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성의 가을 풀꽃나무들

모산재 2015. 10. 10. 01:02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도 드물지 싶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볕살은 여름의 강렬함을 잃지 않았으면서도 얼굴에 닿는 느낌은 감미롭다.

 

 

 

늦은 오후 무작정 카메라만 들고 남한산성으로 오른다. 

 

 

 

산성 입구에 백하수오라 불리는 큰조롱이 꽃이 지천으로 피었고

전신주 위 전선에까지 타고 올라간 덩굴에는 열매가 아주 주렁주렁 달려 장관을 이루었다.

 

 

 

 

 

어느 가게 커다란 화분에 사계국화라 불리는 꽃이 가을 빛을 가득 머금고 피었다.

 

 

 

 

산언저리 밭언덕에는 큰듬성이삭새가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나도바랭이새인 줄 알았는데, 긴 까락이 있는 걸 보니 바도바랭이새의 변종인 큰듬성이삭새이다.

 

 

 

 

좀담배풀

 

 

 

 

계곡 덤불 속에 낯설어 보이는 꽃, 

목질화된 줄기는 아주 길고 잎밑이 줄기를 감싸는 듯한 모양.

 

 

 

 

이게 뭘까, 생각해보니 좀개미취가 가장 가까운데

자생지도 아닌 데다 키도 훨씬 크고 잎밑이 귀 모양인 점 등이 다르다...


나중에야 이것이 북미산 숙근아스터의 한 종으로 뉴잉글랜드아스터로 불리는

Symphyotrichum novae-angliae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산속에 귀화하게 된 것일까...

 



가는괴불주머니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기 시작했다.

 

 

 

 

종자가 살짝 비치는 열매

 

 

 

가는괴불주머니는 선괴불주머니와 줄기나 잎, 꽃과 열매의 모양이 아주 유사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꽃잎 끝이 선괴불주머니는 밋밋한데, 가는괴불주머니는 톱니 모양이 있는 점으로

아래꽃잎이 달리는 부분이 선괴불주머니는 아주 볼록한 데 비해 가는괴불주머니는 살짝 볼록한 점으로 구별할 수 있다.

 

 

 

새팥 열매와 종자는 요런 모양이다.

 

 

 

 

 

산을 오르면서 보니 물봉선 꿀주머니가 제대로 말리지 않고 꽃 또한 왜소해 꼬마물봉선처럼 느껴진다.

 

 

 

 

까실쑥부쟁이는 제철,

참으로 청초하게 피었다.

 

 

 

 

나래새도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성곽길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다시 가는괴불주머니 열매를 살펴본다.

 

흔히 종자가 선괴불주머니는 2~3개, 가는괴불주머니는 4~8개라고 말하는데

이처럼 가는괴불주머니 열매가 짧고 종자 수가 선괴불주머니에 가깝게 적은 것도 있다.

 

 

 

물론 대개는 가는괴불주머니 종자는 5~8개로 많은 편이지만...

 

 

 

 

꽃이 피었겠지 하고 찾아간 병아리꽃 자생지는

추석을 앞둔 시기여선지 예초기 세례를 받고 초토화한 모습이다.

 

워낙 작은 풀이라 그래도 살아남은 녀석들이 있긴 했지만 워낙 시달린 모습이어서 사진에 담기가 민망할 지경... 

 

 

 

 

 

남한산성에서는 참빗살나무와 버들회나무가 연속변이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모습을 보인다.

 

 

아래처럼 열매에 깊은 골을 이루고 네 개의 능선이 또렷한 것을 보면 버들회나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백 m 떨어진 곳에서는 능선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참빗살나무의 모습을 보인다.

 

 

 

 

꽃이 대형인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가을 정취를 한껏 돋운다.

 

 

 

 

 

골등골나물은 꽃이 지고 있는데

 

 

 

 

 

성벽 바위틈엔 이고들빼기 겨울나기 어린 풀들이 다투어 자라나기 시작하고

 

 

 

 

큰꿩의비름도 성벽 바위 틈에서 따스한 볕바라기를 하며 숯불 같은 꽃을 피우고 있다.

 

 

 

 

 

요놈이 파리매던가...

 

 

 

 

대새풀도 열매를 달았다.

 

 

 

 

 

우아하게 꽃을 피운 고려엉겅퀴

 

 

 

 

암문 부근에 당아욱이 꽃을 피웠다. 

 

 

 

 

어느 새 해가 서쪽 하늘로 기울어지며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는데...

 

 

일몰에도 쓸쓸한 가을빛이 스며들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입추를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