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무릉계곡 베틀봉-미륵봉-두타산성 -쌍폭포-용추폭포-삼화사

모산재 2015. 9. 23. 23:54

 

무릉계곡은 수없이 가 보았던 곳.

 

군대를 다녀온 직후 친한 친구들과 일 주일 간의 동해안 여행을 하며 처음 들렀고, 그 뒤로도 수 차례 찾았지만 코스는 늘 같았다. 삼화사를 거쳐 쌍폭포와 용추폭포에까지 갔다 회귀하는 산책.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어도 수량이 부족하면 계곡은 그리 매력이 없다. 무릉계곡 또한 마찬가지여서 심심한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식생도 단조로워서 풀꽃나무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일부러 찾아가고픈 곳은 못 된다.

 

 

그런데 무릉계곡의 베틀봉과 미륵봉의 기암절경이 대단하다 해서 주말 산행에 나섰다.

 

처음엔 남도의 불갑산이나 선운산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주말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그나마 강원도는 괜찮을 것이라 하여 베틀봉으로 가기로 마음 먹는다. 

 

 

무릉계곡에 도착하니 날씨는 개었는데 비가  막 그친 듯한 모습. 오른쪽 청옥산 봉우리는 안개구름에 모습을 감췄다.

 

 

 

 

베틀봉과 미륵봉은 무릉반석 입구에 있는 금란정 뒤편으로 거의 직선으로 치고 올라야 만나는 기암고봉들이다. 오늘 산행 코스는 베틀봉, 미륵봉을 지나 두타산성을 돌아 용추폭포까지 구경하고 돌아나오는 것. 

 

 

무릉계곡 안내도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며 무릉계곡으로 들어선다. 

 

무릉계곡은 고려 충렬왕 때 파직된 이승휴가 은거하며 <제왕운기>를 저술한 곳이기도 하다. 

 

 

계곡 저 위쪽으로 삼화사 전각의 일부가 모습을 보인다.

 

 

 

 

청정한 계곡을 지나며 '두타'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두타(dhuta 頭陀)'는 속된 마음을 버리고 마음을 닦는 것!

 

속된 마음이 뭐 별거겠는가? 남보다 더 크고 좋은 집에서 살고 비싸고 좋은 옷 입고 더 맛나고 질 좋은 음식 먹으며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 욕심. 이걸 버리는 것이 바로 두타행(頭陀行)이다.

 

두타행은 12가지를 실천하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어 이를 12두타행이라 한다. 

 

 

① 인가와 떨어진 조용한 숲 속에 머문다.

② 항상 걸식을 한다.

③ 걸식할 때는 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④ 하루에 한번만 먹는다.

⑤ 과식하지 않는다.

⑥ 점심 이후에는 과실즙이나 꿀 등도 먹지 않는다.

⑦ 헌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는다.

⑧ 삼의() 이외에는 소유하지 않는다.

⑨ 무상관에 도움이 되도록 무덤 곁에 머문다.

⑩ 나무 밑에 거주한다.

⑪ 지붕이 없는 곳에 앉는다.

⑫ 단정하게 앉고 눕지 않는다.

 

두타행은 출가 수행자가 정각을 이루기 위한 수행법으로 부처님이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석가의 제자 중 두타행의 으뜸은 바로 '염화미소'의 주인공 가섭이라 한다.

 

 

나는 어떤고...?

 

점검해 보니 시늉으로라도 실천하고 있는 것은 '⑤ 과식하지 않는다.' 정도이고, ⑫는 최대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 ⑩은 꿈으로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참으로 맑은 마음으로부터 참된 평화가 오는 것인데, 헌 옷감 세 벌 외에는 어떤 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두타의 세계와는 너무도 멀게 살고 있는 나에게 어찌 평화가 있겠는가...! 

 

 

 

 

어쨌든 금란정에서부터 가파른 능선을 따라 베틀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봉우리에서 풍화되어 떨어져 나온 암석 조각들이 수없이 박혀 있는 경사로를 한 참 오르니 점차로 덩치가 큰 암석들이 나타나고 능선 정상부에 이르러서는 주상형의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기 시작한다,

 

 

절벽을 이룬 바위와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를 돌아 오르니 비로소 능선의 정상이다.  

 

 

 

 

이 코스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풀꽃은 가는기름나물!

 

 

 

 

이 녀석을 제외하면 삽추와 개쑥부쟁이 종류들만 간혹 눈에 띌 뿐 이렇다 할 풀꽃들이 별로 없다.

 

 

 

암석지대여선지 이렇게 울툴불퉁한 줄기와 가지들 가진 적송들이 흔하게 보인다.

 

 

 

 

달걀버섯이 종종 눈에 띈다.

 

 

 

 

다시 한번 가파른 얕은 골짜기를 오른 곳, 이곳에 베틀봉이 자리잡고 있다.

 

 

 

 

베틀봉 암벽.

 

왼쪽 바위가 베틀봉 암봉인데, 장소가 좁아 화각이 나오지 않아 정면 모습을 담지 못한다.

 

 

 

 

주변 풍경

 

 

 

 

베틀봉에서 미륵봉으로 향하는 우회로로 내려서는 길

 

 

 

미륵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의 절경

 

 

 

베틀봉 암봉

 

 

 

 

미륵봉 아래 폭포

 

 

 

 

 

가는기름나물

 

 

 

암봉 아래는 회양목이 군락을 이룬 자생지...

 

 

 

가는쑥부쟁이?

 

 

 

 

다시 능선부를 향해 오른다.

 

 

 

돌아본 베틀봉 암릉 풍경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암릉 풍경

 

 

 

 

 

 

 

뒤편으로 거대한 암벽을 이룬 미륵봉

 

 

 

 

 

 

미륵봉을 향하여 오르며 바라보는 암벽 풍경

 

 

 

 

 

미륵봉 너머로 보이는 그림폭포

 

 

 

관음사 아래 관음폭포

 

 

 

 

드디어 미륵봉 정상에 도착!

 

 

 

 

 

정상 절벽 위의 바위

 

 

 

건너편 관음폭포와 학소대 계곡의 물줄기

 

 

 

아래쪽 베틀바위 암릉

 

 

 

 

청옥산 기슭의 세 물줄기 : 관음폭포, 학소대, 그림폭포

 

 

 

삼화사 뒤편의 그림폭포

 

 

 

학소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바위 앞쪽은 천 길 낭떠러지.

 

이곳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데, 순식간에 안개구름이 올라와 풍경을 지워 버린다.

 

 

 

정상에 핀 개쑥부쟁이 꽃

 

 

 

바위 틈 곳곳에 자생하는 회양목

 

 

 

 

식사를 마치고 두타산성을 향하여 출발!

 

 

흰 꽃을 피운 삽주

 

 

 

가는기름나물과 함께 기름나물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비늘버섯 종류?

 

향기가 좋아 식용버섯이지 싶다.

 

 

 

 

능선길에서 만난 벌집, 적송 줄기 손상된 곳에 자리잡았다.

 

머리 위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벌들... 뒤를 따르던 분들 중 쏘인 사람도 생겼다.

 

 

 

미역취

 

 

 

 

주릉 분기점인 787고지에서 두타산성으로 내려선다.

 

 

 

무슨 버섯일까?

 

 

 

가는기름나물 열매

 

 

 

얼마쯤 능선을 따라 내려가자 나타나는 두타산성의 흔적들

 

 

 

 

솔숲길 부근에는 꼬마버섯인 꾀꼬리버섯들이 흔하다.

 

 

 

참싸리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 운무에 잠긴 골짜기 풍경

 

 

 

 

 

돌양지꽃 열매

 

 

 

 

 

무릉계곡 풍경

 

 

 

 

 

가는기름나물

 

 

 

 

 

골짜기 아래에 솟아 있는 두타산성 입구의 자연 암벽 산성

 

 

 

 

 

 

암벽 너머 건너편으로 학소대와 삼화사가 보인다.

 

 

 

 

두타산성으로 내려서며 돌아본 암벽과 능선 

 

 

 

 

두타산성 풍경들

 

 

 

 

 

두타산성 안내비

 

 

 

 

두타산성은 102년(신라 파사왕 23년)에 처음 세워졌으나 현재의 성은 1414년(조선 태종 14년)에 축성된 것으로 천연적으로 험준한 산의 지형을 이용하여 지은 천연 요새다.

 

임진왜란 때에는 함경도 안변으로 진출한 왜병들이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였는데 많은 관군과 피난민들이 이 두타산성으로 모여들었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3일간의 혈전 끝에 함락되었다고 한다.

 

워낙 격렬한 전투로 수많은 화살이 계곡으로 떠내려가 지금도 전천(箭川)이라 불리고 있는 무릉계곡 물길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산성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서면 무릉계곡에 이른다.

 

 

 

 

험한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하다 보니 피곤하기도 해서

많이도 보았던 쌍폭포와 용추폭포, 생략할까 하다 보고 가기로 한다.

 

 

선녀탕

 

 

 

쌍폭포

 

 

 

 

 

쌍폭포와 용추촉포 사이의 작은 와폭

 

 

 

 

용추폭포는 2단폭포로 되어 있다.

 

용추폭포 하폭

 

 

 

 

용추폭포 상폭

 

 

 

 

 

내려오면서 무릉계곡 옛길을 따라 거제사터로 향한다.

 

 

 

거제사터

 

 

 

 

 

 

옛길과 만나는 주 산책로가 만나는 곳 계곡의 풍경

 

 

 

 

학소대(鶴巢臺)

 

 

 

 

삼화사 뒤편으로 보이는 그림폭포

 

 

 

 

삼화사는 신라말 굴산사를 창건한 범일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추정된다. 1906년에 일본이 의병의 거점이라는 이유로 200여 칸에 이르는 건물을 모두 불태워 버렸는데, 본래 이곳에서 동쪽 약 1.3km의 반릉 부근에 있었던 것을 1977년 현재의 위치로 이건하였다.

 

 

삼화사 적광전(寂光殿)

 

 

 

법당 마당의 3층석탑은 보물 제1227호로 통일신라 후기인 9세기 말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적광전의 불상은 철조노사나불좌상

 

보물  제1292호로 통일신라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노사나불은 삼신불의 하나. 산신불은 가운데에 석가모니불, 왼쪽에 비로자나불이 위치하고 노사나불은 오른쪽에 자리잡는다. 영원불변의 진리를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이 법신불(法身佛)이요, 수행에 의해 부처가 된 노사나불은 보신불(報身佛), 석가모니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상으로 변하는 화신불(化身佛)로 본다. 

 

 

적광전 동쪽 기단 위에서 바라본 삼화사 경내

 

 

 

법당 마당이 참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다.

 

 

 

 

삼화사 입구 다리에서 바라본 무릉반석

 

 

 

화사 전경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5시간 30분이 걸린 베틀봉 미륵봉 암릉 등반을 이렇게 무사히 마쳤다.

 

무릉계곡을 찾을 때마다 언제나 느끼는 아쉬움은 식생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계곡이 아닌 능선길에는 좀 색다른 것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은근 기대하였지만 역시나 가는기름나물 외에는 볼 것이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베틀봉, 미륵봉 암릉과 두타산성이라는 무릉계곡의 숨은 비경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