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가야산(1) 만물상과 상아덤 지나 서성재까지

모산재 2015. 11. 10. 22:16

 

엊저녁 제주도에서 찾아온 S형과 함께 옛 동료들이 참으로 오랜만에 대학로에서 진하게 술을 마시고 자정을 넘겨서 집으로 들어와 잠자리에 들었는데 알람 소리에 잠을 깨었다.

 

새벽 5시, 바깥은 깜깜한데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있다. 잠이 든 사이 새벽녘부터 비바람이 몰려온 모양이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남부지방은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난생 처음으로 가야산 산행을 하기로 작정한 터.

 

 

단풍철이어선지 고속도로 통행이 원활하지 못한데다, 성주에서 가야산으로 가는 도중에 도로 공사 현장에서 쓰러진 전신주에 막혀 시간이 지체되면서 정오를 30분이나 넘겨서야 백운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과연 남도는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는 날씨!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동 주차장을 지나

 

 

 

 

가야호텔과 마주보는 가야산 야생화식물원 마당을 들어섰지만 그리 볼 만한 게 없는 듯하여 그냥 통과한다.

 

 

 

 

 

백운동 탐방지원센터 앞 용기골 계곡 코스와의 갈림길에서 만물상 능선 코스를 선택한다.

 

 

 

가야산 등반 안내도

 

 

 

오늘 등반 코스는

 

만물상-상아덤-서성재-칠불봉-상왕봉(우두봉)-해인사

 

 

 

만물상 능선으로 오르는 코스는 급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급경사를 줄곧 오르자니 엊저녁의 과음이 크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모자라는 잠은 버스에서 보충하긴 했지만 몸은 여전히 방전된 느낌이다.

 

 

10분쯤 쉬지 않고 오르니 능선으로 올라서고 심원사(深源寺)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비로소 만물상 능선이 시작된다.

 

 

 

 

눈 아래로 보이는 백운동, 가야산야생화 식물원 곁에 있는 가야호텔이 보인다.

 

 

 

 

 

전망바위에 올라서 바라보는 심원사(深源寺)

 

 

 

 

사찰 뒤 언덕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나 전각 건물이 깔끔한 것으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절임을 알 수 있다. 신라시대 때 창건된 사찰로 폐사지로 남아 있다 이십여 년 전 성주군의 '국립공원 가야산지구 문화관광자원 복원계획'에 의해 복원되었다 한다.

 

 

 

오른쪽으로 서성재에서 흘러내리는 사자암능선의 1064m봉과 뾰족한 사자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만물상 코스는 서성재에 이를 때까지 수많은 형태의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보여준다.

 

 

 

 

 

 

암릉 건너편으로 보이는 1064봉과 사자바위

 

 

 

 

1064봉 너머로 가야산 주릉이 펼쳐지고 있다.

 

 

 

 

바위 너머로 보이는 동쪽의 동성봉 능선

 

 

 

 

대팻집나무가 흔하게 보인다.

 

 

 

 

어느 사이에 흐리던 날씨는 점차로 어두워지고 희미한 빗발을 머금은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갑자기 겨울이 몰려오나 싶게 을씨년스럽다.

 

 

 

그리고 아주 잠깐 동쪽의 동성봉 능선에 햇살이 비쳐들더니 다시 어두워지고 싸늘한 비바람 속에 풍경이 잠긴다.

 

 

 

 

때로는 돌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곧장 오르기도 하면서 만물상 능선길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매력에 빠지게 한다.

 

 

 

 

 

1096봉, 상아덤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나타나고...

 

 

 

 

 

서성재로 오르는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사자암능선이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물상 능선 아래로 펼쳐지는 기암

 

 

 

 

 

대팻집나무 열매

 

 

 

 

다람쥐꼬리

 

 

 

 

 

산행중 유일하게 만난 꽃, 꽃며느리밥풀

 

 

 

 

만물상 정상을 향해 오르며 돌아본 능선. 그리고 솔잎 단풍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낀다.

 

 

 

 

동성봉 능선 쪽으로 패닝~

 

 

 

 

사자암능선

 

 

 

 

 

틈새바위

 

 

 

 

 

기묘한 형상의 바위

 

 

 

 

 

 

그리고 쉼터바위에 이른다.

 

 

 

쉼터바위는 가야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바위라는데, 을씨년스런 날씨에 시야가 열리지 않아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만물상 정상에 솟은 촛대바위. 그 너머 안개구름 속에 숨어버린 가야산 정상...

 

 

 

 

건너편 1069봉으로 이어지는 만물상 능선. 멀리 뒤편으로 우뚝 솟은 상아덤이 모습을 드러낸다.

 

 

 

 

1069봉을 향해 오르며 돌아보는 만물상, 촛대바위

 

 

 

 

 

 

 

1069봉으로 오르는 계단

 

 

 

 

다시 돌아보는 만물상과 촛대바위

 

 

 

 

만물상 정상, 뒤로는 동성봉 능선

 

 

 

 

1069봉을 지나 우뚝 솟은 상아덤으로 향한다.

 

 

 

 

 

 

드디어 상아덤 전망대에 이르고...

 

 

 

 

 

 

상아덤(-)에 대한 안내문에는 이 상아덤이 대가야와 금관가야의 시조를 낳은 부모와 관련된 전설을 기록해 놓고 있다. 가야의 시조모인 정견모주를 항아에 비유하여 명명한 이름인데, 가야산이란 이름과 함께 가야산이 가야의 기원과 연관된 전설이 전해지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가야산은 대가야의 시조설화가 서려있는 산으로 예부터 해동의 10승지 또는 조선8경의 하나로 이름 높은 산이다. 상아덤은 달에 사는 미인의 이름인 '상아'와 바위를 지칭하는 '덤'이 합쳐진 단어로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신 이비가지(夷毗訶之)가 노닐던 전설을 담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최치원이 저술한 '석이정전(釋利貞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가야산의 여신 정견모주는 하늘의 신 이비가지와 이곳 상아덤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이후 어여쁜 옥동자를 낳게 되는데 첫째는 아버지 이비가지를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글고 붉어 뇌질주일(惱窒朱日)이라 이름 하였다. 둘째는 어머니 정견모주를 닮아 얼굴이 달과 같이 갸름하고 흰편으로 뇌질청예(惱窒靑裔)라 이름하였다. 이 두 형제는 자라서 형 뇌질주일은 대가야(현재 고령)의 첫 임금인 이진아시(豉)왕이 되고 동생 뇌질청예는 금관가야(현재 김해)의 첫 임금인 수로왕이 되었다.

 

상아덤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로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물상 능선과 이어져 있어 최고의 전망을 감상 할 수 있다.

 

 

 

중국 신화 속의 인물 달의 여신은 대개 항아((姮娥)라 부르는데 ''는 '항아, 상아' 두 가지로 발음된다. 서왕모(西王母)에게 불사약(不死藥)을 훔쳐 달에서 도주하였다가 두꺼비가 되었다고도 하고 광한궁(廣寒宮)에 살았다고도 하는데, 도교에서는 달의 신으로 불리고 있다.

 

 

 

솔방울을 참 많이도 달고 있는 소나무

 

 

 

 

상아덤에서 돌아보는 만물상 능선

 

 

 

상아덤에서 바라보는 가야산 정상부의 조망이 참 멋지다는데...

 

아쉽게도 가야산 정상부는 짙은 안개 속에 잠겨 버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상아덤을 지나고 이내 서성재(西城-)에 이른다.

 

 

 

서성재(1105m)는 왼쪽으로는 경남 합천군, 오른쪽으로는 경북 성주군의 경계가 되는 고개로, 과거 가야산성의 서문이 위치해 있었던 곳에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그러고보니 만물상을 오르기 시작할 무렵부터 성을 쌓았던 흔적이 있었는데, 이곳 서성재 주변은 무너진 성이 또렷이 보인다. 가야산성은 용기골 계곡을 중심으로 상아덤.동성봉 능선을 이용하여 축조된 포곡식 산성이라는데 대가야의 수도인 고령에서 14km 거리에 있어 왕도 방어의 요충지이자 왕의 이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서성재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칠불봉을 향해 좀더 오른다.

 

 

차가운 바람은 계속 거세게 불어대는데, 바람을 피해 앉을 만한 마땅한 자리가 나타나지 않는다. 한참을 오르다 칠불봉을 오르기 직전 바람을 피할 만한 바위에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다가 까만 열매가 달린 나무를 발견한다. 

 

심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흔들리는 열매를 사진에 담으며, 막연히 정금나무 열매라고 생각하고 열매 하나를 따서 맛을 보는데 살짝 단맛이 느껴지긴 하지만 밍밍하기도 한 것이 정금나무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이 아니다.

 

 

 

 

그러고보니 열매 색깔은 물론 달린 모양이 총상꽃차례인 정금나무와 완전 다르다. 

 

잎과 가지를 찬찬히 살펴보고서야 정금나무가 아니라 갈매나무과의 나무라는 걸 확인한다. 열매가 성글게 달리고 열매자루가 긴 걸로 보아 짝짜래나무다.

 

 

 

 

=> 칠불봉-상왕봉-해인사 코스는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