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창녕 화왕산 (3)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모산재 2015. 11. 4. 22:31

관룡사를 지나 관룡산을 향해 오릅니다. 

 

관룡사가 자랑하는 마지막 보물 용선대(龍船臺)와 석조여래좌상은 그 길목인 관룡사 서쪽 능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꽃이 거의 다 져버린 알며느리밥풀, 몇 송이 남은 꽃에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비탈을 이룬 돌계단길을 한참 오르노라니 푸른 하늘을 이고 있는 능선에 우뚝 솟은 거대한 암벽을 거느린 암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석조여래 좌상이 봉안된 용선대입니다.

 

 

용선대(龍船臺)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뱃머리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입니다.

 

 

 

 

 

능선에 오르자마자 왼쪽으로 솟아 있는 암봉, 용선대가 나타납니다.  

 

 

 

 

 

관룡산 아래 옥천계곡을 향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지는 용선대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295호. 불상 높이 1.88m, 좌대 높이 1.36m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하고 단정히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석조여래상은 석굴암 본존불을 떠올리게 합니다. 돌이끼조차 끼지 않은 하얀 화강석 불상과 누런 빛깔의 연꽃무늬 화강석대좌의 대비적 조화가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통일신라 후기 9세기 무렵의 작품이라 추정된다는데, 천 년이 넘는 세월의 비바람에 시달렸을 텐데도 파손 흔적 하나 없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도 드문 모습입니다.

 

 

 

 

 

 

소라 모양의 머리칼과 정수리에 솟아 있는 육계(상투 모양의 머리), 네모꼴의 넉넉한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 미소가 번지는 입가의 표정 등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짧고 굵은 목, 두터운 어깨와 탄탄한 가슴 등에서는 중생을 품어주는 부처님의 온화함이 느껴집니다. 

 

 

석굴암 본존불의 양식을 이어받았지만 양감이 줄어든 신체 표현, 도식적인 옷주름선, 8각 연꽃무늬 대좌 형식 등으로 9세기 무렵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안내문

 

 

 

 

 

용선대에서 바라본 관룡산 전경. 그 품에 안긴 관룡사가 살짝 보입니다.

 

 

 

 

용선대는 툭 트인 전망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지 싶습니다. 동쪽으로는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진 관룡산을 거의 정면으로바라볼 수 있고 서쪽으로는 화왕산이, 그리고 앞으로는 구비구비 드넓은 옥천계곡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습니다. 오전의 역광으로 사진을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그런데 왜 이 우뚝 솟은 너럭바위 봉우리를 용선대(龍船臺)라 이름 붙였을까요?

 

용선(龍船)은 본래 중국에서 단오절 등 명절에 경주를 하며 즐겼던 배이지만 제왕장상(帝王將相)들이 그들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하여 뱃머리에는 용 머리, 선미에는 용 꼬리 모양으로 장식하여 즐겼던 배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용선은 임금이 타는 배로 고려의 역대 왕들이 용선 뱃놀이를 즐겼다고 하며 조선에서도 광해군이 전용 용선을 만들기도 하였다 합니다.

 

 

그러나 이 용선대의 용선은 임금을 위한 배가 아니라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을 위한 배가 아닐까요?

 

바로 그러한 의미를 담은 용어가 있으니 바로 '반야용선(般若龍船)'입니다. 불교에서 '반야(般若)'는 '지혜'를 뜻하고 '바라밀(波羅蜜)’은 '피안으로 간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따라서 반야용선은 무명(無明)의 세계인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 중생들을 건네 주는 반야바라밀의 배(船)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분별과 집착으로부터 해탈하여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참된 지혜와 깨달음을 얻는 것이 반야바라밀인데, 이를 상징하여 생사고해 속에 허덕이는 중생을 극락으로 건네주는 불교적 도상으로 표현된 것이 반야용선(般若龍船)인 것입니다. 반야용선을 타고 열반의 세계로 향하는 모습을 그린 반야용선도는 사찰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낙산 안양암 반야용선도(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통도사 반야용선도(출처 : http://cafe.daum.net/people4050/)

 

 

 

 

관룡산 능선에 우뚝 솟은 이 암봉은 정말 용선의 뱃머리를 연상시킵니다. 탁 트인 옥천계곡을 향해 나아가는 듯 솟아 있는 이 암봉에 오르면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의 세계로 가는 듯 영혼이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이 용선대의 지세를 보고 석조여래상을 조성한 것을 화왕산 지기(地氣)를 누르려는 신라 하대의 도참사상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