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늠내길 갯골길 (1) 들판을 지나 소래염전 방죽길로

모산재 2014. 12. 1. 18:03

 

시흥 늠내길 갯골길은 사라진 소래염전과 갯골 방죽길을 따라 조성된 걷기길이다.

 

시베리아의 칼바람이 엄습한 11월 중순, 키를 넘는 갈대와 억새들이 바람에 서걱이고 붉게 물든 칠면초와 해홍나물이 꽃방석을 만들고 있는 길을 걷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갯골길 트레킹 기점은 시흥시청, 소사역에서 63, 63-1번 버스가 연결해 준다.

 

 

 

시흥의 고구려적 지명이 '늠내'란다. '잉벌노(仍伐奴)'로 표기했는데, '벋어가는 땅'이라는 뜻이란다. 소래포구로부터 넓게 펼쳐진 평야지대를 표현한 지명인 듯하다.

 

시흥에 조성된 늠내길은 갯골길, 숲길, 옛길, 바람길이 있는데, 2009년에 조성된 갯골길은 갯벌과 염전과 갈대밭이 어울린 가장 서정적인 길이고 특징적인 길인 듯하다. 시흥시청을 출발해 갯골을 따라 방산대교까지 갔다 다시 시흥시청으로 돌아오는 16km구간의 길이다. 4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 숲길은 시흥시청에서 출발해 작고개, 군자봉, 진덕사, 선사유적공원을 한 바퀴 도는 13㎞, 옛길은 꼬꼬상회에서 시작하며 조선시대 문신인 하연의 묘, 소산서원 등을  시흥의 문화유산을 거치는 11㎞,  바람길은 오이도와 옥구공원을 도는 해넘이와 바다 풍경이 인상적인 15㎞ 코스이다.)

 

 

시흥시청을 나오면 이내 갯골길 안내판이 서 있고, 장현천이란 실개천으로 들어서게 된다.

 

 

 

갯골길은 '바닷물이 들고 나는 갯벌의 물골, 즉 갯고랑'이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육지 안까지 갯고랑을 따라 밀려들어오는 곳이다. 과거 이곳에는 염전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염전은 1990년대 후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염전이 사라진 자리에 생태공원이 들어서고 갯골길이 이어진 것이다.

 

 

 

시흥시청~쌀연구회~전망대~갯골생태공원입구~제방입구~섬산~빙산대교~빙산펌프장~포동펌프장~부흥교~배수갑문 ~군자갑문~고속도로다리 밑~시청. 총 16㎞, 걷기 소요 시간 4시간 30분.

 

 

돌아본 시흥시청과 주변 건물들...

 

 

 

갑문에 이르기까지 추수가 끝난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걷는다.

 

 

 

이 작은 개울은 서쪽으로 흘러서 소래포구를 지나 바다로 들게 된다. 큰 비가 내리면 이곳까지 숭어떼가 물줄기를 거슬러와 뛰놀았다고 한다.

 

 

 

 

씨앗들을 대지에 내려 놓은 생명들은 흔적들만 남아 바람에 나부낀다.

 

 

 

불씨처럼 남은 생명을 붙들고 있는 개망초는 안간힘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휑한 들판길로 들어서니 칼날처럼 아픈 바람이 귓볼을 시리게 때린다.

 

너른 들판에는 볏집들이 추수의 흔적으로 남았다. 시흥이 자랑하는 쌀이 방금 지나온 실개천 건너편 '쌀연구회'라고 하는 간판이 적혀 있는 영농법인의 정미소에서 가공된 것일 것이다.

 

 

 

 

시흥이 자랑하는 농산물 중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이 들판에서 난단다.

 

그 하나는 당연 쌀이요, 그 둘은 미나리란다. 한눈에 봐도 벼와 미나리를 기르기에 딱 맞는 들판이다.

 

(나머지 하나는 포도란다. 화성포도와 함께 서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포도야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생태공원과 물왕저수지 갈림길...

 

 

 

장현천은 물왕저수지에서 흘러내려오는 보통천과 만나 소래포구에 이르게 된다. 

 

보통천으로 접어들자마자 금방 만나는 갑문.

 

 

 

 

갑문은 밀물 때 밀려드는 해수를 막고 가두어진 물은 농업용수로 쓰는 이중의 구실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갑문 아래쪽은 해수가 침범하는 지역이니 이 갑문은 쌀을 생산하는 들판과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의 경계가 되는 셈이 된다. 이제 염전지대로 들어선 것이다. 그 유명했던 '소래염전'으로...

 

 

갑문을 지나자 방죽 왼쪽으로 작은 생태 습지가 만들어져 있다.

 

생명들은 스러지고 흔적들만 남았다.

 

연밥과 말즘과 물칸나 열매...

 

 

 

 

 

2층 정자를 지나 아치형의 작은 다리를 건너면서 갯골길에서 처음으로 '갯골'을 만난다.

 

 

 

밀물 때면 해수가 역류해 들어오는 이 물길을 '큰개구렁'이라 부른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공원이다.

 

'갯골생태공원'

 

작은 언덕을 만들어 잔디를 깔고 벤치를 놓아두고, 곁으로는 호젓한 벚나무 산책길을 내었다. 산책길에는 여러 가지 야생화들을 심어 놓았다. 

 

 

언덕 위 벤치에서 점심을 먹는다.

 

갯골길에는 식당도 상점도 없어서 먹을 것은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소래염전이 있던 곳. 남동염전·군자염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소금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천일염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지만 수입 자유화 등으로 1996년에 염전은 문을 닫고 말았다.

 

2007년 문화재청에서 염전을 문화재로 지정하려고 하자 하룻밤 사이에 소금창고가 모두 사라져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염전 소유주가 철거해 버린 것이다. 

 

 

이 방대한 염전 터에서 눈에 띄는 소금창고는 딱 세 채뿐이었다.

 

철거를 면한 소금창고는 단 두 채인데, 이것이 그 중 한 채...

 

 

 

새로 지은 이 소금창고는 갯골생태공원에서 염전체험장으로 운영하는 것인듯...

 

 

 

그리고 살아남은 두번째 소금창고... 

 

 

 

 

성급하게 진행된 문화재 지정이 오히려 문화재를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염전 자리에 조성된 생태탐방로...

 

 

 

 

 

 

갯골생태공원을 지나면 아까시나무가 도열한 시원한 방죽길이 곧게 이어진다.

 

 

 

반환점인 방산대교까지 약 3km, 맨발로 걸어도 좋을 듯한 흙길이다.

 

 

 

 

 

멀리 왼편 앞쪽으로 보이는 섬산...

 

 

 

당겨서 본, 들판 속에 섬처럼 솟아 있는 섬산.

 

 

 

 

섬산을 향해 ㄱ자로 이어지는 아까시나무 방죽길...

 

방죽 아래로 칠면초로 보이는 갯풀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었다.

 

 

 

 

 

 

갯골을 따라 방죽길이 굽어진다.

 

 

 

다시 만나는 커다란 갯골...

 

 

 

갯골의 양쪽  방죽을 따라 ㄷ자로 만들어진 길.

 

섬산 방향으로 아까시나무 방죽길을 따라가다가 다리를 건너 다시 건너편 갈대밭과 억새밭 방죽길로 돌아오는 코스.

 

 

 

들판 가운데 섬처럼 떠 있어 섬산인데, 큰 비가 내렸을 때 떠내려 온 산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방산대교까지는 이제 2㎞ 정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