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마등령 삼거리 지나 공룡능선 바라보며 비선대까지

모산재 2015. 9. 15. 14:54

 

마등령(馬等嶺) 삼거리 주변은 평지의 숲을 이루고 있어 많은 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말의 잔등처럼 생겨서 '마등(馬登)'이라는 말도 있고 손을 뻗어 오른다고 해서 '마등((摩登)이라고도 한다는데 어느 쪽이든 높은 고개를 뜻하는 표현입니다. 마등령을 기준으로 속초시와 인제군을 가르는데 서쪽은 오세암 백담사가 있고 동쪽은 비선대가 있으며, 남북으로 백두대간 등줄기가 공룡능선을 이루며 대청봉과 미시령을 잇고 있습니다. 

 

 

 

숲을 지나서 앞으로 나아가니 갑자기 앞이 시원하게 열리며 설악의 험준한 기암고봉 장관이 이마에 닿을 듯 다가섭니다.

 

 

 

 

 

멀리 대청봉에서 흘러내려 설악동을 앞에 두고 뾰족하게 솟아 오른 화채봉(1320 m)이 수문장인 듯 서 있고, 발 앞으로는 공룡능선의 바위 연봉들이 공룡의 등줄기처럼 힘차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가장 오른쪽 뾰족한 암봉이 최고봉인 1275m봉인 듯합니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저 공룡능선을 따라 희운각을 거쳐 설악동으로 갔으면 좋으련만... 

 

구름바다 위에 암봉들이 점점이 섬처럼 떠 있는 신비로운 풍광으로 국립공원 100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공룡능선은 용아장성능선과 함께 설악산을 대표하는 암봉 능선!  무엇보다도 각종 희귀식물들이 서식하는 곳인 줄 알면서도 한번도 도전할 생각을 못했던 공룡능선 구간을 눈앞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공룡능선을 바라보는 곳에 피어 있는 투구꽃

 

 

 

 

 

쉬땅나무 꽃

 

 

 

 

 

 

비선대를 향해 길을 재촉하면서도 눈은 자꾸 공룡능선을 향하기만 합니다. 그러자 1275m봉이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작은 고개를 넘어서는 곳에서 새며느리밥풀

 

 

 

 

 

 

고개를 넘어서니 빼꼼 머리를 내밀고 있는 세존봉(1,186m)이 보이고, 아래로는 뭇 생명의 터전인 설악골 깊은 골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길은 급한 내리막길을 이루며 데크 계단길로 접어듭니다.

 

 

 

 

 

 

절벽에 가까운 비탈에는 야생 배초향(방아)이대군락을 이루고 꽃을 피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멀리 낭떠러지 바위 절벽에 피어 있는 금강초롱꽃을 만납니다.

 

 

 

 

 

 

 

행여 만나게 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만나게 되니 반가움과 함께 환희가 밀려옵니다. 게다가 얼마나 맑고 고운 빛깔인가요. 금강초롱꽃을 그리 많이 만나보지 못하긴 하였지만 이렇게 선명하게 아름다운 청보랏빛 꽃을 본 적은 없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 동행하게 된 분들에게도 이 꽃만큼은 보여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들 감탄하며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고 사진을 찍습니다. 

 

 

아쉽게도 처음이자 마지막인 초롱꽃이었습니다.

 

 

 

한동안 나무데크로 이어진 길을 걸으며 마등령 서쪽에서 보지 못한 꽃들을 만납니다.

 

 

구절초

 

 

 

 

 

산오이풀

 

 

 

 

 

은분취

 

 

 

 

 

그늘송이풀

 

 

 

 

 

가는쑥부쟁이

 

 

 

 

 

 

마등령에서 내려서 능선 허릿길을 한 굽이 돌아서니 세존봉은 더욱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설악골도 더욱 넓은 품을 보여 줍니다.  

 

 

 

 

 

 

 

 

화채봉이 우뚝한 화채능선과 1275m봉이 늠름한 공룡능선의 윤곽도 더욱 또렷하게 보입니다.

 

 

 

 

 

 

 

 

장쾌한 풍경을 바라보며 설악산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서산대사 휴정은 조선의 네 명산을 들며 다음과 같이 말한 바가 있습니다.

 

금강산은 빼어나지만 장중하지는 않고, 지리산은 장중하지만 빼어나지는 못하며, 구월산은 빼어나지도 장중하지도 못하고, 묘향산은 빼어나기도 하고 장중하기도 하다.

 

 

그런데 워낙 장중한 지리산과 빼어난 금강산에 밀린 탓인지 설악산은 언급되지도 않고 묘향산을 그 두 덕목을 모두 갖춘 산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설악산은 어디쯤에 속할까요. 모르긴 해도... 묘향산에 버금 가는, 장중함과 빼어남을 갖춘 산이라 헤도 되지 않을까요. 

 

육당 최남선은 <심춘순례(尋春巡禮)>에서 "금강은 총명 지혜가 꽃부리처럼 피어나고 불꽃처럼 휘날리는 또렷한 재사를 만난 것 같고, 지리는 도덕 교화를 깊이 감추고 비밀스레 보관하고 있는 둥긋한 도인을 만난 것 같다."고 하였는데, 육당이 설악산에 왔다면 " 설악은 재사와 도인의 면모를 두루 갖춘 산"이라고 평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오이풀

 

 

 

 

 

가는쑥부쟁이

 

 

 

 

 

 

세존봉 아래쪽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능선길에서 혹시나 싶었던 바람꽃을 만납니다.

 

얼마 되지 않은 몇 개체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아쉽게도 꽃은 저버린 상태인데 몇 장 남은 꽃잎이 그나마 위안입니다.

 

 

 

 

 

이것도 그냥 은분취로 봐야겠지요~.

 

 

 

 

 

단풍취

 

 

 

 

 

 

등산로를 걸으며 왼쪽 언덕으로 틈틈이 풀꽃들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들면 다시 오른쪽 건너편 공룡능선들을 바라봅니다. 눈의 초점거리가 어주 짧아졌다 아주 길어졌다를 반복합니다. 

 

 

 

 

 

 

 

 

마등령삼거리에서 비선대까지 절반을 왔습니다.

 

 

 

 

 

 

어느 새 세존봉은 뒤편으로 멀어져 가고, 공룡능선은 정면으로 바라보입니다.

 

 

 

 

 

 

 

마을 어귀를 들어서는 듯한 바위를 지나갑니다.

 

 

 

 

 

지나고 돌아서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기름나물

 

 

 

 

 

 

 

비선대에 가까워질 즈음 멋진 선바위 하나를 만납니다.

 

 

 

 

 

 

 

 

새며느리밥풀 군락

 

 

 

 

 

 

비선대로 가는 길목, 제법 멋진 모습으로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 구간을 마지막 관문이기나 한 듯 통과합니다.

 

 

 

 

 

 

돌아보니 마등령이 아득하게 멀어져 보입니다. 늦은 오후 시간이라 한낮에 바다로부터 증발된 구름이 몰려들고 있는 듯합니다.

 

 

 

 

 

 

암벽 타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유선대(遊仙臺).

 

선녀들이 놀다 떠난 바위에서 연상한 이름인지 유선대 코스는 '그리움 둘'이라는 아주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리던가요. 오늘은 클라이밍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요.

 

 

 

 

 

 

비선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군봉과 마주보는 암봉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장군봉 암벽을 바라보며 비선대를 향해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를 이룬 내리막길입니다.

 

 

무슨 버섯일까...

 

 

 

 

 

 

미륵봉이라고도 불리는 장군봉은 까마득한 바위 절벽 중간에 원효대사가 도를 닦았다는 금강굴이라는 암굴이 있습니다.

 

 

 

 

 

 

 

 

장군봉 옆 내리막길 중간 너럭바위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함께 걸었던 학교 시절 동창이라는 세 여성들과 함께 앉아 길을 재촉하느라 못 먹었던 점심을 먹습니다. 아오리 사과를 꺼내 나눠 먹으며 당을 보충~.

 

 

 

 

 

 

너럭바위 바로 앞에 열린 생강나무 열매

 

 

 

 

 

비선대로 내려가는 가파른 돌계단

 

 

 

 

 

 

금강굴이 200m 앞이건만 기나긴 산행길에 지쳐 그냥 지나치기로 합니다.

 

 

 

 

 

메마른 모래땅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까치고들빼기

 

 

 

 

 

 

드디어 설악동과 천불동 계곡이 합류하는 곳, 비선대로 내려섰습니다.

 

아직 신흥사를 지나 최종 목적지까지는 많이 남아 있지만 다 온 것처럼 마음이 탁 놓입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천불동 계곡 방향

 

 

 

 

 

 

 

아래쪽 비선대 계곡

 

 

 

 

 

 

비선대(飛仙臺)는 장군봉(미륵봉), 형제봉, 선녀봉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절벽 아래 너럭바위가 못을 이루고 있는곳으로 와선대에서 노닐던 마고선(麻姑仙)이라는 신선이 이곳에 와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로부터 그 이름이 유래한 것입니다. 

 

 

 

 

 

 

 

 

 

비선대 암각서들

 

 

 

 

 

 

 

 

등로 데크 아래 계곡변에서 군락을 이루며 꽃을 피운 도둑놈의갈고리

 

 

 

 

 

계곡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작은 소나무...

 

 

 

 

 

신흥사 입구 다리를 건너며 바라본 권금성과 노적봉(왼쪽)

 

 

 

 

 

신흥사 통일청동대불좌상

 

 

 

 

 

 

'97년에 점안된 석가모니 청동불상은 좌대 높이만 4.3m, 대불 높이 14.6m로 아파트 6층 높이에 108 톤의 청동이 사용되었다 합니다. 불상에는 '92년 미얀마 정부가 기증한 부처님 진신사리 3과와 다라니경 등 복장 유물이 봉안되어 있으며, 8면 좌대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십육 나한상이 돋을새김되어 있습니다.

 

 

소공원의 5층석탑

 

 

 

 

 

 

일주문을 나서니 벌써 5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동행한 여성분들과 택시를 타고 상가지구로 가서 잠시 한숨 돌리고 시원한 캔 맥주 하나씩 마시며 기나긴 산행의 여독을 풀고 오늘 하루를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