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안타까운 풍도, 사라지는 풍도바람꽃

모산재 2016. 3. 13. 21:29

 

3월 둘째 주말, 많은 망설임 끝에 풍도를 다시 찾기로 한다.

 

이미 풍도는 세 번이나 다녀왔기 때문에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은 정말 원 없이 만나보았다. 덤으로 새끼노루귀와 꿩의바람꽃도 볼 만큼 보았다. 그래도 겨우내 움츠려 있다 봄소식을 어디서부터 맞을까,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그래도 꽃물결 일렁이는 바람꽃 꽃섬에서 만나고 싶었다. 

 

 

 

1박 2일 여행은 너무 무료할 듯한데 마침 어느 산악회에서 추진하는 배편이 있어서 동행하기로 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걱정이 된다. 산악회 이름으로 풍도바람꽃을 보러 갈 정도라면 몰려드는 등산화 발자국에 자생지가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어쨌거나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를 타고 영흥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8시 40분경.

 

 

 

 

 

 

 

풍도까지는 1시간 걸린단다. 선장님은 여성.

 

 

 

 

 

9시 40분경 풍도에 도착.

 

4년만에 만나는 풍경이지만 아주 낯익어서 고향에 온듯 정겹게 다가선다.

 

 

 

 

 

 

언제 생겼는지 새로 만든 선착장에 내리니 마을 주민들이 어구 손질하느라 바쁘다.

 

 

 

 

 

원래 선착장은 바로 건너편...

 

 

 

 

 

풍도바람꽃을 만나기 위해 후망산으로 오르는 마을길은 콘크리트로 두껍게 포장이 되었다.

 

 

 

 

 

이 섬에 흔하게 자생하는 굴피나무

 

 

 

 

 

 

잠시 돌아서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

 

 

 

 

 

500년 되었다는 은행나무와 그 아래의 우물 풍경도 그대로...

 

 

 

 

 

 

다시 한번 마을 전경을 돌아본 다음...

 

 

 

 

 

 

산길로 접어들자 황금빛으로 만개한 복수초꽃 사진 촬영에 열중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바람에 파르르 꽃물결 이는 풍도바람꽃부터 보고 싶은 마음에 바람꽃 자생지로 직행한다. 그런데 자생지 부근에 이르자 뭔가 휑한 느낌이다. 숲을 이룬 나무들이 제거되어 있는데, 울타리로 경계를 지어 놓은 밧줄들이 엉켜 있는 모습이 어지럽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과연!

 

 

몰려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내 눈엔 꽃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2009년 처음 왔을 때나 2011년 왔을 때만 해도 풍도바람꽃은 저런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지도 않았고 마치 하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꽃밭을 이루고 있었는데...

 

 

 

 

 

 

군데군데 몇 송이씩 피어 있는 꽃들은 찾아다녀야 할 정도로 풍도바람꽃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군락이라기에도 민망한, 그나마 어울려 피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딱 요 하나 정도....

 

 

 

 

 

 

가지복수초는 이미 꽃잎이 퇴색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너무도 실망스러워 풍도대극 자생지로 바로 이동!

 

 

그나마 풍도대극은 심근성 뿌리 덕에 생명력이 질기고 사람들이 덜 찾는 덕에 자생지가 제대로 보존되고 있다.

 

 

 

 

 

 

 

 

 

 

훼손된 풍도바람꽃 자생지 대신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을 찾았더니 이곳도 꽃이 별로 없다. 사람들의 발길 때문만이 아니라 기후 탓도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행히 가지복수초는 예전과 다름없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새끼노루귀는 아직 제대로 꽃이 피지 않은 모습... 겨우 몇 개체가 꽃잎을 열고는 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민망할 정도...

 

 

 

 

 

몇 시간이고 꽃을 찍을 거라 생각하고 온 거였는데 렌즈를 댈 꽃이 별로 없다.

 

 

다시 고개를 되넘어 오며 가지복수초와 풍도바람꽃, 새끼노루귀를 찾아서 담아 본다.

 

 

 

 

 

 

 

 

 

 

 

 

마을 뒤 묵은 밭 길가에서 뜯은 사생이나물(전호)을 손질하고 있는 노부부

 

 

 

 

 

다른 골짜기로 접어들어 새끼노루귀와 꿩의바람꽃을 확인하고...

 

 

 

 

 

 

 

배가 떠나기로 한 두 시까지는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있어 풍도 남쪽의 해안 오솔길 산책에 나선다. 이전에 3번이나 찾은 섬이지만 이쪽 길은 처음. 그런데 솔숲이 들어선 아늑한 숲길은 산책 코스로는 최고인 듯하다.

 

 

여우콩 열매

 

 

 

 

 

유일하게 만난 양치식물, 비늘고사리

 

 

 

 

 

그리고 고개 하나를 넘어 만나는 멋진 해안 풍경. 이렇게 괜찮은 자갈해안이 있었다니...

 

 

 

 

 

 

 

 

동쪽으로 보이는 섬, 육도와 중육도

 

 

 

 

 

 

그렇게 잠시 산책을 즐기다 시간이 되어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되돌아온다.

 

 

 

 

 

멀리 보이는 섬은 대산항 앞바다의 난지도

 

 

 

 

 

 

배를 타고 돌아가기 위해 돌아오는 사람들...

 

우리처럼 오늘 찾은 풍도바람꽃을 보기 위해 들어온 배만 모두 3대

 

 

 

 

 

풍도 선착장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자생하는 풍도바람꽃.

 

서해안과 남해안, 그리고 동해안을 따라 주로 분포하지만 변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변산바람꽃으로 불린다. 풍도의 바람꽃도 변산바람꽃으로 불리었지만 오병운 등 식물학자들이 암술이 좀더 크다는 걸 근거로 풍도바람꽃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굳이 새로운 종으로 보아야 하는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그리 생각한다. 다만 풍도의 바람꽃은 꽃잎이 5개인 변산바람꽃의 특징을 벗어나 6~10개의 꽃잎을 단 것들이 아주 많이 발견되는 점은 특별한 듯... 하지만 정작 이 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어쨌거나...

 

변산바람꽃 자생지를 보호하기 위해 그 동안 많은 꽃 애호가들은 풍도라는 이름을 노출시키지 않고 쉬쉬해 왔다. 개인적으로도 그냥 꽃섬이라고 불러 왔는데, 식물학자들이 '풍도바람꽃' '풍도대극'이라는 국명을 붙이면서 자생지는 그대로 노출되어 버린 셈이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산악회에서 떼로 찾는 코스가 되어 버렸으니... 작은 섬 풍도에서도 풍도바람꽃이 자생하는 면적은 얼마되지 않는다. 거기에 수많은 등산화가 한꺼번 몰려들어 밟아대고 매트를 깔고 엎드려 사진 찍고... 가녀린 바람꽃들이 견디기엔 너무도 가혹한 외지인들의 무자비한 발길...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찌 됐건 자생지 보호를 위해 출입제한 등 대책이 빨리 마련되어야 할 듯하다.

 

 

 

 

 

<참고>

☞ 사생이나물 내음 가득한 꽃섬, 풍도의 봄 => http://blog.daum.net/kheenn/15851660

☞ 풍도의 최고 절경, 붉배와 북배딴목 => http://blog.daum.net/kheenn/15854146

☞ 풍도바람꽃 => http://blog.daum.net/kheenn/15854118

☞ 풍도의 새끼노루귀 => http://blog.daum.net/kheenn/15854134

☞ 풍도대극 => http://blog.daum.net/kheenn/15854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