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설악산 단풍과 가을 야생화 (2) 귀때기청봉-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

모산재 2015. 10. 17. 23:52

 

이보다 더 상쾌하고 아름다운 날씨가 있을까.

 

귀때기청봉(1578m) 너머로 탁 트이는 전망, 귀때기청봉 정상의 서늘한 기운을 심호흡으로 폐부 깊숙한 곳까지 모셔들인다. 청정한 설악의 기운이 온 몸으로 스며들며 가으내 나를 채우고 있던 기력과 우울을 밀어내고 원시의 생명력으로 충전되는 뿌듯한 기분에 젖는다.

 

 

 

저 멀리 왼쪽으로 우뚝 솟은 안산(1430m) 앞 대승령까지는 6km. 그 사이에 큰 감투봉(1409m)이 솟아 있다.

 

 

 

 

※ 설악산 안내 지도 네이버 지도에 몇 군데 지점 표시 더함)

 

 

 

 

건너편으로는 가리봉(1,519m), 주걱봉(1,401m), 삼형제봉(1225m)으로 이어지는 가리능선

 

 

 

 

붉은빛으로 익은 인가목 열매

 

 

 

 

귀때기청봉은 정상이 뾰죽한지라 정상 너머 너덜바위 지대 곳곳에 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멀리 백담사가 자리잡은 골짜기도 모습을 보이고

 

 

 

 

귀때기청에서 이어지는 봉우리는 단풍은 천자만홍(千紫萬紅) 절정에 이르렀다.

 

 

 

 

 

백당나무가 대군락을 이룬 곳, 붉은 열매가 또한 장관을 이루었다.

 

 

 

 

양지바른 암릉의 바위틈마다 작은 키의 분취가 흔하게 보이는데...

 

전초 모양이나 분위기로는 은분취인데 총포 외편이 4~5줄 배열, 내편까지 6줄로 보인다.

은분취라면 총포가 8~11줄... 그렇다면 이것이 가야산은분취란 말인가?

 

 

 

 

 

돌아보는 귀때기청봉

 

 

 

 

시들어가는 개회향 이미지 하나 담으려는데 초점을 잡지 못하는 카메라... 

 

 

 

이놈 붙들고 낑낑대는데, 점심 식사를 마친 산객들이 인해전술로 밀려들어 지나간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뭔 대단한 보물이 있나 살펴보며 물어보는데, 보물은뿔!

 

 

 

가야산은분취냐, 은분취냐?

 

꽃이 남아 있어서 또 멈춰서서 요놈도 찍고

 

 

 

 

길 아래 접근 곤란한 덤불 속에 보이는 열매가 승마가 아닐가 싶어 찍는데 또 초점을 잡지 못해 애를 먹는데,

좁은 외길을 뒤따르는 사람들은 또 무슨 보물인가 함께 멈춰서서 지켜본다.

 

 

 

요게 잎으로 흔히 보는 눈빛승마와는 확실히 다른데, 승마인지 연구해봐야겠다.

 

 

 

아직 실체를 보지 못한 승마라면 내겐 엄청난 보물인데, 내 발걸음에 막혀 구경하는 사람들에겐 그냥 개뿔!

 

 

 

꽃이 져버린 태백취를 만난다.

 

 

 

이 털이 숭숭한 줄기와 잎자루가 아니었다면 태백취라는 것도 몰라봤을 거다.

 

 

 

 

은분취

 

 

 

 

이건 산솜다리(설악솜다리) 근생엽...?

 

 

 

 

돌아본 귀때청봉(1578m)의 위엄

 

 

 

 

 

귀때기청봉 건너편 암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리산과 주걱봉

 

 

 

 

발 아래로 펼쳐지는 바위 능선들

 

 

 

 

 

그리고 단풍에 물든 대승령과 안산 방향의 암릉길은 수채화 속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바람꽃 열매

 

 

 

 

포편 배열이 6열로 보이는 분취, 가야산은분취지 싶다.

 

 

 

 

좀더 지난 암릉길에서 줄기가 아래를 향해 포복하는 눈향나무를 만난다.

 

 

 

 

주변 곳곳에 보이는 걸 보니 백두대간을 따라 분포하는 특산식물인 눈향나무 자생지인 듯하다. 

 

 

 

 

귀때기청봉 동쪽엔 눈측백나무, 서쪽에는 눈향나무의 자생지를 확인하는 수확!

 

 

 

설악산에 자생하는 이 분취에 대해선 좀더 공부를 해봐야겠다.

 

 

 

 

한 송이 꽃을 남겨서 맞아주는 고마운 솔체꽃

 

 

 

 

멀리 점봉산을 배경으로 기암 풍경을 담아본다.

 

 

 

 

 

다시 너덜지대를 지나며 아름다운 단풍이 든 봉우리를 맞이한다.

 

 

 

 

 

암봉을 오르며 돌아본 귀때기청봉 방향의 능선 풍경

 

 

 

 

 

암봉 앞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가리산과 주걱봉, 삼형제봉

 

 

 

 

까마득히 철계단으로 오르는 암봉.

 

이 철계단이 설치되지 않았다면 어찌 올랐을까나...

 

 

 

 

그 풍경이 그 풍경인데 자꾸만 돌아보며 셔터를 눌러대는 이 마음... 

 

 

 

 

 

 

또 이어지는 철계단 오르막길...

 

 

 

 

 

철계단에 올라서서 다시 그 풍경을 돌아본다.

 

 

 

 

마른 열매를 보이는 가는다리장구채

 

 

 

 

어느덧 가리봉이 정면으로 다가와 선다.

 

 

 

 

오른만큼 내려서야 하는 길...

 

 

 

 

그곳에서 이미 열매를 맺은 바람꽃이 꽃 한 송이를 피워올리고 나를 맞이하고 있지 않으냐!

 

 

 

 

그리고 또 하나의 암봉으로 오른다.

 

 

 

 

돌아보니 좀 전에 지나온 봉우리도 보인다.

 

 

 

 

뾰족한 암봉이 보이는 안산이 지척으로 보이니, 이젠 대승령이 가까워졌다.

 

바로 앞의 능선만 넘으면 대승령!

 

 

 

 

내려서는 길에서 처음으로 주목을 만난다.

 

 

 

 

고도가 낮아진 탓인지(그래도 1300m쯤 된다) 내내 골돌 씨방만 보이던 투구꽃이 꽃송이를 보여준다.

 

 

 

 

꽃이 진 금강분취들이 종종 보이고  

 

 

 

 

붉은 열매를 단 산가막살나무를 만난다.

 

 

 

 

바디나물 열매  

 

 

 

 

산앵도나무 열매

 

 

 

 

병조희풀 열매

 

 

 

 

이 붉은 열매는 형태로 보아 아마도 청괴불나무이지 싶다.

 

 

 

 

색깔이 아름답고 모양도 예쁜 말나리 열매

 

 

 

 

늦게까지 꽃을 보여 주는 참나물

 

 

 

 

세잎꿩의비름은 열매만 남기고 잎은 모두 진 모습

 

 

 

 

열매를 단 큰네잎갈퀴가 아주 흔하게 보인다.

 

 

 

 

머루알처럼 곱게 익은 꿩의다리아재비 열매

 

 

 

 

금강초롱도 열매를 맺었다.

 

 

 

 

평탄한 능선길이 한동안 이어지고

 

안산에서 백담사로 이어지는 능선이 눈 앞으로 다가섰다.

 

 

 

 

당분취

 

 

 

수리취

 

 

 

바위취

 

 

 

 

그리고 오늘 걷는 서북능선의 끝 지점, 대승령(1210m)에 도착한다.

 

 

 

 

쉴 틈없이 부지런히 걷고 사진 찍고 하며 걷다보니 생수 두 병을 마시고도 목이 탄다.

 

근처 바위에 걸터 앉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남은 음식을 먹으며 기운을 차리는데,

오는 길 내내 야생화 촬영에 관심을 보이던 한 통통한 여성 산객 님이 막걸리 한 잔을 건네준다.

 

처음 보는 캔 막걸리인데, 참으로 맛나게 마셨다. 

18년 전 설악산 산행을 마치고 설악동에서 마신 막걸리 이후 이렇게 맛나게 느끼기는 처음이다. 

 

막걸리를 건네준 그 분께 이 자리에서나마 감사드린다.

 

 

 

그 주변에서 뜻밖에 난대성 양치식물이라고 생각해왔던 가지고비고사리를 만난다.

 

 

 

그러고보니 국생정에서는 "주로 남부지방에 자라며 강원도까지 올라온다"고 적고 있다.

 

제법 넓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포자는 찾을 수 없었다.

 

 

 

이제 장수대까지 3.7km, 내려서는 길만 남았다.

 

 

 

 

 

지루한 돌계단길이 이어지는 속에서

 

 

열매를 맺은 돌마타리가 나무그루터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 유일한 것이다.

 

 

 

 

그리고 대승폭포에 이른다.

 

 

 

 

높이가 88m에 이르니, 높이로만 본다면 우리 나라의 최고 폭포라 할 만한데,

깊은 계곡의 폭포가 아니어서 수량이 부족한 것이 폭포로서 아쉬운 점이다.

 

 

 

대승폭포는 원래 한계폭포로 불려왔는데,안내판에는 대승폭포로 불리게 된 전설을 기록해 놓았다.

 

부모를 일찍 여읜 대승이라는 총각이 어느날 폭포절벽에 동아줄을 매달고 석이버섯을 따고 있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대승아, 대승아!" 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올라가보니,

어머니는 없고 지네가 동아줄을 끊고 있었는데 급히 폭포 위로 올라가 살았다. 

 

 

폭포 전망대 입구 너럭바위에는 '구천은하(九天銀河)'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는 이백의 '망여산폭포(望 廬山瀑布)'라는 다음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것!

 

     日照香爐生紫烟(일조향로생자연)     해가 향로봉을 비추니 자줏빛 안개 일어나고

     遙看瀑布掛前川(요간폭포괘전천)     멀리 폭포를 바라보니 냇물을 걸어 놓은 듯하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나는 듯 흘러 곧장 삼천 척을 떨어지니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구천(九天)'은 '구만리장천'의 준말이니

여산폭포가 은하수가 구만리장천에서 떨어지는 듯 장대한 규모의 폭포를 노래한 것이다.

 

참고로 여산폭포는 높이 150m나 되는 3단폭포!

 

 

 

대승폭포에서부터 장수대까지는 0.9km,

 

폭포 전망대로부터 내려서는 길은 낭떠러지와 같은 급경사로 데크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정면으로 보이는 가리산

 

 

 

 

동쪽으로 보이는 한계령

 

 

 

 

대승폭포 계곡 아래로 보이는 한계령 계곡

 

 

 

 

암벽 너럭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 산부추

 

 

 

 

대승폭포 입구 까마득한 절벽을 이룬 골짜기

 

 

 

 

데크로 내려서는 길

 

 

 

 

 

 

대승폭포 아래 계곡

 

 

 

 

마침내 장수대에 이른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대승폭포 주변의 산봉우리 풍경

 

 

 

 

주차장에서 바라본 가리산, 주걱봉 전경

 

 

 

 

장수대(將帥臺),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로 전몰한 장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는 산장이다.

 

 

 

 

늘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설악산 서북능선 산행, 첫 테이프를 이렇게 화려한 단풍철에 끊게 될 줄 몰랐다. 어쨌거나 망설이기만하다 해가 가기 전에 찾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보름이나 한 달 전쯤 꽃철에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제 설악산에 대해서 감을 잡았으니 내년에는 종종 찾아 제철에 풀꽃나무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얻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