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인도 (7) 카주라호 서부사원, 비슈뉴의 아바타 멧돼지를 모신 바하라 사원

모산재 2015. 12. 26. 12:58

 

인도 (7) 카주라호, 서부사원의 바하라사원

 

제4일 2012년 01월 05일 목요일 오전

 

 

 

 

아침 7시에 일어나 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 서부사원군을 돌아보고 오후에 동부사원군과 자이나교 사원을 돌아본 다음 저녁에 오르차에 도착하는 것이다.

 

 

 

남녀 교합의 관능적인 조각상들로 가득 장식된 힌두교 사원군으로 유명한 시골 마을 카주라호. 

 

천 년 전 카주라호는 라지푸트(Rajput)족의 힌두 왕조인 찬델라의 수도로, 왕조의 번영과 함께 이 일대에는 950년부터 1050년까지 85개에 이르는 대규모의 힌두사원이 축조되었다. 하지만 12세기 찬델라 왕조가 쇠퇴하면서 카주라호는 황폐해지고 사원들도 방치되었으며, 천 년의 세월이 흐른 1838년 영국인들의 눈에 띄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사원은 22개, 그나마 워낙 외진 곳이었던 덕에 무슬림에 의한 파괴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8시에 오토릭샤를 타고 호텔을 나서 서부사원군으로 간다.

 

 

 

시브사가르(Shivsagar) 호수 북쪽 숲 너머로 서부사원이 꼭대기를 보이고 있다.

 

 

 

 

 

 

서부사원군은, 나중에 볼 동부사원군과는 달리, 넓은 평원에 자리잡은 사원 영역을 담장으로 두르고 복원공사도 진행하며 공원처럼 아름답게 조성하여 잘 관리되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보이는 사원군들.

 

맨 왼쪽 흰 건물은 누군가의 영묘라는 말을 얼핏 들은 듯하고, 그 뒤로 보이는 사원은 차례대로 파르바티 사원, 비슈바나트 사원, 난디 사원이다.

 

 

 

 

 

 

그리고 왼쪽 정면으로 보이는 사원군들...

 

왼쪽에서 차례대로 바라하 사원, 락슈미 사원, 마탕게스바라 사원, 락슈마나 사원이다.

 

 

 

 

 

 

 

서부사원군 관람 순서는 바로 정면의 이 바라하 사원과 락슈마나 사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돌며 마지막 비슈바나트 사원과 난디 사원까지 도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제일 먼저 만나는 바라하 사원(Varaha Mandir)! 

 

여러 개의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고 있는 정자 형식으로 되어 있는 작은 사원인데, 카주라호의 사원으로는 가장 이른 시기인 900년 경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가운데 멧돼지상을 모시고 있어 원시부족의 토템 신전을 보는 듯한데, 알고 보니 이 멧돼지는 비슈누신의 3번째 화신이란다. 바라하는 산스크리트어로 '멧돼지'를 뜻한다고 한다.

 

 

 

 

 

 

 

비슈누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 파괴의 신 시바와 함께 힌두교의 3 주신의 하나로 유지의 신으로 널리 추앙받는다. 얼굴은 푸르고 피부색은 검으며 이마에는 발자국을 상징하는 유(U)자 모양의 표식이 새겨져 있으며, 네 개의 팔에는 각각 방망이, 소라고둥, 연꽃, 원반을 들고 있다. 원초적 대양 위에 떠 있는 뱀 위에 누워 있는 형상으로 표현되며 금시조(金翅鳥)라 불리는 '가루다(Garuda)'를 타고 다닌다. 배우자는 부와 행운의 여신 락슈미(Lakshmi). 

 

 

그래서인지 바하라 신전 바로 곁에는 락슈미 사원이 있고 그 건너에는 비슈누를 모신 락슈마나 사원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비슈누는 세계의 질서가 문란해질 때 10 가지 아바타라(Avatara)로 세상에 나타나는데 세상을 구원한다고 하는데 불교의 화신불 사상의 원천이 된 신이라 볼 수 있다. 물고기(마츠야, Matsya), 거북이(쿠르마, Kurma), 멧돼지(바라하, Varāhā), 사자인간(나라심하, Narasiṁha), 난쟁이(바마나, Vāmana), 도끼를 든 라마(Paraśrama), 라마(Rāma), 크리슈나(Kṛṣṇa, 또는 발라라마(Bālarāma), 부처(고타마 붓다, Gautama Buddha), 백마(칼키, Kalki)가 드것이다. 석가모니는 비슈누의 9번째 화신이며, 마지막 열 번째 화신 칼키는 천지개벽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연다고 하니 아마도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세상이 그것이 모양이다.  

 

 

 

비슈누의 바라하(멧돼지)로의 변신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히란약샤(Hiraṇyākṣa)라는 악마가 대지를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들어가자, 비슈누는 대지를 구하기 위하여 멧돼지로 변신하여 1,000년 동안이나 싸워서 악마를 죽이고 어금니로 바다에서 대지를 들어올렸다.

 

 

이 신화는 시기적으로 앞선 프라자파티(Prajapāti, 또는 브라흐마)의 창조 설화가 토템 신앙을 통하여 변형 발전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바라하는 왼쪽 겨드랑이에 대지의 여신 부미데비를 끼고 있고 양발로 용(뱀)과 거북이를 밟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때로 바라하는 머리는 멧돼지 하체는 인간인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바라하 신상의 몸통에는 수많은 수행자상과 신상이 돋을새김되어 있다.

 

 

 

 

 

 

 

 

 

바라하 앞 바닥에는 두 개의 발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바라하로 변신하기 전의 비슈누 신의 흔적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바닥으로는 꿈틀거리는 뱀을 새겨 놓았는데, 역시 비슈누 신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 뱀이 의미하는 바를 알기 위해서는 힌두 신화를 알아야 한다. <바라하 푸라나(Varaha Purana)>에 나오는 신화를 살펴보기로 하자.

 

 

최고의 신인 나라얀(비슈누)이 우주를 창조하려는 생각을 품었다. 그리고 창조 후에 그것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무형의 영적인 존재가 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스스로의 본질에서 형상이 있는 존재를 낳아 세상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라얀은 스스로의 실체에서 신성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중략>...  비슈누는 자신의 목적에 대해 명상하면서 신비스러운 잠에 잠겼다. 잠 속에서 다양한 사물의 생산에 대해 상상하자 그의 배꼽에서 연꽃이 솟아 나왔다. 그리고 그 연꽃 가운데서 브라흐마가 나타났다. - 출처 : 류경희, 인도 신화의 계보, 살림출판사

 

 

나라얀은 '나라야나'라고도 하는데 비슈누의 다른 이름으로 '물을 거처로 지닌 자'를 의미한다.(불교에서는 밀적금강과 함게 사찰 입구에서 사찰을 수호하는 수호신인 나라연금강으로 수용되었다.)

 

태초에 비슈누가 우주의 대양 위에 똬리를 틀고 떠 있는 뱀(Shesha 또는 Vasuki나 Ananta) 위에 누워 휴식하고 있을 때 1,000개의 머리를 가진 쉐샤는 머리 부분을 넓게 펴서 비슈누의 머리를 보호해 준다. 비슈누가 깨어나면 배꼽에서 연꽃이 피고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나타난다. 여기서 뱀은 원초적 물질이나 존재, 창조 이전의 분화되지 않은 통합체를 상징한다. 비슈누가 누워 있는 형상에서 뱀은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에너지이자 우주의 실체로 해석될 수 있다. ‘안안타’는 무한함이나 영원성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바하라 사원 입구에는 바로 비슈누를 주신으로 모신 락슈마나 사원과 그의 배우자를 모신 작은 사원 락슈미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락슈마나 사원(Lakshmana Mandir)

 

 

 

 

 

 

락슈마나 사원은 카주라호 사원들 중에서 가장 보존성이 좋고 남녀교합상 등 에로틱한 미투나 조각상 등 볼거리가 많아 다음 편에서 다로 다루기로 하고 락슈미 사원에 대해 짧게 살펴보기로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락슈미 사원은 마치 하나의 탑처럼 작은 사원이다.

 

 

락슈미사원(Lakshmi Mandir)

 

 

 

 

 

 

그런데, 이 작은 신전은 문이 잠겨 있어 내부를 구경할 수 없다.

 

 

 

 

 

 

 

 

 

락슈미는 비슈누의 배우자로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신 가운데 하나이다. '스리 데비(Shri Devi)'로도 불리는데 정숙함과 덕스러움, 부와 행운의 여신으로 받들어진다. 또한 여성미를 상징하는 여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에서는 '길상천(吉祥天)'이라 부른다.

 

보통 연꽃 위에 앉아 있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형상화되는데, 팔이 둘인 경우 양손에 부를 상징하는 연꽃을 들고 있고 팔이 넷인 경우는 양손에는 연꽃, 아래로 편 손으로는 금화를 쏟아 붓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동반하는 동물은 비를 상징하는 코끼리이다.

 

독자적인 사원보다는 비슈누를 모신 사원에서 배우자로 함께 나타난다. 이 경우 흔히는 미소 짓고 있는 다정하고 행복한 쌍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만족한 결혼생활, 가정의 질서, 남녀 간의 만족스런 협동과 상호의존을 보여 준다. 초기에는 성장과 풍요의 여신이었지만 4세기 이후 비슈누를 돕는 배우자로 나타나면서 정절의 여인상으로, 남편을 섬기는 순종적인 힌두 여인상의 전형으로 여겨졌다.

 

인간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화신하는 비슈누를 따라 락슈미도 여러 모습으로 화신한다. 예를 들어 일곱 번째 화신인 라마의 부인인 시타(Sita), 여덟 번째인 크리슈나(Krishna)의 부인인 라다(Radha) 등이 락슈미의 화신이다. 또한 다섯 번째 화신인 난쟁이 바마나로 전생할 때 락슈미는 파드마(또는 카마라)로 물에서 태어나 연꽃을 타고 조용히 물위를 떠다녔다.

 

그럼에도 락슈미는 부와 풍요의 여신으로 모든 힌두교도들이 숭배하는데, 특히 상인 계층의신앙 대상이 되고 있다.

 

 

락슈미는 연꽃 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너무도 아름답게 보여 모든 이들이 그녀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천상의 코끼리가 강가의 신선한 물을 그녀에게 쏟아 부었고 우유 대양은 그녀에게 소멸하지 않는 꽃으로 만들어진 화환을 주었다. 그리고 신들이 비슈누의 도움으로 불멸의 액을 악마들로부터 되찾아 모든 것이 이전과 같이 평온해졌을 때 인드라가 락슈미를 찬양하는 브라흐마 찬가를 불렀다. 이에 크게 만족한 락슈미는 자신에게 브라흐마의 찬가를 노래하는 누구도 저버리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푸라나 Purana>에서 묘사된 락슈미

 

 

이 찬가는 오늘날까지도 효과가 있다고 믿어져서 번성함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서 매일같이 불려지고 있다.

 

 

비슈누와 락슈미의 만남에는 천지 창조 신화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락슈미는 브라흐마가 창조한 현자 브리그의 딸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어느 현자의 저주로 천계에 위험이 찾아왔을 때 락슈미는 바다로 도망쳤다가 잠깐 잠이 든다. 이 때 불사의 영약인 암리타를 얻기 위해 신들은 악마와 괴물들과 함께 바다를 휘젓기로 했다.

거북이로 변신한 비슈누가 바닷속에 들어가 만다라 산을 등으로 떠받치고 바수키 용을 만다라 산에 휘감고 신과 악마가 바수키를 양끝에서 잡아당겨 바다를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자 태양과 달이 차례로 솟아올랐고 세 번째로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흰옷을 락슈미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음에는 술의 여신 마디라, 천마 우차이슈라바스, 요정 아프사라스 등이 차례로 나타났으며, 마지막에는 의사 단반타리가 항아리를 들고 나타났는데 그 항아리 속에 암리타가 들어 있었다.

이 암리타를 놓고 신과 악마들이 큰전쟁을 벌인 끝에 신들이 승리해 암리타를 차지하고 불사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락슈미가 나타나자 시바 신이 먼저 말을 걸었는데 락슈미는 시바 신을 외면하고 비슈누 신에게 가서 그의 팔에 안겼다. 그러자 시바 신은 바수키가 토해 놓은 맹독을 모두 다 마시고 자살한다. 이때 시바 신이 맹독을 모두 마셨기 때문에 세계는 구원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 카주라호 서부사원군 안내도(구글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