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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규슈 (5) 규슈올레 다케오 코스, 반딧불 연못-산악유보도-다케오신사와 3000년 녹나무-다케오온천 누문

by 모산재 2015. 3. 6.

 

이케노우치 호수로 물이 흘러드는 긴 골짜기를 따라 한참 걸으니 산길로 접어든다.

 

 

그 골짜기에 저수지 둑방이 나타나고 둑방 언덕으로 올라서니 숲과 어울린 아름다운 연못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랑말 올레 표지판 옆에는 '산악유보도(山岳遊步道)'라 새긴 이정표가 서 있다. 

 

'산악을 유람하며 걷는 길'이라... 호수를 바라보며 숲속을 걷는 길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 연못은 반딧불이 서식한다 해서 '반딧불연못'이라 불린다.

 

 

 

 

 

뜬금없다고 해야 할지...

 

일본땅 규슈, 이곳에서 멀지 않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의 생을 마감한 윤동주의 '반딧불'이란 시를 떠올렸다.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자연을 노래한 아름다운 동시이면서도 '그믐 밤' 과 '부서진 달 조각'이란 표현에서 윤동주가 살았던 시대적 의미가 절로 오버랩되면서 다가오는 상징적인 시...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이 1945년 2월 16일이니 70주년이 막 지났다. 

 

여행 오기 직전, 조용한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윤동주가 다녔던 대학 도쿄의 릿쿄대와 교토의 도시샤대, 그리고 윤동주가 생을 마감한 후쿠오카 등 세 곳에서 추모제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던 탓으로 문득 이 반딧불 연못가에서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혀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으며 죽어가는 윤동주가 생각난 것이다.

 

 

 

 

 

반딧불 연못을 건너서 붉은 갈색빛의 쑥낭(삼나무)이 하늘을 찌를 듯 빽빽히 들어선 숲을 따라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산길 주변에는 발풀고사리로 보이는 난대성 양치식물이 지피식물이 되어 숲그늘을 덮고 있다. 

 

 

 

 

 

 

다케오 코스에서 단 한번 만나는 깔딱고갯길, 그래도 그리 길지 않아서 이내 고갯마루에 오른다.

 

고갯마루에서 바라보는 두 개의 풍경. 남쪽으로는 산과 산이 겹겹이 둘러선 대자연이요, 북쪽으로는 미후네야마 동쪽에 들어선 다케오 시내 풍경이 펼쳐진다.

 

 

 

 

 

미후네야마 바로 아래에 보이는 운동장은 다케오경륜장(武雄競輪場)인 듯하다.

 

 

 

 

 

고갯마루에서는 다시 산의 정상으로 넘어가는 길과 정상의 허리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당연 그리 높지 않은 정상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산길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풀과 나무는 없고 정상 부근에 서식하는 일엽초를 담아 본다.

 

 

 

 

 

 

급한 능선길로 내려서니 이내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숲길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는 풀

 

 

 

 

 

 

산을 내려가는 길 다시 이케노우치 호수 쪽으로 내려서는 곳, 요양시설로 보이는 뉴하트피아 뒷산 언덕에서 휴대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을 되넘어가 도로를 건너 다시 마을길로 접어든다. 하지만 시 변두리로만 선택된 길이다.

 

 

 

마을길로 접어들자마자 올레길을 안내해 주시는 분이 자신의 집이라며 마당으로 이끈다. 건너편에 미사토침자원(ミサト鍼灸院)이 보이는 곳... 마당에 노랗게 익은 금귤을 하나씩 따 먹고는 다시 출발...

 

 

바로 부근 언덕에 있는 천만궁(天滿宮) 신사를 지난다.

 

 

 

 

 

천만궁 신사 뒤 높은 언덕 위에는 드넓은 시라이와 운동장(白岩運動場)이 자리잡고 있다.

 

 

 

 

 

시라이와 운동장을 내려서니 스케이트보딩 연습장.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친구가 보딩 연습 중이다. 

 

 

 

 

 

그리고 다시 다케오천을 만나 둑방길을 따라 걷는다.

 

 

 

 

 

도로를 하나 건너니 다케오시문화회관으로 들어선다.

 

 

 

 

 

문회회관 내의 다케오시 관광 안내판

 

 

 

 

 

문화회관 안쪽 무카에다(迎田) 녹지공원에 나베시마 시게요시(鍋島茂義)라는 인물의 동상이 하나 서 있다.

 

 

 

 

 

문화회관 자리는 원래 바로 이 동상의 주인공인 나베시마 시게요시(1800~1863)의 정원이었던 곳이라 한다. 시게요시는 에도시대 말기인 19세기 다케오번(武雄藩)의 제 28대 영주로 다케오시의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정원 미후네야마 라쿠엔(御船山楽園)을 조성한 인물이기도 하다.

 

나베시마 가문은 대대로 사가현을 지배한 명문가인데, 영친왕 이은의 비가 된 마사코 이방자 여사의 외할아버지가 바로 히전사가번주를 지냈던 나베시마 나오히로(鍋島直大 1846~1921) 로 나베시마 가문의 외손녀인 셈이다.

 

임진왜란 때 이참평(李參平)을 비롯해 조선 도공 156명을 일본으로 끌고갔던 아리타 영주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 1538~1618)도 바로 나베시마 가문이다. 그는 1,653년 네델란드 동인도 회사를 통해 처음으로 2,200여 개의 도자기를 수출하였고, 11년 후인 1,664년에는 4만 5,000여 개의 도자기를 수출함으로써 나베시마 도자기는 세계 최고급 도자기로 자리잡는다.

 

다케오 신사 옆 미후네야마산 기슭에 자리잡은 다케오고등학교 자리에 니베시마의 영주 저택이 있었다고 한다.

 

 

 

나베시마의 동상 뒤쪽으로 문회회관 후문으로 넘어가는데, 모두들 대나무를 만지고 있다. 이곳의 대나무는 특이하게도 줄기가 네모꼴로 각이 져 있다.

 

 

다시 미후네야마로 향하는 대로로 접어든다.

도로 왼쪽 공간에는 다케오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고, 멀리 정면 숲속으로 다케오신사(武雄神社)가 보인다.

 

 

 

 

 

다케오신사 앞 주차장 옆에는 사수총(射手塚)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무덤이 자리잡고 있다.

 

 

 

 

 

오래 전 활쏘기 행사에서 말에서 떨어져 할복을 하고 죽은 사수를 기리는 무덤이라고 하는데, 자연석으로 된 신주석을 올려 놓고 짚으로 엮은 끈 같은 것을 올려 놓은 무덤 양식이 특이하다.

 

 

 

 

 

사수총 뒤편 높은 산언덕 위에 다케오 신사가 자리잡고 있다.

 

 

 

 

신사로 들어서는 입구의 아름다운 돌다리

 

 

 

 

 

돌계단을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편백나무는 위쪽의 가지가 이어진 연리지 나무.

 

 

 

 

 

나무가 신사의 역할을 하는 듯 줄을 달아 놓았다.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신사의 대문 토리이(鳥居)

 

 

 

 

 

천 년을 훞쩍 넘긴 다케오신사(武雄神社). 서기 735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쌍사자석등

 

 

 

 

소원지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신사 주변의 산책길에는 수령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고목들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신사 뒤편 대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길, 울창한 대나무 숲을 지나면 3천 년이란 세월을 지켜온 다케오녹나무가 있다. 

 

 

 

 

3천 년 녹나무가 모습을 보이고...

 

 

 

 

그 모습 만으로도 신비롭고 경이로운 3000년 수령의 녹나무, 다케오 오쿠스(大楠)...

 

 

 

 

높이 30m, 둘레 20m라는 녹나무는 대나무 숲속에서 오로지 하늘을 향해 가지를 들고 있다.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하늘 속 가지를 올려다 보노라면 신령스런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 나무 아랫부분의 속은 비어 6평 정도의 넓은 공간이 있고  그 안에는 작은 제단까지 마련되어 있다.

 

전국 6위, 사가현 2위의 거목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매화 밭을 보여 주겠다며 시라하마 사다노리 씨는 다케오녹나무 서쪽 숲길로 들어선다.

 

작은 능선을 넘어서니 꽃이 피기 시작한 매화밭이 나타난다.

 

 

 

 

 

1942년에 조성되었다는 이 매화나무 농원을 미후네가오카바이린(御船ヶ丘梅林)이라 부르는데 매화나무만 약 3천 그루로 해마다 매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입구 쪽에는 매화다옥(梅林茶屋)이라는 농장집이 자리잡고 있다.

 

 

 

 

 

모두들 매화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매화떡과 녹차를 마시기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미후네야마 저 너머 쪽으로는 다케오번의 나베시마 영주가 조성했다는 미후네야마라쿠엔(御船山楽園)이라는 아름다운 별장 정원이 있다고 하는데, 일정상 가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매화밭을 벗어나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처음 보는 꽃, 그리고 앵초 종류

 

 

 

 

 

 

사수총이 있는 주차장에서 올레길은 시내로 접어든다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올레길의 종점인 다케오온천 누문으로 향한다. 그 바람에 문회회관 뒤편에 있는, 역시 3000년 되었다는 츠카사키 녹나무(塚崎の大楠)는 아쉽게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일본적인 건축미를 느끼게 하는 다케오온천(武雄温泉) 누문(樓門)!

 

도쿄역과 서울역을 설계한 이곳 사가 출신의 다츠노 킨고가 설계하여 1914년 세웠다고 한다. 한옥이 그런 것처럼 이 건물에도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며, 2005년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단다.

 

 

 

 

 

누문에 적힌 편액은 봉래천(蓬萊泉). 옆으로 살짝 보이는 기암이 솟아 있는 산을 봉래산으로 여기고 지은 이름이라 한다.

 

 

 

 

온천 내부 건물

 

 

 

 

 

 

타케오온천은 1300년 전, 현재의 사가현과 나가사키현에 관한 풍토기인<히젠풍토기>에도 그 이름이 등장하는 역사적인 온천으로 일본 3대 미인 온천으로 꼽힌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다케오코스의 종점인 다케오온천 부근의 사쿠라야마공원(桜山公園)도 보지 못했다. 아직 벚꽃이 피었을까 싶긴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온천의 번성과 대지의 영력을 기원하는 88개의 지장보살상들의 미소가 아름답다는데...

 

 

 

 

이렇게 해서 다케오 올레는 끝이 났다.

 

오전에 우리를 안내해 주었던 다케오온천물산관 대표 오와타리 도시히꼬 씨는 우리와 작별 인사를 나누겠다며 이곳까지 찾아와 주었다. 무료 자원봉사에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은 두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내며, 다음 일정을 위해 아리타에 있는 규슈도자기박물관으로 출발한다.

 

 

 

 

※ 규슈올레 다케오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