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규슈 (2) '일본의 베니스', 야나가와 뱃놀이 카와쿠다리

모산재 2015. 2. 28. 20:26

 

요시노가리 야요이시대 유적을 돌아본 다음 '일본의 베니스'로 널리 알려진 야나가와(柳川)로 향한다.

 

'버드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야나가와(柳川)는 인구 7만 3천여 명으로 일본에서 가장 작은 시라고 한다. 후쿠오카현에 속하지만 사가에 훨씬 더 가까운 곳, 깊은 만을 이룬 남쪽 바다 아리아케해(有明海)의 넓은 개펄에 건설된 도시다. 

 

 

 

규슈 지도(출처 : 구글맵)

 

 

 

야나가와는 '수향(水鄕)'이라 불릴 정도로 촘촘한 그물처럼 수로가 발달한 물의 도시다. 야나가와의 지도를 보면 핏줄처럼 얽혀 있는 푸른 수로가 눈길을 끈다. 지역의 소하천의 총연장이 930㎞나 되고 그물처럼 흐르는 수로가 470㎞나 된다고 하니 '일본의 베니스'란 표현이 오히려 부족할 지경이다.  

 

야나가와가 이처럼 물의 도시가 된 것은 2,000여 년 전 아리아케해(有明海)의 넓은 개펄이 육지로 바뀌면서 물도랑을 파서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를 저장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7~8세기 무렵에 격자형의 논두렁길과 수로를 만들었고, 400여 년 전 지방 영주가 야나가와성을 조성하기 위해 야베강을 개수 정비하고 성벽 주위에 물도랑을 만들어 물을 끌어들이면서 수로에 기반한 근대의 성시(城市), 야나가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옛날 야나가와성의 해자 역할을 하던 수로는 하천의 범람을 막는 구실을 하거나 농업용수나 방화용수로 이용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야나가와의 상징 상품이 되었다.


 

핏줄처럼 얽혀 있는 야나가와 수로

 

 


 

이 아름다운 수로의 도시에 온 것은 야나가와의 유명한 뱃놀이(강놀이), 카와쿠다리(川下り)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카와쿠다리를 운영하는 회사가 모두 여섯이라 승선장도 여섯 곳이 있다. 우리가 탄 버스가 멈춰선 곳, 도로 옆 공터 너머로 보이는 수로에는 '쇼게츠(松月)승선장'이 자리잡고 있다.  

 

 

 

 

가이드가 우리를 이끈 곳은 야나가와다리(柳川橋) 건너편, 치쿠호은행(筑邦銀行) 앞에 있는 다이도(大東) 승선장.

 

 

 

바로 앞쪽으로 쇼게츠(松月) 승선장이 보인다.

 

 

 

돈코부네(どんこ舟])라 부르는 배를 탄다.

 

배를 타자 가운데 설치한 두꺼운 담요를 무릎 위로 덮으라고 한다.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데 다리를 따뜻하게 해 준다는 각로()를 설치해 놓았다. 이렇게 추운 겨울 여행을 가능하게 화로를 설치한 배를 고따스부네(こたつ舟)라 부른단다.

 

 

 


 

우리 배의 사공은 꽃미남 청년...

 

20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18살, 10대 청소년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진중하고 참한 친구다.

 

카와쿠다리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궁금한 점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대답을 해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노래를 불러주며 여행자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돈코부네는 승선장을 출발한다. 

 

제대로 된 뱃놀이는 야나가와성 해자로 이어지는 수문을 지나 종점 오키노하타(沖端)까지 약 4.5km, 70여 분 걸리는 수로 여행이라는데, 우리는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야나가와다리 주변을 왕복하는 30분 정도의 뱃놀이에 만족해야 한다.'

 

 

일본에서 흔하지 않은 고층 아파트.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를 맨션이라 부른다. 일본에서의 아파트는 2~3층 목조 다가구주택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초등생들,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다 이내 돌아서서 자신들의 수다에 빠져든다.

 

 

 

물이 얼마나 깊은가 물으니, 겨우 80cm 정도란다. 어쩐지 대나무 삿대질이 편안해 보인다 싶다. 홍수철에는 수문을 열어 바다로 물을 내보내고 갈수기에는 강물을 끌어들여 수심은 일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해자로 이어지는 수문 입구에서 아쉽게도 우리가 탄 돈코부네는 유턴한다.

 

 

 

 

 

다시 처음 출발했던 야나가와다리(柳川橋) 아래를 지나고...

 

 

 

 

또 하나의 다리를 지나 반대편 수로로 향한다.

 

 

 


야나가와의 뱃놀이, 카와쿠다리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54년이라고 한다.

 

야나가와쵸([柳川町)의 시 제도 시행 기념사업으로 귀빈 접대용 쪽배 1척과 청소용 쪽배 1척을 만든 것이 시작. 그 후 마을 지사가 유료로 배 5척 운행한 것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고, 1965년 겨울에는 각로를 설치한 고따스부네를 만들어 사계절 뱃놀이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6개회사 100여 명의 사공이 있는데 사공은 대개 나이 지긋한 은퇴자들로 최고령은 82세인데, 우리 사공처럼 청년도 있고 처녀 사공도 있다 한다. 160척 정도의 돈코부네가 준비되어 있고 수시로 출발하며 여름밤에는 납량선(納凉船)이, 8~10월 보름에는 달을 즐기기 위한 배도 뜬다고 한다.

 

 

야나가와호국신사가 있는 곳, 우거진 숲그림자가 강물로 드리우고 있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고목의 굵은 줄기에는 일엽초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강원도 깊은산이나 지리산이나 한라산 같은 높은 산의 원시림이 아니면 보르 수 없는 식물들이 도시의 숲속에 흔하게 자란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다.

 

 


 

야나가와 카와쿠다리는 '도쿄맑음'이란 일본 영화의 무대이기도...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이었던 나카야마 미호와 '쉘위댄스'의 익살스런 연기자 다케나카 나오토가 주연인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신혼여행지이자 추억 여행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야나가와를 찾는 관광객이 연 120만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농업에 의존하던 작은 도시가 청정한 수로를 보존하고 자원화함으로써 일본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관광도시가 되었다. 수로를 이용한 카와쿠다리라는 청정 자연 뱃놀이가 야나가와 시민들을 고품격으로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야나가와의 수로가 오늘의 모습으로 보존되기까지에는 큰 시련이 있었다고 한다.

 

 

1955년부터 5척의 배를 건조하여 뱃놀이사업을 시작되고 1961년 철도 회사가 자본 참가하는 등 순조롭게 되어 가던 사업은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수로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 의식이 희박해지고 수로는 쓰레기가 넘치고 물이 썩어가기 시작했다 한다. 주민들은 쓰레기를 마구 버렸고 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거작업과 수로 준설작업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시는 1977년 매립 계획을 결정한다.

 

이 때 시청 말단 계장이 나서서 주말도 휴일도 없이 수로 청소 작업에 나섰다. 그의 진지한 모습에 쓰레기를 버리던 주민들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수로 살리기를 위해 200여 개 시민단체가 생겨났다. 이들은 스스로 하천정화계획을 세우고 수로매립 계획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시와 시민이 협력한 하천정화사업이 1978년부터 5년간 실시되었다. 시 중심부의 수로 60㎞ 구간, 특히 더러웠던 35㎞구간이 준설되었고 시는 매년 2000만 엔씩 5년 간 약 1억 엔을 투자했다. 그리고 매년 5월 넷째주 일요일을 '수로의 날'로 정해 전 시민이 하천변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야나가와시민의 대부분인 5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야나가와의 이 같은 강 살리기운동은 1985년 '야나가와의 운하 이야기'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강이 살아나며 지역경제도 함께 살아났다. 깨끗하고 운치 있는 수로를 보기 위해 전국의 관광객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까지 이 조그만 농촌도시 야나가와로 몰려들었다.

 

 

 

 

야나가와시는 뱃놀이와 함께 수로를 따라 거닐 수 있는 산책로도 만들었다. 배를 타고 가는 재미와는 또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관광코스다. 그리고 야나가와 출신의 일본시성 기타하라하쿠슈(北原白秋 1885~1942) 등의 문학비 순회 등을 관광상품화하고 있다.

 

 

야나가와 거리 보행 지도

 

출처 : http://www.yanagawakk.co.jp/data/map_hun.pdf

 

 


 

야나가와 뱃놀이를 마친 다음 숙소가 있는 가라쓰(唐津)시로 향한다.

 

가라쓰에 도착했을 때에는 어둠에 잠긴 마츠우라강(松浦江)에 빌딩의 불빛이 아름답게 드리우고 있었다.

 

숙소는 가라쓰 로얄호텔, 유카타(衣)로 갈아입은 다음 호텔 2층 식당에서 저녁으로 가이세키(懐石)요리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