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천성산(2) 화엄벌과 화엄늪, 억새꽃 일렁이는 아름다운 고산 습원

모산재 2015. 10. 26. 20:22


홍롱사(虹龍寺)를 돌아보고 천성산으로 향한다.

 


처음 천성산을 찾는 산객이라면 홍롱사에서 천성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 쉽다. 대개 홍룡폭포 쪽으로 올라가 길을 찾는데, 폭포는 절벽으로 되어 있어 더 나아갈 곳이 없다.

 

폭포에서 되내려와 법당 마당을 가로질러 지나면 천성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로 연결된다.

 

 

☞ 홍롱사와 홍롱폭포 => http://blog.daum.net/kheenn/15857738

 

 

 

등산로로 들어서면 완만한 구릉을 이룬 된 숲길이 한동안 편안하게 이어지다 오르막 능선길로 접어들게 된다.

 

 

 

 

바다가 멀지 않은 곳이어선지 두꺼운 방추형 잎에 마른 꽃잎을 단 해변싸리가 흔히 보인다.

 

마른 꽃잎 속에는 여문 열매가 숨어 있다.

 

 

 

 

메마른 등산로 풀섶에서 꽃을 피운 쓴풀과 자주쓴풀이 간혹 보인다.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꽃일 게다.

 

 

 

 

 

화엄벌을 향해 오르는 가파른 능선길

 

 

 

 

산부추

 

 

 

 

용담

 

 

 

 

철없이 꽃을 피우고 있는 산철쭉

 

 

 

 

능선에서 돌아보는 풍경

 

남쪽 멀리 보이는 산이 금정산일까...

 

 

 

 

산행 출발 90여 분만에, 마침내 화엄벌 능선과 천성산 정상(원효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고도 800m를 넘는 산등성이에 펼쳐지는 드넓은 초원 풍경에 마치 선자령 고위평탄면 능선에 오른 듯 가슴이 시원스레 탁 트인다.

 

 

 

 

서쪽 능선과 산불감시초소

 

 

 

 

800m가 넘는 정상부 등성이는 억새밭 평원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화엄벌이라 하고 그 속에 자리잡은 고산 습원을 화엄늪이라 부른다. 그리고 천성산의 정상을 원효봉이라 부르는데, 이 모든 지명은 모두 다음과 같은 원효대사 전설과 관련이 있다. 

 

중국 송나라 승려 찬녕(贊寧:919∼1002)이 지은 <송고승전(宋高僧傳)>에 따르면...

 

원효대사는 당나라 종남산 태화사 승려들이 산사태로 매몰될 것을 예견하고 "해동원효 척판구중(海東元曉 擲板救衆)"이라고 쓴 현판을 날려 보내었고, 공중에 떠 있는 현판을 보고 승려 대중들이 신기하게 여겨 법당에서 뛰쳐나오자마자 뒷산이 무너져내렸는데, 목숨을 구한 1,000명의 중국 승려가 신라로 와서 원효의 제자가 되었다. 원효는 대둔사를 세워 89암자를 짓고 이들을 머물게 하고 화엄경을 강하여 이들을 모두 모두 성인으로 만들었다. 

 

이로부터 천성산(千聖山), 원효봉, 화엄벌 등의 지명이 생긴 것이다.

 

 

 

화엄늪 습지보호지역 안내판

 

 

 

 

고산 습원은 산정에 고위평탄면을 가진 영남 알프스의 여러 산들에서도 발달되어 있는데, 오랜 세월 동안 퇴적된 두꺼운 이탄질과 부식질로 된 습지 속에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면서 독특한 생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초원을 이룬 화엄벌은 25만여 평, 그 가운데에 약 2만 8,000여 평의 화엄늪이 자리잡고 있다. 화엄벌은 거의 억새들이 점령하고 있지만 화엄늪은 진퍼리새가 진을 치고 있으며 그 속에는 앵초, 잠자리난, 흰제비난, 큰방울새난,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께묵 등 235종의 식물과 멸종위기동물인 삵과 참매,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등이 서식한다고 한다.

 

 

 

산불감시초소 뒤편 바위 위에 올라서자 화엄벌과 화엄늪, 그리고 멀리 천성산 정상인 원효뵹(921m)이 비로소 한눈에 들어온다.

 

 

 

 

 

2002년에 환경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화엄늪

 

 

 

 

 

산불초소 방향 능선

 

 

 

 

남서쪽 양산 방향 전경

 

 

 

 

서늘한 가을볕에 꽃을 피운 산철쭉

 

 

 

 

원효봉으로 이동하며 돌아본 화엄늪 풍경

 

 

 

 

 

화엄늪을 바라보면서 절로 1급수에만 산다는 꼬리치레도룡뇽과 지율 스님을 떠올리게 된다.

 

내원사 스님인 지율은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천성산 생태계 보존을 위해 노선 변경을 요구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노선 변경 검토를 지시하여 공사 발주가 중단되었고 건설교통부와 시민단체가 '대안노선 및 기존노선 재검토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하였지만 그해 9월 결국 기존노선을 고수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지율 스님은 2003년 2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300일 넘는 단식을 하고 부산시청에서의 3,000배 시위, 부산역에서 천성산 화엄벌까지 삼보일배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환경 단체와 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도롱뇽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도룡농 소송을 하였다.

 

하지만 도롱뇽은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소송은 울산지방법원에서부터 시작하여 2006년 대법원에서까지 기각되고 만다.  그리고 2007년 11월 터널 굴착이 완료되었고 2010년 동대구부터 부산까지 고속철이 개통되었다.

 

 

이 사건만으로 본다면 지율 스님의 노력은 완패하였다. 하지만 그의 투쟁은 생태계 보전을 국민적인 관심사로 자리잡게 했고 국민들의 환경의식을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으니 환경운동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아름다운 고산습원을 바라보는 산객들은 지율 스님이 투쟁한 뜻이 무엇인지 절로 느낄 것이다.

 

 

 

 

 

용담

 

 

 

 

홍롱사가 자리잡은 계곡, 그리고 양산 전경

 

 

 

 

원효봉으로 오르며 굽어본 화엄벌과 화엄늪 전경

 

 

 

 

산비장이

 

 

 

 

용담

 

 

 

 

천성산의 정상 원효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북쪽 오른쪽 끝으로 보이는 언양.

 

뒤편으로 병풍처럼 벋은 산줄기가 바로 신불산, 간월산, 제약산 등으로 이어지는 영남 알프스다.

신불산 앞 영축산에는 통도사가 있다.

 

 

 

 

천성산과 영남 알프스 사이로 긴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지형은 이른바 양산단층대에 속하는데,

경주에서부터 언양을 지나 부산까지 이어지는 단층선곡(斷層線谷)이다.

 

 

 

용담

 

 

 

 

화엄늪에 영향을 미치는 등산로는 폐쇄하여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천성산 정상부로 오르자 등산로는 지뢰지대 표지가 붙은 철조망으로 보호되고 있다.

 

이 후방지대의 산 정상에 웬 지뢰지대인가.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진 곳이라서 매설되었을 것이라 말하는 산객들도 있었지만, 사실은 이 봉우리에 1974년부터  2003년 12월까지 군부대가 주둔하며 군사시설 보호를 위해 매설했던 것. 

 

부대가 떠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방치돼 있다. 다만 양산시에서 2004년부터 해맞이 공원 조성을 추진하며 정상 부근에 남아있는 폐구조물 철거 공사와 함께 지형 복원 사업을 한 정도...

 

 

 

정상 부근에 흔하게 보이는 고본, 열매를 맺었다 

 

 

 

 

천성산 정상, 원효봉(922m)

 

정상표지석을 안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저리 줄을 서니 이런 사진밖에 못 찍는다.

 

 

 

 

천성산(922m)은 정족산(748m)으로 이어지며 천성산맥을 이룬다. 원래 화엄벌이 받치고 있는 이 산은 원효산으로 불렸고 북동쪽 공룡능선과 중앙능선이 받치고 있는 산(855m)을 천성산으로 불렀는데,  2000년 양산시에서 두 산을 하나의 산으로 묶어 원효산은 천성산으로 천성산은 천성산2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화엄벌 능선

 

 

 

 

습지를 품고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 뒷편으로 보이는 산이 천선산2봉이다.

 

오른쪽 멀리 울산 앞 동해가 보이는 듯하다.

 

 

 

 

 

산부추

 

 

 

 

산비장이

 

 

 

 

꽃향유

 

 

 

 

구절초

 

 

 

 

습원 속에 자라는 참빗살나무. 붉은 열매를 가득 달았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바라본 원효봉과 그 사이에 보이는 습원.

 

지금은 메마른 모습이나 군부대가 들어서기 전에는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을 정도의 늪지였다고 한다.

 

 

 

 

스님들과 지역 주민들 말로는 천성산 정상 일대는 내원사 토지로 정상부임에도 물이 많아 걷기 힘들던 곳, 그러나 군부대가 들어서면서 흙을 부어 습지를 메웠다고 한다.

 

지난 2003년 군부대가 철수하고 2006년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되었고, 2004년 양산시청은 천성산 해맞이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내원사는 2008년 국방부에 천성산 정상 원상복구를 요청했지만 새 부대 배치 계획과 천성산 일대 지뢰를 이유로 거절당했다 한다.

 

 

 

아직 꽃이 피어 있는 고본

 

 

 

 

천성산 동남쪽 골짜기의 장흥저수지,

 

그 위를 가로지르는 고속철도(KTX)가 천성산을 뚫은 원효터널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가는오이풀 

 

 

 

 

정상부 아래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습원 풍경

 

 

 

 

고본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원효봉에서 이어지는 초원처럼 편안한 능선은 이곳에서 내리막길로 들러서고 은수고개라는 안부로 이어진다. 은수고개를 지나면 동북쪽의 천성산2봉으로 다시 오르게 되는데 원효봉쪽 풍경과는 달리 암봉이 제법 험하게 솟은 풍경이 사뭇 다른 산줄기로 들어선다. 천성산2봉은 공룡능선과 증앙능선이라는 암릉으로 흘려내린다. 

 

 

건너편 중앙의 봉우리가 천성산 제2봉

 

 

 

 

 

동쪽 웅상읍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은수고개를 지나며 만나는 비목나무 열매

 

 

 

 

은수고개의 천성산 안내도

 

 

 

 

천성산2봉으로 오르며 만나는 임도

 

 

 

 

간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며 바라보는 천성산2봉 정상

 

 

 

 

웅상읍 방향

 

 

 

 

지나온 원효봉과 동쪽 능선

 

 

 

 

고본

 

 

 

 

그리고 마지막 고지, 천성산2봉(855m)에도 오른다.

 

원래는 이 봉우리가 천성산으로 불려왔던 것!

 

 

 

 

 

 

 

원효봉과 천성산2봉이 원래 별개의 산이었다는 것이 실감되는 풍경

 

 

 

 

발 아래 가로지르는 작은 능선 너머 골짜기가 내원사 계곡.

 

내원사가 어렴풋이 보인다.

 

 

 

 

줌인하여 본 내원사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공룡능선

 

 

 

 

 

정상의 동쪽 웅상읍 방향으로 천성산 제2의 습지인 밀밭늪(밀반늪)이 숲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 밀밭늪 아래로 고속철도 터널이 뚫려 있다.

 

천성산 제2봉 아래 해발 680~720m에 위치하고 있는데 약 7000여평 규모다.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잠자리란 흰제비란 물매화 도룡뇽 참매(천연기념물) 종어치(보호대상) 장지뱀(특정야생동물) 물자라 등의 동식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터널을 뚫은 지 7년만인 작년의 한 현장조사에 따르면 원효터널과 수평거리로 500m 떨어진 밀밭늪은 습지의 자취를 잃고 육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습지 가장자리에 자생했던 오리나무는 늪 중심부에 자리 잡았고, 억새도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오리나무와 억새는 습지 중심부에서 자라기 힘든 식물이다. 특히 오리나무는 대개 5~7년생이어서 터널 공사 직후 육지화가 시작된 것!. 원효터널과 직선거리로 600m 떨어진 대동아파트에선 지하수가 급감해 단수 사태가 벌어지고, 지하 관정을 50m 더 깊이 뚫기도 했다. 2㎞ 떨어진 내원사 성불암의 계곡수도 고갈되었다 한다. ('터널 뚫고 7년… 천성산, 물이 말랐다', 경향신문 2014. 10. 15)

 

 

 

이제 내원사를 향해 하산할 차례...

 

 

천성산2봉이 품은 하산길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유난한 사람주나무 단풍

 

 

 

 

계곡으로 내려서는 급경사 길

 

 

 

 

 

계곡에 이르러 세수로 땀을 씻고 잠시 휴식

 

 

 

 

열매를 맺은 덩굴곽향

 

 

 

 

지네고사리

 

 

 

 

 

아직도 꽃을 보여주는 애기며느리밥풀

 

 

 

 

골짜기에 햇살도 사라질 무렵, 지율 스님의 내원사에 이르렀다.

 

 

 

 

<내원사와 내원사계곡>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