T자형 오른쪽으로 깊은 물을 이룬 곳이 바리소. 소(沼)의 모양이 바리와 닮았나...

 

 

저 깊고 푸른 나리소를 바라보며 도종환 선생이 노래한 '나리소' 시를 감상하며 - 그런데 언제 이곳을 찾았는지! -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가장 깊은 곳에 있을 때

가장 고요해지는 사랑이 깊은 사랑이다.

나릿재 밑에 나리소 못이 가장 깊고 고요하듯

요란하고 진부한 수식이 많은 사랑은

얕은 여울을 건너고 있는 사랑이다.

사랑도 흐르다 깊은 곳을 만나야 한다.

여울을 건너올 때 강물을 현란하게 장식하던 햇살도

나리소 앞에서는 그 반짝거림을 거두고 조용해지듯

한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 마음이 가장 깊고

착해지지 않으면 진짜 사랑 아니다.

물빛처럼 맑고 투명하고 선해지지 않으면...

 

 

나는 왜 "가장 고요해지는 깊은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것일까... "물빛처럼 맑고 투명하고 선"한 사랑을 꿈꾸면서도 정작 "마음이 가장 깊고 착해지지" 않았던 탓일까...?

 

 

 

 

 

조금 더 오르니 우뚝 솟은 칠족령 아래로 목적지인 제장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 나리소로부터 시작되는 물굽이는 제장마을을 거쳐 문희마을에 이르기까지 용틀임을 계솟하며 동강 사행천의 진수를 보여준다. 

 

 

깊고 푸른 나리소, 뼝대 아래 굴에는 이무기가 살고 있는데 해마다 3~4월이면 용이 되기 위해 운치리 점재 위에 있는 용바우로 오르내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30여 년 전에는 읍내 사람들이 와서 고기를 잡으려고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렸는데, 온 강물이 붉게 물들며 뱀의 살점 같은 것이 강물에 떠내려 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괴담도 전해진다. 그 뒤로는 신비로운 푸른 물빛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곳 동강에는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쏘가리, 꺽지, 쉬리 등 물고기가 많이 산다.

 

 

 

능선을 따라 자생하는 회양목이 아주 흔하게 보인다.

 

한반도에서는 전북, 함북과 평북을 제외한 석회암 지역에 두루 분포하는 상록 활엽수...

 

 

 

 

 

능선 윗부분으로 올라서자 제장마을로 이어지는 깎아지른 듯한 능선이 환하게 나타난다.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그리고 발 아래로 출발지점인 점재마을도 또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백운산(白雲山) 정상(883m)...

 

 

 

 

 

 

12시 20분쯤. 점재마을에서 80여 분 걸렸다.

 

 

금강산도 식후경, 부근 능선에 앉아 점심을 먹고 출발...

 

이제부터는 칠족령에 이르기까지 왼쪽 절벽 아래로 흐르는 동강을 굽어보며 걷는 내리막길 능선 산행이다.

 

 

 

 

 

묘하게 생긴 참나무~...

 

 

 

 

 

 

 

나리소~점재마을로 이어지는 동강 물굽이

 

 

 

 

 

그리고 오른쪽 나목 사이로 문희마을이 살짝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급경사를 이루며 내려서는 길...

 

 

 

 

 

바로 앞 물도리동은 소동마을, 저 멀리 보이는 물도리동은 제장마을...

 

 

 

 

 

사진으로는 느끼기 어렵지만 왼쪽으로는 모골 송연하게 만드는 천 길 낭떠러지... 추락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이 곳곳에...

 

 

 

 

 

 

 

어마어마한 낭떠러지인데 사진은 왜 이런가...

 

 

 

 

 

문희마을이 한층 가까워진 듯... 당겨 본 모습

 

 

 

 

 

 

계단을 오르며 방금 내려온 아슬아슬했던 절벽길을 돌아본다.

 

 

 

 

 

 

다시 내리막길은 핏빛처럼 붉은 황토길...

 

 

 

 

 

소동마을과 소동여울

 

 

 

 

 

 

갑자기 물소리가 너무도 요란히 들린다.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살펴보니 저 멀리 상류의 나리소와 바리소에서 흘러내리는 거센 여울이 보인다.

 

 

 

 

 

바짝 당겨본 여울... 소리를 낼 만한 곳은 저곳밖에 없는데...

 

 

 

 

 

바로 아래 모래톱을 이룬 소동여울 물소리도 작지는 않겠지... 

 

 

 

 

 

칼로 자른 듯한 절벽 위로 등산로는 이어진다.

 

 

 

 

 

나리소, 바리소, 가마소(왼쪽 물굽이), 소동여울(바로 아래 모래톱 부근) 풍경

 

 

 

 

 

백운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능선길 풍경

 

 

 

 

 

칠족령을 향해 내려서는 계단

 

 

 

 

 

 

 

제장마을이 눈 앞에...

 

 

 

 

 

천길 낭떠러지 아래 소동마을을 돌아흐르는 동강

 

 

 

 

 

 

 

 

 

 

제장마을로 건너는 다리는 새로 지은 듯 높아 보인다.

 

2013년 초겨울쯤 공사를 시작하려는 모습이었는데...

 

 

 

 

 

문희마을 갈림길...

 

 

 

 

 

무엇이 소나무 가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나비가 유난히 눈에 띈다.

 

 

 

 

 

 

드디어 제장마을과 하늘벽구름다리 갈림길에 도착.

 

산행 코스는 칠족령 전망대를 지나 하늘벽구름다리까지 다녀와 제장마을로 내려서는 것인데, 문희마을에서 칠족령전망대 길은 2년 전에 이미 걸었던 길이고, 하늘벽구름다리까지 퍽퍽한 길을 더 걷기가 싫어진다.

 

 

 

 

 

동강변으로 내려셔서 여유롭게 동강할미꽃 탐사하는 게 더 보람이 있을 듯하다.

 

그래서 직진하여 제장마을로 바로 하산하기로~.

 

 

그 지점에서 능선가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일어서며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얼굴이 낯익다. 하지만 누군지 얼른 떠오르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데, 이내 떠오르는 얼굴... 함백산 산행 때 자리를 같이 했던 분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미 많은 발걸음을 한 뒤...

 

 

 

이미 2년 전 걸어 보았던 익숙한 능선길을 따라 내려서니 제장마을이 눈 앞에 다가선다.

 

 

 

 

 

왼편 절벽 아래로 보이는 소동마을

 

 

 

 

 

 

제장마을 가까운 기슭으로 내려서면서 올해 처음으로 생강나무 꽃을 만난다.

 

 

 

 

 

 

생강나무 꽃을 찍고 돌아섰더니 그곳에는 올괴불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리고 제장마을로....

 

 

 

 

 

 

마을 앞 동강변으로 들어선다.

 

올괴불나무 꽃을 담으며 100mm 렌즈를 갈아낀 탓으로 풍경 사진은 이런 정도로...

 

 

 

 

 

 

그런데 강가에서 걸어오던 두 사내가 나를 발견하고 어디를 다녀왔느냐고 말을 건네더니 동강할미꽃 많이 찍었느냐고 묻는다. 동강할미꽃이라니? 꽃 한송이 없는 겨울 풍경 속을 걸어왔을 뿐인데...

 

그런데 이 분 말씀, 내가 가지 않은 그곳 절벽 지역에는 이미 동강할미꽃이 활짝 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꽃이 피었어도 절벽에만 자라 줄을 타고 찍어야 할거라는 말을 보탠다.

 

다시 산을 오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강변 절벽 지역을 찾아보자...

 

 

 

그렇게 무작정 절벽이 보이는 곳을 찾아 낙엽이 무릎까지 빠지는 숲을 헤치고 오른다.

 

 

드넓은 벼랑 위에 가물가물 분홍빛 발견, 다가서보니 동강할미꽃 맞다!

 

워낙 높은 곳이어서 이 정도로밖에 담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난 것이 감사하다.

 

 

 

 

 

절벽 아래에는 생강나무꽃들이 만발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의 등쌀을 피해 너무 먼 곳에 위태롭게 피어 있는 동강할미꽃들...

 

 

 

 

 

 

그래,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곳에서라도 많이 많이 자라나 풍성한 꽃을 피우기를...

 

 

 

메마른 절벽에 뿌리를 서린 돌단풍도 꽃을 피웠다.

 

 

 

 

 

 

이 동강할미꽃은 좀더 가까운 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가까이에서 맘껏 즐길 수는 없었지만 아름답게 꽃을 피운 동강할미꽃을 만나본 것만으로도 오늘 산행은 충분히 즐거웠다. 동강할미꽃은 내 맘 속에만 핀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동강할미꽃을 꼭 10년만에 만났네...

 

 

 

 

※ 백운산 칠족령 트레킹 (2) 칠족령 넘어 제장마을로 => http://blog.daum.net/kheenn/15856694

※ 동강할미꽃 => http://blog.daum.net/kheenn/7689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