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신륵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탱화, 삼성각의 산신탱화와 독성탱화

모산재 2014. 11. 23. 01:39

 

신륵사를 수 차례 들렀어도 삼성각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느 절이건 삼성각은 주법당 뒤 후미진 곳에 숨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전각으로 조성되어 있다. 게다가 그 안에 모셔진 칠성신이나 산신, 그리고 독성은 본래 불교의 신이 아니어서 그리 주목을 받지도 못하는 존재다.

 

신륵사의 삼성각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삼성각만이 주법당인 극락보전 뒤편 막다른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되어 있고 동선에서도 벗어나 있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 존재조차 알기 어렵다.

 


 

 

 


여느 절과 마찬가지로 삼성각에 모셔진 삼성(三聖)은 칠성과 산신과 독성이다. 칠성은 별나라 주군인 북두칠성신으로 인간의 복과 수명을 담당하는 신이다. 독성은 12인연(十二因緣)의 이치를 홀로 깨달아서 성인의 위치에 올라 말세 중생에게 복을 내린다고 하는 나반존자(那畔尊者)를 가리킨다.

 

이들은 모두 불교가 토착화하면서 유입된 토속 신들로서, 하근기(下根機) 중생을 위한 방편으로 채택되었기 때문에, 그 건물의 이름을 전(殿)이라 하지 않고 각(閣)이라 한다. 삼성을 따로 모실 경우에는 산신각·독성각·칠성각 등의 전각 명칭을 붙인다. 삼성을 함께 모실 때는 정면 3칸, 측면 1칸 건물을 짓고 따로 모실 때는 정면 1칸, 측면 1칸의 건물을 짓는다고 한다.

 


 

 


가운데에 위치한 칠성신은 손에 금륜을 든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를 주존으로 하여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좌우에 협시로 둔다.

 

칠성신은 원래는 도교의 신인데 중생의 수명(壽命)을 관장하는 신이다.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것이지만 불교에서는 칠여래를 말한다. 칠성신에게 예를 올리는 의식을 청사(請詞)라고 한다.

 

 


삼성각에서 산신탱화와 독성탱화는 너무도 아름다워 특별히 눈길을 끈다. 그림의 양식과 필치를 보면 같은 화공이 그린 작품으로 보인다. 누가 그린 것인지 궁금하다. 

 


 

 


산신탱화에는 도인의 풍모를 인격신과 화신인 호랑이로 표현되는데, 산신령이 호랑이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희고 긴 눈썹과 수염이 휘날리는 산신의 잘 생긴 얼굴과 화등잔 같은 눈이 돋보이는 호랑이의 얼굴 표현이 섬세하면서도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병풍처럼 두른 기암절벽과 폭포, 소나무 등이 구도와 색채 모두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랑이의 그 앞에 공양하는 동남동녀상의 표정과 자세도 천진스럽다.

 

 

 

 


독성탱화에는 남인도 천태산(天泰山)에서 홀로 선정을 닦아 독성(獨聖)이라 불린 나반존자(那畔尊子)의 존상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의 산은 천태산, 산신탱화에서처럼 희고 긴 눈썹을 드리운 나반존자가 반석 위에 걸터앉아 반가부좌한 오른쪽 무릎을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비스듬히 고개를 들어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나반존자 앞에는 공양을 바치고 있는 동녀가 그려져 있는데, 산신탱화 속의 동녀와 꼭 같은 모습이다. 

 

나반존자는 미륵불이 올 때까지 이 세상에 머문다고 하는데, 삼명(三明)과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삼명이란 전생을 보는 능력인 숙명명(宿明明), 미래를 꿰뚫어보는 능력인 천안명(天眼明), 현세의 번뇌를 끊는 지혜인 누진명(漏盡明)을 가리킨다. 

 

나반존자의 유래에 대해서는 남인도 천태산에서 홀로 깨달아 머물다가 말법시대에 출현하는 성자로, 석가모니의 제자가 되어 나한에 이른 이라고 하는데, 석가모니의 제자 중에는 그러한 이름이 없고 불경에도 등장하지 않으며 중국이나 일본에는 이름조차 존재하지도 않아 최남선은 단군을 모시는 우리 민족신앙에서 생겨난 것으로 파악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독성각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693년(숙종 19년)이고 1800년대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으로 지어진 점으로 보아 단군신앙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불교에서는 18나한의 한 분인 빈두로존자가 나반존자라고 여기고 있다. 빈두로존자와 나반존자는 실제로 흰 머리와 흰 눈썹 등 외모에서 비슷한 점이 많고 신통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동일인으로 여기는 것이다.

 

나반존자는 영험이 크기로 이름나 있으나 성격은 매우 엄하고 무섭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공양을 드릴 때는 목욕재계는 물론이고 공양물을 제대로 갖추고 정성이 지극해야만 들어준다고 한다.

 

 



대웅전 뒤편에서 바라본 삼성각 오르는 계단. 요사채인 심검당 건물과 담장이 아름답다.